한국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인 네네치킨과 BHC 치킨이 치즈가루가 뿌려진 치킨 요리를 두고 특허분쟁에 휘말렸다고 한다. 네네치킨은 2009년에 진한 치즈 시즈닝을 뿌린 ‘스노윙 치즈치킨’을 출시했고, BHC 치킨은 2014년에 매직시즈닝과 뿌링뿌링소스를 넣어 만든 ‘뿌링클 치킨’을 출시했는데, 이후 치킨 업계에서는 너도나도 치즈가루가 뿌려진 유사 상품들을 출시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BBQ의 ‘치즐링’, 멕시카나의 ‘눈꽃치킨’, 페리카나의 ‘치즈뿌리오’, 치킨매니아의 ‘치즈블링치킨’ 등이 이러한 미투 상품들이다. 그런데, 이 중 소위 대박이 난 네네치킨과 BHC 치킨 사이에 누가 업계 최초로 치즈치킨을 개발했느냐를 두고 말싸움을 하다가 실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최근 네네치킨은 BHC 치킨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냈는데 2014년 10월 출원해서 2017년 1월에 등록받은 ‘스노윙 치즈치킨 조리방법’이라는 특허를 근거로 삼았다. 네네치킨은 소장 제출 후 언론 보도를 통해 BHC 치킨의 뿌링클 치킨에 대한 성분 조사를 해 보니 18가지 성분 가운데 16개의 원재료가 자사의 ‘스노윙 치킨’ 성분과 동일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BHC 치킨은 자사의 ‘뿌링클 치킨’은 BHC치킨 연구소가 오랜시간 개발해 특화한 BHC만의 원료 배합으로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필자가 확인한 결과, 네네치킨이 등록받은 특허는 조리방법에 관한 특허이어서, 어떤 단계를 거쳐 상품을 만드는지에 대한 권리만 있을 뿐 조성물에 대해서는 아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네네치킨의 최초 특허명세서에는 분말양념에 포함되는 조성물 (치즈파우더, 유청분말, 백설탕, 분말유크링, 덱스트린, 요구르트 파우더, 비니거 파우더) 이 각각의 함량과 함께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는데 심사 과정에서 모두 삭제됐다. 따라서 최종 등록된 청구항은 1) 닭고기를 일정 크기로 절단하는 계육 절단단계,  2) 계육을 염지 후 튀김옷을 입히는 배터딥단계, 3) 밀가루 코팅을 하는 브레딩 단계, 4) 기름에 튀기는 후라잉 단계, 5) 치즈파우더가 혼합된 분말양념을 혼합단계로 이루어진 치킨 조리방법을 청구범위로 설정하고 있다.

특허로써 등록될 수 있는 기술 대상은 매우 광범위해서 요리 레시피도 당연히 특허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대상이 된다고 해서 모두 특허로 등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리 레시피가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그 제조방법이나 조성물이 기존 업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것이어야만 하고 기존 방법이나 조성물에 비해 기술적 향상이 있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대로 네네치킨이 등록받은 ‘스노윙 치즈치킨 조리방법’ 과 같은 특허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특허 청구범위에 기재된 A-B-C-D와 같은 각 제조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을 권리 범위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경쟁사가 이 제조 단계 중 한 개를 다르게 했다면, 예를 들어 A-B-C-X 의 순서로 음식을 만들었다면 해당 특허의 침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래전 한국의 한 고추장 TV 광고에서 신당동 떡볶이 가게 주인 마복림 할머니는 “고추장 맛은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 라는 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며느리도 모를 정도로 할머니 혼자만 고추장 만드는 비법을 간직할 수 있다면 특허로 출원하지 않고 계속 비밀로 보관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특허는 기술 내용을 공중에 공개하는 대가로 국가에서 독점권을 부여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특허 내용을 경쟁사가 따라하는 것이 두려워 특허 명세서의 내용을 허술하게 적었다가는 심사과정에서 거절되기 쉽다. 그리고 특허권의 최대 보호 기간은 고작(?)  20년이기 때문에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라면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건도 있고, 말 그대로 비밀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누출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전파되는 것을 막기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본인의 아이템을 특허로 등록받아 보호할 지, 아니면 영업비밀로 보호할 지는 아이템별 특성과 모방 용이성, 비밀 유지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마복림 할머니는 2011년에 이미 세상을 떠나셨지만 이 분이 운영하던 신당동 떡볶이 집은 이제 며느리들이 이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집 간판에는 “이젠 며느리도 알아요!!” 라는 구호가 내걸렸다는데 할머니의 고추장 만드는 비법이 대를 이어 전수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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