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16일) 베네롱 보궐선거는 일반 보궐선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립 여당으로서는 자유당 안전 지역구인 베네롱을 잃을 경우 하원에서 과반 확보(76석)가 미달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선거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노동당은 베네롱 보궐선거를 말콤 턴불 정부에 대한 조기 심판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승리할 경우, 소수 내각 처지에 놓이는 턴불 정부를 상대로 2019년 총선까지 여세를 몰고가자는 속셈일 것이다. 

따라서 여야 모두 일반 보궐선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중앙당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여야의 ‘자존심 대결 한 판 승부’가 됐다. 켐페인 기간 동안 턴불 총리가 5회 이상, 빌 쇼튼 야당 대표는 두 배인 10번이나 선거구를 방문해 여야 후보들의 유세를 돕고 있다. 보궐선거에서 이런 열기는 거의 전례가 없다. 여야의 거물급이 총동원돼 각가의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가장 최근 지지율 조사인 12일 리치텔 여론조사에서 53:47로 자유당 우세 결과가 나왔지만 초박빙의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중국과 한국계 유권자들의 표심도 중요 변수이고 후보별 선호도(preference) 배분 결과가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변수 ‘샘 다스티야리’ 상원의원 사퇴와 관련된 호주와 중국 정부의 신경전이란 변수가 생겼다. 노동당은 물론 자유당 거물급 정치인들과 폭 넓은 교제를 하며 정치 후원금을 기부한 황 시앙모 유후그룹 회장이 이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중국 정부의 불쾌감이 베네롱의 중국계 유권자들, 특히 중국 본토 출신들에게 부분적으로나마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미 중국 커뮤니티 매체들은 턴불 총리가 ‘반중국 정서의 선봉장이 됐다’면서 강력 성토하는 분위기다. 턴불 정부를 성토하며 노동당 후보를 지지해 자유당 후보를 낙선시키자고 선동하는 내용의 괴문서가 중국인들 사이에서 온라인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베네롱 보선에서 집고넘어가야할 중요한 점은 전국적인 관심사와 여야의 자존심 대결 구도 속에 민생 이슈가 거의 실종됐다는 점이다. 에너지 비용, 주거비, 교육비, 교통비 등 생활비 앙등으로 힘겨워하는 일반 유권자들은 보궐선거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생활과 직결된 아젠다가 켐페인에서 논의돼 조금이라고 반영됐으면하는 바램을 갖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전기세, 가스비 등 에너지 비용 폭등, 우리 자녀들의 대학 입학과 주택 매입 가능성, 막대한 예산 퍼붓고 있는 NBN(전국브로드밴드 네트워크)이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 연결될 것인지 여부, 교통 체증, 대중교통망의 불편함, 맞벌이 부부들의 탁아비 부담 등 매일 일상사인 그야말로 일하는 가정(working families)의 민생 공약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말콤 턴불 총리가 존 알렉산더 후보와 맥쿼리대학 전철역에서 발표한 버스인터체인지 신설이 거의 유일한 민생(교통 인프라 관련 공약인 듯) 공약이었다. 크리스티나 케닐리 후보는 노동당이 집권하면 이스트우드센터에 있다가 폐쇄된 메디케어 오피스를 다시 열도록 할 것이라는 공약을 밝혔다. 베네롱 주민들의 메디케어카드를 이용한 벌크 빌링 비율이 85%를 넘기 때문에 메디케어 오피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두 번씩 개설됐다가 폐쇄되기를 반복했다. 지금은 맥쿼리파크를 가야 한다, 맥쿼리파크 버스 인터체인지와 고교 신설은 주의회 선 거 때 나왔던 공약들이다.  

이와는 달리 호주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맥쿼리파크의 테크놀로지와 맥쿼리대학을 연계하는 인턴쉽 연수 프로그램(cadetship program)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 이스트우드 상권 재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홍수 문제 처리 등도 연방-주정부-라이드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면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전 라이드 시의원으로 베네롱 중국 커뮤니티 지도자인 저스틴 리 AAAB(Australian Asian Association of Bennelong, 호주아시안베네롱연합) 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베네롱의 대부분 중국계 유권자들은 일반 생활인의 이슈보다 모국 정치(motherland' politics)에 관심이 더 많지 않다”면서 “중국계 유권자들도 똑같은 전기, 수도세 고지서를 받고 탁아비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한국계 유권자들도 비슷하다. 시민권을 취득한 호주 유권자들이라면 민생 이슈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더 불구하고 켐페인 막판이 되면서 네거티브 공세가 더욱 가열되며 민생 이슈에 대한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베네롱 보선의 유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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