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상원의원 사퇴를 발표하는 샘 다스티야리

‘어제의 우군’ 문제 직면하자 바로 사퇴 압박

[♯1 금융권 의회 특검]
말콤 턴불 총리는 새해에 ‘금융권 특검(bank royal commission)’을 시작할 것이라고 최근 결정했다. 투자은행가(merchant banker) 출신인 그는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그동안 야권의 줄기찬 요구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여당 안에서도 일부 의원들(특히 국민당 의원들)이  이를 요구하면서 “만약 야당이 특검 동의안을 상정할 경우, 여당의 당론을 거부하고 찬성할 것”이라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분위기가 악화되자 턴불 총리는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약 1년반이 걸렸다.

[♯2 다스티야리 상원 사퇴]
이번 주 노동당의 실세인 샘 다스티야리 연방 상원의원(34)이 의원직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그는 “중국계 개발 회사인 유후그룹(Yuhu Group)의 황 시앙모 회장으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아 사적 용도로 사용했고 그에게 호주 정보기관 ASIO 도청 가능성을 경고해 호주 국익을 저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페어팩스 미디어와 ABC방송이 경쟁하듯 다스티야리-황시앙모 연관 스캔들을 계속 터뜨렸다. 언론 보도 후 턴불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며 상원의원직 사퇴를 압박했다. 

12일 시드니에서 베네롱 유세를 지원한 빌 쇼튼 야당대표와 크리스티나 케닐리 노동당 후보

쇼튼 야당대표의 묵인 아래 노동당 안에서도 사퇴 압력이 제기됐다. 이같은 미디어와 여당의 총공세에 그는 상원의원직 사퇴로 결국 정치권에서 낙마했다.

다스티야리 상원의원이 언론과 여당으로부터 ‘중국계 영향력 행사의 대리인(a Chinese agent of influence)’이란 정치적 낙인이 찍히자 노동당 내부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나왔다.  
11일(월) 캐서린 킹 야당 보건담당 의원은 “다스티야리가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는 코멘트로 노동당 안에서 사퇴 압력을 공론화했다. 그 이면에는 당연히 쇼튼 야당대표의 묵인이 있었다. 12일(화) 조간 신문에 “쇼튼 대표마저 다스티야리 사임을 종용하고 있다”는 압박설 이 보도됐다. 이날 오전 10시반경 다스티야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의원직 사임을 발표했다.  

같은 시각 쇼튼 대표는 시드니 베네롱 보궐선거 유세를 지원했다. 

이란 출생인 다스티야리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주한 이민자다. 시드니 북서부에서 성장했고 버컴힐스고교 졸업 후 시드니법대를 진학했지만 정당 활동에 올인하면서 중퇴했다. 1990년대 중반 법대 재학 중일 때 멜번의 작은 규모의 노조 지도자였던 쇼튼과 인연이 시작됐다. 

다스티야리는 쇼튼에게 소액의 기부금을 요청했는데 쇼튼은 멜번으로 와서 직접 수표를 받아가라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다. 쇼튼은 거대한 조직인 NSW 노동당 우파 계보에서 향후 리더가 될 젊은층과 친분을 원했다.  쇼튼의 이런 노력은 결과를 보였고 이후 다스티야리는 쇼튼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NSW 노동당 우파(right faction)의 실세인 다스티야리는 2013년 줄리아 길러드 총리의 총선 패배와 정계 은퇴 와중에서 쇼튼이 야당 대표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턴불 총리가 비난을 받으면서도 금융권 의회 특검을 수용하는데 1년반이 걸렸다. 반면 쇼튼 야당대표는 다스티야리의 스캔들 보도 이후 13일 만에 그를 낙마시켰다. 이처럼 빠른 속도의 결단는 쇼튼 당 대표가 얼마나 무자비하고(ruthless) 단호하며 한편으로 정치 효율적인지(effective)를 시사하는 것이다.        

쇼튼은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최종 목적인 정권 쟁취를 위해서라면 무자비한 결단력을 행사하는 정치 지도자다. 케빈 러드 총리를 퇴출하고 줄리아 길러드 총리를 옹립하는데 막후 사령관 역할을 했다. 그는 대권 가도의 걸림돌을 가차없이 제거한다. 어제의 우군이었던 다스티야리도 큰 문제에 직면하자 바로 사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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