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롱의 중국계 커뮤니티 분포

‘다스티야리 파문’ 베네롱 보궐선거 ‘변수 가능성’
‘반중 정서’ 호주-중국 관계 악영향 우려

샘 다스티야리의 상원의원 사퇴 발표가 베네롱 보궐선거에서 중국인 커뮤니티의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베네롱은 호주 연방 선거구 중 중국계 유권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약 18-20%선으로 추산된다. 한인 유권자는 3-4%선이다.
  
다스티야리 상원의원은 12일 “노동당과 빌 쇼튼 당대표에 대한 피해를 막기위해 사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의 사퇴로 인해 공석이 될 상원의원 자리는 그가 속한 NSW 노동당의 우파 계보(Right faction)가 승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스티야리 상원의원의 사퇴 발표 직후 베네롱에서 존 알렉산더 후보의 유세를 돕던 줄리 비숍 외교장관은 기자들에게 “알렉산더 후보는 지난 7년 동안 성실하게 지역구 활동을 해 온 챔피언으로서 당연히 재선될 자격이 있다. 반면 노동당의 크리스티나 케닐리 후보는 의석을 쇼핑하러 다니는 정치인”이라고 공격했다. 또 여당 중진 의원들은 “케닐리 후보가 베네롱에서 패배하면 다스티야리가 사임한 상원의원직을 승계할 것”이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크리스티나 케닐리 노동당 후보가 베네롱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빌 쇼튼 야당대표의 영향력으로 케닐리가 다스티야리 후임 상원의원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여권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와관련, 케닐리 후보는 “이런 근거없는 소문은 베네롱 선거에서 여론을 분산시켜 이득을 보려는 턴불 정부의 정치적 꼼수다. 나는 과거에 상원 의석을 제안 받았지만 사양했다”면서 ‘승계 소문’을 부인했다. 

샘 다스티야리의 중국 커넥션

언론, 여당의 ‘다스티야리 실각’ 연합 전선    

다스티야리는 34세의 젊은 나이이지만 탁월한 조직력과 막강한 당내 장악력, 공격적 언변으로 유명한 NSW 노동당 우파 계보의 실세였다. 상원의원 티켓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중국 커넥션’에 휘말려 낙마했다. 중국 기업인들과 유대 관계 때문에 ‘상하이 샘’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는 2016년 총선 켐페인 기간 중 중국 커뮤니티 기자간담회에서 ‘남지나해 영토 분쟁’에 대한 답변이 문제가 됐다. “호주 정부가 미국을 일방 지지하지 말고 중립적인 위치를 견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는 노동당 외교정책을 위배한 것이고 중국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대신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 녹음 발언이 폭로된 뒤 쇼튼 야당대표가 상원 당직에서 해임했다. “황시앙모 유루그룹 회장으로부터 노동당 40만 달러 기부금 철회 압박을 받고 이런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됐다. 또 황 회장에게 해외 여행비(항공비)와 법정 경비 지불을 요청한 것도 폭로됐다.
  
쇼튼 당대표는 다스티야리가 약 6개월 동안 평의원을 지낸 뒤 그를 상원 야당 원내부총무(deputy whip) 겸 소위원회 위원장(committee chairman)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언론들이 다스티야리 추가 스캔들을 폭로했고 턴불 정부가 의원직 사퇴를 압박하는 공세를 취했다.

약 2주 전 페어팩스 미디어는 다스티야리 상원의원이 황 회장 자택을 방문해 그에게 정보기관(ASIO)의 도청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2015년 타냐 플리버섹 야당 외교담당 의원이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가와 면담할 계획이었는데 다스티야리 상원의원이 만나지 말라는 로비를 한 것으로 이번 주 보도됐다. 잇따른 파문 확산으로 베네롱 보궐선거와 노동당이 공격을 받게되자 다스티야리는 결국 상원의원직을 사퇴했다.  

턴불 정부 “반역자, 이중첩자” 맹공

지난 2주 동안 다스티야리 상원의원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집중 공격은 호주 정계에서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턴불 총리와 비숍 외교장관 등 정부 지도부가 직접 나서 ‘반역자(treason)’라는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공격했다. 뒤늦게 비난에 합류한 피터 더튼 이민장관은 ‘이중첩자(a double agent)’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와 관련, 쇼튼 야당대표는 “말콤 턴불 총리가 앞장서 ‘반중국 정서(anti-Chinese sentiment)’를 부채질하고 있다. 턴불 정부가 과민 대응(overreacting)을 하면서 중국 증오심을 선동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노동당 일부 의원들도 다스티야리의 의원직 사퇴를 압박했다. 여야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베네롱 보궐선거가 임박하면서 다스티야리는 12일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같은 호주 여야의 공방전을 지켜 본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 호주의 중국 커뮤니티 매체들도 발끈하며 호주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턴불 총리가 국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앞장서 ‘반중국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드와 관련해 중국이 한국에 취한 보복 조치처럼 향후 호주-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턴불 정부는 ‘외국의 개입법(foreign interference laws)’을 새해 의회에 상정할 계획을 지난주 발표했다. 다스티야리 상원의원 퇴출 파문에 이어 외국의 개입법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 분명해지면서 베네롱에서 중국계(특히 본토 출신) 커뮤니티의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쇼튼 야당대표는 “중국계 커뮤니티는 턴불 총리의 ‘중국 공포심 조장 코멘트(China-phobic comments)’로 인해 당연히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호주의 중국인들은 호주인 우선(Australians first)이다”라고 중국 커뮤니티를 옹호하면서 “정치적 목적 때문에 과민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턴불 정부에게 베네롱 패배는 연립 여당의 하원 과반 확보가 무너지는 동시에 당내 지도력 약화를 의미한다. 9~10일 실시된 뉴스폴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가 50:50의 대등한 초접전 결과가 나왔지만 12일 실시된 페어팩스 리치텔 여론조사에서는 53:47로 알렉산더 후보가 앞선다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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