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일보에서 억울한 사정을 설명한 이모씨.

정부 두 딸 데려가, 재판 시작… 돈 없어 국선변호인 선임
 “외모, 의사소견만 보고 범인 취급, 억울하고 기 막혀” 

시드니에 거주하는 30대 한국인 부부가 소파에서 떨어진 어린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아동학대 혐의자로 몰려 재판을 받는 충격적인 상황에 놓였다.

학생비자로 일주일에 20시간씩 일하며 생활해온 이 부부는 변호사 비용과 통역비 등 상당한 재판비로 인해 재정난까지 극복해야 하는 실정이다.
19일 한호일보를 방문한 엄마 이모씨는 어린 딸로 인해 지금까지 겪고 있는 기막힌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리드컴에 거주하는 이씨와 남편 백모씨는 지난 10월 10일 오후 외출 준비를 하던 중 생후 6개월인 둘째 딸 A양이 소파 위에서 떨어져 어번병원 응급실로 갔다.

백씨가 A양을 소파 위에 눕혀 기저귀를 갈고 나서 3살짜리 큰 딸을 돌보던 이씨와 잠깐 대화하며 한눈을 파는 사이 A양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엄마가 남편으로부터 받아 안은 A양의 몸이 축 늘어졌다. 바닥엔 카펫 위에 뽀로로 매트가 깔려 있었다.

영어가 서툰 이씨 부부는 병원에서 계속 통역사를 이용해야만 했다. 의사는 A양의 CT촬영이 필요하다면서 앰뷸런스를 이용해 웨스트미드병원으로 보냈다.

11일 오후 A양은 MRI 촬영을 했고 백씨는 웨스트미드병원에서 경찰을 만났다. CT촬영과 MRI 촬영 결과, A양의 머리에 약간의 뇌출혈이 있고 안구 뒤 핏줄이 터진 것으로 밝혀졌다.

12일부터 이씨 부부는 웨스트미드병원의 아동복지 담당 책임자와 소아과 의사와 수차례 인터뷰를 했다. 경찰과의 한차례 인터뷰는 비디오로 촬영됐다.

의사 소견과 인터뷰 내용이 딸의 증상과 맞지 않는다면서 A양은 전신 뼈 정밀 스캔 등 다양한 검사를 반복해서 받았다.

17일 주정부 산하 가족커뮤니티서비스부(FACS)의 직원과 경찰이 “법정명령을 집행하러 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면서 서류에 서명을 요구했다. 남편이 아이들을 무조건 못 데려간다고 반발하다가 울면서 사정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씨는 병원에서 아이들과 하룻밤을 재워줄 것을 요청해 허락받았다. 이때 몇년 전에 일했던 식당의 사장에게 전화해 시드니한인회에서 통역을 하는 김모씨와 김모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 이틀 간격 두 딸에게 밥과 모유 배달 = 18일부터 어린 두 딸은 호주인 위탁 가정에 맡기게 됐으며, 이씨는 1주일에 3일, 남편은 1일 아이들을 2시간씩 펜리스의 한 장소에서 면회하고 있다. 이씨는 갈 때마다 큰 딸 먹을 음식과 작은 딸 먹을 모유를 가져다 주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10월 20일 파라마타아동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판사가 이씨 부부에게 각자 변호사를 선임할 것을 지시해 이 씨는 힘들게 국선변호인을 선임했다. 남편을 변론해줄 김 변호사도 국선 신청을 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자신들이 결코 딸을 학대한 적이 없다면서 병원에 갔을 때 통역사들의 잘못된 통역과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190cm 신장과 140kg 몸무게에 짧은 머리를 한 남편의 인상착의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아동학대로 아이들을 빼앗기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는다. 저는 무조건 데리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외모나 의사소견만 보고 아동학대범 취급하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기가 막힌다”고 울먹였다.

그는 아이들을 되찾으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겁나서 애들 병원에 어떻게 데리고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재정난을 꼽으며 “돈이 없으면 애들을 찾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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