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커뮤니티를 위한 ‘전국 통곡의 날’ 항의 시위

턴불 정부 “시민권 선서식 박탈” 위협하며 강력 저지 

다음 주 금요일인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를 앞두고 진보 성향의 군소정당인 녹색당(The Greens)이 날짜 변경을 요구하는 새로운 범국민적 켐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혀 연초부터이 논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리차드 드 나탈리 녹색당 대표는 14일(일) 페어팩스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이미 논쟁이 초래되고 있는 이 이슈를 2018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호주인들은 함께 모여 우리의 훌륭한 다문화와 개방된 자유 사회를 축하하는 날을 원한다. 그러나 1월 26일은 그런 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전국적으로 100명 이상인 녹색당 소속 시의원들과 협조해 날짜 변경안과 공화국 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여년동안 나라를 분열시키고 많은 시민들(원주민들)에게 고통을 주어 온 이 이슈를 호도해 온 것을 중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소속 시의원들에게 날짜 변경 협조 공문을 이미 발송했고 지역사회 단체들을 대상으로 홍보와 설득을 할 계획이다. 

국경일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1788년 영국의 제1함대(the First Fleet)가 시드니만(Sydney Cove)에 도착한 날(1월 26일)을 기념하는 것에서 시작돼 건국일 개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원주민 커뮤니티에게는 토지 등 모든 것을 빼앗긴 ‘통곡의 날(National Day of Mourning)’이다. 날짜 변경을 요구해 온 원주민들은 전국 주도에서 이날 ‘침략의 날(Invasion Day)’ 행진을 해 오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경축일

지난해 멜번 시티 인근의 야라(Yarra)와 데어빈(Darebin), 서호주의 프리맨틀(Fremantle) 카운슬이 날짜 변경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시의회들은 원주민 거주자들과 녹색당 소속 시의원들이 많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야라 카운슬의 아만다 스톤(Amanda Stone) 시의원(녹색당)은 연방 녹색당의 계획을 환영하면서 “이 이슈에서 여야 양당 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족이 가장 실망스럽다. 날짜 변경은 올바른 일이다. 역사가 올바른 행동임을 입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드니에서 통합된 이너 웨스트 카운슬(Inner West council)은 7월 1일 시작되는 호주 원주민 연합 기구 중 하나인 나이독(NAIDOC: National Aboriginal and Islanders Day Observance Committee) 주간에 시민권 수여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호주 정부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또는 9월 17일 ‘호주시민권의 날(Australian Citizenship Day)’의 시민권 선서식을 권장하고 있는데 말콤 턴불 총리는 날짜 변경 요구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이 움직임을 저지하고 있다. 녹색당이 주도한 야라와 데어빈 카운슬의 결의안 통과 후, 턴불 총리는 “결의안의 시민권 선서식을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해 알렉스 호크 이민 차관이 두 카운슬의 시민권 수여식을 취소했다. 턴불 정부는 프리맨틀 카운슬의 시민권 수여식 날짜 변경도 금지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지키기 켐페인’(Save Australia Day campaign)을 런칭한 마크 레이섬(Mark Latham) 전 노동당 대표는 “시티 주변의 엘리트들과 변두리 지역 주민들 사이에 실제 단절(real disconnect)이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공영 ABC 방송의 청소년 라디오인 트리플 제이(Triple J)가 연례 100개 인기곡 순위 선정(annual Hottest 100 music countdown)을 1월 26일에서 27일로 하루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방송국은 원주민 커뮤니티로부터 날짜 변경 요구를 받았고 이틀 설문조사에서 청취자 다수가 날짜 변경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치 피필드 통신장관은 “이같은 결정에 당황했다. 공영 ABC는 이런 논쟁에 절대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