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손실을 납세자 세금으로 보상
소득 해외 이전 등 세법 허점 교묘히 악용

호주에서 활동하는 대기업 5개 중 1개는 최근 3년 간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영 ABC 방송이 국세청(ATO)의 법인세 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 380개 국내외 대기업 중 20% 정도가 적어도 2013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3년간 법인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

호주 국적항공사 콴타스는 관대한 세금 할인, 감가상각, 과거와 미래 수익으로 기업 손실 상쇄 등을 통해 2009년 이래 법인세를 내지 않는 놀라운 경영기법을 유지하고 있다.

버진항공과 자회사 타이거항공,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츠항공, 카타르항공도 적어도 3년간 법인세 납부 실적이 없었다. 이들 항공사들은 이 기간 호주에서 수십억 달러의 항공권을 판매했다.

콴타스항공과 버진항공은 종전의 경영 손실액을 미래 수익으로 무한정 상쇄해주는 호주 세법을 적법하게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에티하드항공도 “호주 법규에 따라 모든 납세 의무를 다했다”고 강변했다. 세무상 헛점 정비가 시급하다.  

에너지기업, 투자은행 등 거액 수익 불구 세금 기피 
호주 가계의 전기료 급등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대표적인 에너지 소매업체인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2016년까지 10년간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 회사는 2016년 6월까지 3년간 170만명 고객으로부터 240억 달러에 육박하는 소득을 올렸지만 법인세는 전무했다.

회사의 대변인은 “2006년 이래 190억 달러상당의 회사 자산을 감가상각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도 상당한 수입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3년간 18억4000만 달러, JP모건체이스도 3년간 22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지만 법인세 납부액은 제로였다.
2개 투자은행은 국제금융위기 충격으로 인한 후유증을 여태 겪고 있다고 해명해 이들의 호주 법인은 당분간 손실 경영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했다.

JP모건체이스는 2013년에 미국의 연방과 주 당국에 130억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지난해 연말 드러났다. 이 벌금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직전 수년간 투자자들을 기만한데 대한 보상 합의가 목적이었다.

이런 벌금액을 호주에서 발생하는 수익에서 손실 처리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자문사, 회계사협회도 회피 
BNP파리바스, 어메리칸익스프레스, 바클레이스은행, 스코틀랜드왕립은행도 3년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BNP파리바스는 잘못된 투자 손실을 납세자 세금으로 보상하게 만들고 있다.

호주 금융서비스업체인 밥콕 앤드 브라운 인터내셔널(Babcock and Brown International)도 3년간 17억 달러의 소득 신고를 했지만 법인세 납부액은 없었다. 호주에서 발생한 소득이 세계 다른 지역에서 운영되는 사업의 세금으로 지출됐다는 것이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도 2016년 6월까지 3년간 85억 달러 소득을 올렸고 2014/15년엔 7100만 달러 수익을 냈지만 최근 4년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도 연구개발비 세금 공제 혜택 등을 이용해 2년간 약 10억 달러의 소득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2016년까지 3년간 법인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은 기업에는 브로드스펙트럼, 블루스코프스틸, 안셀, 암코어(Amcor), 빌라봉인터내셔널, 트랜스어번홀딩스, 맥카이슈거, CSR 등이 포함됐다. 대형 건설사인 렌드리스, 그로콘(Grocon), 스톡랜드, GPT도 법인세를 내지 않은 기업이었다.

경영자문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과 MYOB와 더불어 회계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CAANZ와 CPA도 수억 달러의 소득에도 불구하고 3년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BHP와 리오틴토는 법인세가 17%인 싱가포르의 현지 법인에 철광석이나 석탄을 판매한 뒤, 이들 법인이 상당한 차액을 붙여 중국을 비롯한 수출국에 재판매하면서 호주의 법인세 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세금, 이자 및 벌금으로 BHP에 10억 달러, 리오틴토에 5억 달러 추징을 추진 중이다.

배당이전제, 법인세를 투자자에게 주는 꼴 
배당이전제(dividend imputation system)는 호주 기업들이 법인세를 납부한 뒤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법인세 납부액 만큼의 개인 소득세를 차감하게 해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호주와 뉴질랜드만 유지하고 있는 이 제도는 결국 호주 법인세 수입의 약 3분의1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꼴이다.

호주 세법은 외국 기업이 수익을 서비스 비용으로 해외에 있는 계열사나 모기업으로 이전할 수 있게 허용한다. 또한 외국 기업은 호주에서 과도한 세금 공제를 받기 위해 호주법인에게 상당한 이자나 수수료를 부과한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

이런 세법 규정은 호주법인을 손실 기업으로 만들어 법인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도록 조장할 수 있다.
재무부는 탈세 척결을 위한 탈세전담반(Tax Avoidance Taskforce)에 4년간 6억7900만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자금력 있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얼마나 추징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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