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가정도 노숙자로 내몰려

경제적 취약계층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확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또 이런 빈곤의 고착화는 주로 가계비 급증과 고용불안, 교육 등에 기인한 것으로, 호주가 더 이상 ‘꿈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사회 구호단체 중 하나인 구세군이 살보스(Salvos) 고객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9%는 충분한 양의 식사를 한다는 것이 매일의 큰 도전이며, 66%는 극단적인 주택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자 중 대부분이 하루 14.35달러로 힘겹게 연명하고 있으며, 가정 중 36%는 병에 걸렸어도 어떠한 치료도 할 수 없으며, 34%는 그들이 필요한 약물을 구입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구세군의 리 클리브 씨는 “이번 조사는 호주의 슬픈 단면을 그대로 나타낸다. 아이들은 배가 고픈 채로 학교에 가고, 부모는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한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하며 “호주는 결코 부유한 국가가 아니다. 기회와 이익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았고 일부의 호주인만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많은 이민자가 호주를 ‘꿈의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과거의 유물’이다. 공정한 소득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거 비용 급등에 따른 스트레스로 전국에서 많은 가정이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임대료 인상으로 인해 노숙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선 살보스 고객 중 3분의 2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살 수 있는 형편이 안되며, 4인 가족 중 1명은 하루 세끼 중 한 끼를 굶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료, 생활비 등 가계비용 증가 못 버텨
이런 현실은 ACTU(호주노총)이 광산업 및 건설업 근로자, 청소부 등 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도 대부분 일치한다. 

지난주 발표된 ACTU의 설문 조사에선 응답 근로자 중 3분의 2는 저축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절반 이상은 모기지와 임대료에 힘겨운 생활을 한다고 조사됐다. 특히 가정용 전기요금(68%)과 치과 진료비(66%), 신용카드 채무(53%) 지불에 어려움을 겼고 있다고 답했다.

또 70% 이상의 근로자들이 상사의 기준 근로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초과 근무 지시에도 물가 인상에 따른 생활비 부담으로 더 열심히 일한다고 답했고, 중 59% 이상은 향후 몇 년 이내 직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처해 있다고 나타났다.

샐리 맥마너스 ACTU 사무총장은 “기존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으면 그들은 절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많은 근로자가 물가인상에 따른 생활비 부담으로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다. 공정한 이익분배와 이와 상응하는 임금인상을 원한다”고 밝혔다.

‘빈곤의 고착화’.. 남의 얘기가 아닌 듯 
호주에서도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통하지 않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실례로 고소득 가구의 교육비용은 저소득 가구보다 거의 10배나 높은 비용을 지출한다. 결국 교육의 기회와 투자 비용 차이는 자녀들의 미래 직업에 막대한 영향을 주며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 하고 있다. 

또 2017 호주 가구소득 및 노동역동성(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 , 이하 HILDA) 설문조사 결과, 2015년 소득이 $76,225로 글로벌금융위기 직전인 2009년 $77,411보다도 낮았다. 

호주 옥스팜의 CEO 헬렌 스조키(Helen Szoke)는 "호주인 중 가장 부유한 1%가 호주인의 70%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면서 “대다수 호주인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부유층은 더 풍요해지고 있다. 연방 정부와 호주 기업들은 이 불평등 격차를 줄이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어서 그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 사회 경제 시스템이 대다수의 사람에게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결과는 결국 저소득층 가정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최근 예일 대학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는 인구대비 세계에서 노숙자(임시 숙소, 차에서 생활하는 사람 포함)가 세 번째로 많은 나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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