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한인 업소 근무..고용주 불신 확대  
“저임금 등 법규 위반 관행 개선 시급”
 
‘호주워킹홀리데이 세미나’ 정용문 박사 연구 발표
 
 편집자 주 : 지난달 28일(수) NSW 의사당에서 시드니총영사관이 주최한 ‘호주 워킹홀리데이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에서 사회분석 및 설문조사 전문가인 정용문 박사(UTS대학 리서치 펠로우)가 2017년 NSW와 퀸즐랜드 체류 한인 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이하 워홀러)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 박사의 자료는 첫 번째 본격 설문조사이고 워홀러들의 생활과 인식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로서 관련 통계를 마련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 박사의 연구조사를 정리했다.
 
호주는 지난 1995년 한국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417)협약을 맺은 첫 번재 국가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를 찾는 각국의 청년(이하 워홀러) 수가 감소세를 보임과 동시에 한인 워홀러도 지속적인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2017년 기준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입국한 한인 수는 16,117명으로, 호주와 워킹 홀리데이 협약을 맺은 전 세계 39개국 중 전체 3위(1위 영국, 2위 대만)였다. 2016년(16,808명)보다 약간 줄었다. 
이런 워홀러 감소추세의 원인에 대해 정용문 박사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 협정 국가 증가와 호주 워홀러 이미지 악화, 고물가와 주거비 상승, 워홀러 소득세율 변경 등을 꼽았다.
 
워홀러 평균 연령 25.8세, 거주기간 9.9개월
 
평균 연령 25.8세의 워홀러 307명을 표본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인 워홀러의 호주 거주 기간은 평균 9.9개월로 나타났다. 또 호주를 떠나기 전 워홀러 상태조사에선 풀타임(38.4%)으로 일하거나, 학생(35.5%)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주 워홀 동기에 대해선 비자 인원 제한이 없는 것(54.3%)과 영어 사용국가라는 점(27.5%), 높은 임금(27.2%), 자연환경(17.2%) 등이었다. 또 워홀 목적에 대해선 영어 실력 향상(45.6%), 호주 문화 경험(38.1%), 돈 벌기(26.7%), 호주 여행(22.1%), 해외 거주 기회(20.8%) 등의 대답이 많았다. 또 워홀러 중 86.8%는 호주를 처음 방문했다. 
워홀러의 주거 형태로는 쉐어(84%)가 가장 많았다. 특히 2명 이상 한방을 쓰는 경우도 27.7%에 달했다. 주요 거주지로는 주별 대도시(32.0%), 위성도시(29.2%), 지방도시(7.9%) 순이었다.
 
주 평균 수입 $600,  집세 $163,  생활비 $170 지출 
식당.식품점(41%) 공장(14%) 소매업(8%) 청소(6,6%) 순
워홀러의 주당 평균 수입은 600.3달러였고,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생활비로 충분한 수입(41.7%)이라고 밝혔고, 불충분하다는 답변은 7.2%에 그쳤다. 이와 관련 워홀러 주거비용으로 주당 163.3달러, 다른 생활비용으로 169.9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관련 질문에선 83.4%가 현재 직업을 가지고 있고, 92.8%는 일한 경험이 있었다. 직종별로는 레스토랑과 슈퍼마켓(41.3), 제조업(14.0%), 소매업(8.0%), 청소(6.6%), 육가공(5.6%), 호텔(4.5%), 건설(4.2%) 순이었다. 고용주에 관한 질문에선 62.2%가 한인 고용주들과 일했다고 답했다.
 
풀타임 22.4%…평균 근로시간 주당 33.5시간
근로여건 대체로 만족.. 인종차별, 욕설도 경험
친구 관계 다른 한인워홀러(63%), 교민(15%), 호주인(8%)
근무형태 별로는 풀타임(22.4%)이 가장 많았고,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33.5시간이었다. 평균 임금은 2017년 호주 기준 임금 18.29달러보다 높은 시간당 평균 20.8달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여건(임금, 작업량, 직장내 관계, 근로 환경) 등에 관해서는 전체적으로 만족한다는 답변이 지배적이었지만, 아직도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널리 퍼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과 욕설도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워홀러의 호주 내 일자리 찾기에 대해선 50.7%가 쉽다, 49.3%가 어렵다고 답했다. 호주 도착해서 일자리를 찾는 시간까지는 평균 3.5주가 소요됐다. 1주일 이내에 일자리를 찾았다는 답변이 29.7%였으며, 4주 안에 일자리를 찾았다는 답변도 80.9%였다.
 
세컨드 비자에 관해선 합법적으로 세컨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농장이나 육가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워홀러 35.3% 중 24.3%만이 세컨드 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컨드 비자 신청 이유로는 거주기간 연장(75.7%)과 높은 급여(18.9%)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농장이나 육가공 공장을 다른 워홀러에게 추천해 주겠냐는 질문에는 예(51.7%)가 아니오(47.5%)보다 조금 높았다. 추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노동강도가 세고,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받은 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워홀러의 친구 관계를 살펴보면 같은 한인 워홀러(63%), 호주 거주 한인(15%), 다른 국가 출신 워홀러(11%), 호주인(8%), 기타(3%)로 조사됐다.
 
대부분 돈 버는 일에 시간 투자
‘워킹 + 홀리데이’ 비자 취지 무색
고용주 관리, 취업 지원, 세금완화 등 요구
 
워홀러의 만족도를 살펴보면 89.8%가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87.5%가 워홀 프로그램을 추천한다고 답해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호주인(한인 제외)들과의 소통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부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만약 장기 거주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80.7%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호주 이외의 다른 국가로의 워홀 프로그램에 지원할 계획이라는 답변도 78.6%에 달했다.
워홀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사항으로는 고용주 관리(29.4%), 일자리 찾기 지원(21.6%), 세금 완화(20.9%), 영어교육 지원(10.1%), 안전 및 사고예방 프로그램 지원(7.8%), 주거 지원(5.9%)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 워홀러들은 워홀 프로그램에 대한 구조적, 복합적 단점으로 직업 불안정과 저임금, 노동착취, 한정된 대인 관계, 언어장벽, 조직화의 어려움, 노동조합의 외부 보호, 사회 보장 같은 공공 보호 시스템으로부터의 배제를 꼽았다.
이와 함께 워홀러 인식 개선 방안으론 적극적인 노동시장 참여, 강한 정신력, 삶에 대한 만족도,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호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는 것과 한국과 호주의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한편 워홀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점으로는 수입 활동을 위해 대부분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과 평균 노동시간이 호주 근로자보다 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문제 원인은 저임금과 높은 생활비, 장시간 노동,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인 워홀러의 경우 영어학습(60.9%)과 여행(47.2%)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다른 나라 출신 워홀러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워홀러의 이런 결과는 워홀 프로그램 본질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다. 즉, 워홀 프로그램을 통해서 호주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배운다는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인사회 공동체 인식 부족’ 아쉬움
더불어 워홀러들은 한인사회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워홀러들은 임시 비자 소지자로서의 관계 지속의 어려움과 고용주와 고용인으로서 겪는 관계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또 한인 워홀러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으로는 한인사회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고, 한인 업주들에 대한 불신 및 불만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용 관행이 개선되어야 하며, 고용계약 시 반드시 서면계약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조사에 의하면 현재 고용계약자 중 3분의 1만 서면계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결과 정 박사는 호주 거주 한인들의 워홀러들에 대한 인식 개선도 이뤄져야 하며,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잠재적인 이민자로서의 인식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더불어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일부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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