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해 호주 총리와 정상 회담, 호주동포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2009년 3월 초였으니 벌써 9년 전이다. 
2014년 브리즈번 G20 정상회의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토니 애봇 당시 호주 총리와 약 30분의 약식 회담에 그쳤고 대통령의 호주동포간담회도 없었다.

MB는 2009년 3월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순으로 3개국을 순방했다. 호주는 국빈 방문이었다. 3월 5일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시 및 안보 협력 방안, 녹색 성장 등을 논의했다. 정작 한호 FTA가 발효된 것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4년 12월 중순부터였다.
 
필자는 2009년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서 MB의 호주 국빈 방문 중 주요 행사를 취재했는데 지금도 몇가지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호주 경제인 초청 모임이 시드니 시티의 샹그릴라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렸다. 이 장소는 큰 규모의 컨퍼런스나 비싼 결혼식 장소로도 사용된다. 

한국의 대통령이 호주 경제인들과 만찬을 겸한 연설을 하는 행사였는데 청와대 경호실의 유별난 검색이 눈길을 끌었다. 만찬장 입구에 비행기 탑승 때 사용하는 검색대를 동원해 모든 참석자들의 몸과 가방 검사를 했다. 호주 참석자들이 한편으로 신기한 듯, 또 한편으로는 이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표정을 지었다. 일부는 비웃기도 했다. 필자의 눈에도 분명한 ‘과잉 검색’으로 보였다. 

만찬장 안에서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약 30개의 둥그런 테이블(테이블당 10명 정도 착석)이 놓였는데 거의 모든 테이블에 경호원이나 한국 정부 수행원 1명씩이 배치돼 합석을 했다. 호주 경제인들, 주요 단체장들, 정부 관계자들, 학계 재계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인사 나누고 대화하는 중간에 무거운 표정의 경호원이 끼어 있으니 이를 무시하기도 그렇고 난감한 분위기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자기들끼리 왜 경호원이 테이블마다 앉아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면서 어색한 표정이었다.
 
이어 MB가 연설을 하러 무대로 가자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연단 좌우에 각각 1명씩 2명의 경호원들이 테이블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테이블의 여기저기에서 “오 마이 갓!” 등의 속삭임이 들렸다. 호주인들에게는 마치 아프리카 독재국가 지도자의 연설 장면과 오버랩이 되었던 모양이다. 이런 과잉 경호는 호주와 경제력이 비슷한 중견국인 한국의 대통령과는 전혀 어울리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필자를 비롯한 여러 동포 참석자들도 “이렇게 과도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대화를 하면서 도무지 납득을 못한 기억이 난다.

MB 방호 때 반대 시위는 호주동포간담회가 열린 시티의 한 호텔(힐튼) 주변에서 일부 동포들(십여명)이 'MB OUT‘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조용하게 시위를 한 것이 전부였다. 불상사가 없도록 경찰이 조용히 지켜보았다. 


14일 오전 서초동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MB를 보면서 많은 한국인들은 허탈하고 착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포토라인에 선 전직 대통령의 혐의가 ‘탐욕’이었기에 국민으로서 참담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후 수감돼 구치소에서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자칫하다 전전 대통령마저 비슷한 운명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수 정권 10년의 종결판이 ‘무능과 탐욕’으로 추하게 끝날 것 같아 보인다. 

예상대로 14시간의 검찰 신문에서 MB는 뇌물 수수, 횡령ㆍ탈세, 소송비용 떠넘기기 등 20여 가지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고 한다. 옛 참모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하고 있는데 대통령이었던 사람은 책임을 부하들에게 돌리고 있는 꼴이다. 진실은 증거와 법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때는 어떤 변명으로도 국민들의 용서를 받기 어렵다. 그에 합당한 인과응보가 있을 것이니.. 

한국은 언제 쯤 퇴임 대통령이 국민들의 존경과 칭송을 받으며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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