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

이민 1.5세대 남편  결혼 후 ‘폭군 본색’ 드러내
걸핏하면 주먹질.. 경찰 신고로 악몽 탈피

지난 2월 28일 호주보건복지국 (AIHW)이 가정 폭력과 성폭력에 대해 최초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이상의 여성 6명 중 1명이 현재 또는 전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또는 성폭력을 경험했다. 가정폭력이 더 위험한 이유는 자녀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인 이민가정의 가정폭력 역시 심각하다는 것이 한인 커뮤니티 활동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변영실 RA(릴레이션십스 오스트레일리아) 커뮤니티 빌더스 매니저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3월 9일자)에서  “한인 등 아시안 이민자 가정은 쉬쉬하며 외부의  도움을 꺼려하는 문화(관습) 때문에 가정 폭력 문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호일보는 한인 가정의 가정폭력 이슈를 3회에  걸쳐 특집으로 게재한다.  오늘자 1회는 한인 여성 A씨의 사례를 공개한다. 남편 쪽의 보복을 두려워한 A씨는 익명 등 최대한 보호를 전제로  본지 인터뷰에 응했고 이 자리에는 레디포 석세스(Ready For Success)의 한인컨설턴트 김지현(Mina Kim)씨가 함께했다 - 편집자 주(註) 


현재 30대 중반의 A씨. 2005년 워홀러로  호주에 입국했고  2007년 결혼 후   2016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당시 A씨는  20대였고 외롭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에  이민 1.5세대인 남편(호주 시민권자)을  만났다.  남편은 한 번 이혼 경력이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도 안정됐다. 연애 시절 폭력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용서를 빌었고 결혼하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A씨는 “되돌아보니 당시 내가 너무 어렸다. 외로움 중에 남편이 물질적으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하면서 모든 것을 책임져주니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NSW 가정폭력 신고 핫라인

= 결혼 이후 폭력이 더 심해졌나?
“그렇다.  70년대 사고 방식을 가진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남편은 보수적이었고 결혼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돈을 안 주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 쇼핑, 만남 등 허락되는 것이 거의 없었다.  늘 남편과 함께 쇼핑을 가서 필요한 것을 사야했다.”

= 폭력은 주로 왜 일어나게 되었나?
“굉장히 사소한 이유들이다. 반찬이 소홀하거나 음식이 맛이 없거나 말대꾸를 하거나 일상 속에서 이유없이 늘 일어났다. 폭력의 형태도  음식을 벽에 던지거나 눈에 보이는 것을 다 바닥에 내던지거나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을 부수고 주먹이나 도구로 폭력하고… 중요한 것은 분노나 폭력도 습관이 된다는 사실이다. 고립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분노가 내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 폭력 속에 살면서 왜 그런 생활을 청산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영어도 못하고 운전도 못하고 돈도 없고 어린 애들은 둘이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늘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식한 년. 네가 경찰에 신고할려면 해! 경찰이 네 말을 믿어줄 것 같아? 나하고 이혼하면 바로 추방당한다’는 폭언을 항상 듣고사니 “나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라는 무력감에 빠졌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웠다. 직업도 없고 영어도 못하는 내가 어린 애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맞고 살아도 거기에 길들여져 갔다.”

= 남편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고  결정한 계기는.
“남편이 끊임없이 애들을 따로 불러  나에 대한 나쁜 말들을 하니까  언젠가부터 애들이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다 참을 수 있는데 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들이 엄마를 혐오스러워하고 피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어느 날 집을 다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용기를 내어 경찰에 신고했다.  바로 경찰이 왔고 사진을 다 찍었고 우리 케이스가 법원으로 넘겨졌다.”

당시 경찰에게 A씨가 한 첫 말은 “(경찰이 A씨의 말을 믿지않을 것이라고 남편이 늘 얘기해왔기 때문에) 당신들 내가 한 말을 믿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경찰은 “ 당연하다. 다 믿는다”라고 대답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폭력사례가 법원에 넘어가면  이제 그 문제는 내 손을 떠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된다” 면서 가정폭력이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첫 절차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피해자에게도 보호받을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해자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또 ‘접근금지명령(AVO)’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접근금지명령은 임시숙소,  스타트 세이플리(start safely) 프로그램, 센터링크에서의 수당 등 도움 서비스를 받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 비슷한 상황에 있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협박가운데 막막하겠지만 용기내어 나오라고 권유한다. 한 발 내딛는 순간, 호주법이 피해자를 위해 준비되어있다는데 놀랄 것이다.이런 피해자들의 상황을 다 겪은 누군가 만들어놓았나 싶을 정도로 내가 손을 뻗으면 법과 서비스가 돕기위해  존재하고 있다. 호주의 법 제도에 너무 감사한다.  성경에도 있듯이 두드리면 열린다. 신고 핫라인131 450, 1800 65 64 63 그리고 경찰 등 도움 손길은 많다. 한국어 통역서비스도 가능하다.”

A씨는 현재 다니는 “한인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서  “보호소 등에 있으면서 물품 기구들에 써있던 많은 기독교 단체들의 이름을 보면서 아직도 기독교의 힘이 살아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영어 공부를 더 한 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여성들을 위한 상담사 일을 하고 싶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A씨는 현재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자문을 구해와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자녀, 부부, 연애, 노인, 종교단체 및 직장내 폭력 등에 대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한호일보 1300 1300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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