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더튼 내무장관이 그의 모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난민 프로그램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국제적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남아공 정부는 “농장 살인 사건은 범죄 현상이며 백인 농장주를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더튼 장관의 발언 취소를 요구했다. 

남아공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분리정책)가 끝난 뒤 지난 25년간 농촌 지역에서 꾸준히 지속된 인종범죄로 정치적 대립은 물론 흑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페어팩스 미디어는 “더튼 장관이 시리아 내전과 IS(이슬람국가)와의 전쟁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시리와와 이라크 난민 12,000여 명을 잠재적으로 난민으로 받아들인 것과 마찬가지로 남아공의 백인 농민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더튼 장관은 15일 시드니 라디오 2GB와 대담에서 “나는 우리가 (남아공 백인농부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도주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비자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든 남아공에서 피부나 종교에 따라 박해를 받는다면 우리는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히며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호주사회와 잘 통합되며 호주를 더 나은 국가로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남아공 정부는 더튼 장관의 발언을 즉각 비난했다.

남아공 정부 관계자는 “더튼 장관이 언급한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호주 정부가 외교적 채널을 이용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이런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런 남아공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토지 무상 몰수 허용법안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이 통과하면서 인종 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남아공 전체 인구의 약 8%(4만5000명)에 불과한 백인들은 2016년 기준으로 전체 농지의 73.3%를 소유하고 있다.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종식된 1994년 백인 토지 비율은 85.1%에 달했다. 남아공 흑인(반투족)들은 17세기 이후 네덜란드계 백인 정착민(보어인)과 영국 제국주의에 땅을 빼앗겼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흑인들을 보호구역(반투스탄)으로 쫓아냈고 백인들은 빼앗은 땅에 대규모 농장을 지어 자본을 축적했다. 

이에 남아공 정부는 그간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고 국가 주도의 강력한 토지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흑인들은 백인 정권의 뿌리 깊은 유산을 청산할 기회라며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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