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 아웅산 수치 미안먀 국가자문

17일 수천명 시위.. “노벨상 반납하라” 구호 외쳐

지난 주말(17, 18일) 켄버라에서 열린 호주-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State Counsellor)이 19일 로위국제연구소(Lowy Institute) 연설을 취소했다. 연구소는 켄버라의 미얀마 대사관으로부터 “수치 국가자문이 ‘건강이 좋지 않아서(not feeling well)’ 강연을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힝야족 학살을 방관한 것에 대한 호주 등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이 진짜 취소 이유로 추정된다.

17일 시드니에서 로힝야족 ‘인종청소’ 실태를 규명하라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내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현수막을 펼치고 수치 자문역을 향해 “노벨 평화상(1991년 수상) 반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때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힘써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은 수치 자문역이 지금은 인권탄압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시위대는 아세안 일부 회원국에서 여전히 인권탄압과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1991년 수치 자문역에게 수여된 노벨평화상을 회수하라고 촉구했다. 수치 자문역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불법 이민자’로 간주돼 배척당해 온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경의 인종청소 행위를 방조 혹은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4월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인종청소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시위에 참가한 베트남계 호주인 데이비 응우옌은 “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태국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 각국 정부에 항의하고 확실하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중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17일 회의에서 “미얀마 라카인주(Rakhine State)의 상황은 더는 (미얀마의) 내정 문제로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국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역내 국가들을 위협하는 심각한 안보문제로 비화할 수 있으므로 인도주의적인 프리즘을 통해서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정한 주거지 없이 떠돌고 있는 로힝야족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에 포섭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말콤 턴불 호주 총리도 19일 수치 자문역과의 양자 회담에서 미얀마의 인권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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