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간(페어팩스 사진).

시드니대도 ‘업무 통합교과’ 자체 개설  
보통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 하지만 여기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내는 청년들이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지는 이번 주 호주 청년들의 인턴 기회 잡기 싵태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IT 석사대학원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제이슨 간(27, Jason Gan)은 최근 이력서 작성 및 기업 프레젠테이션 요령을 지도해주고 12주간의 인턴십까지 제공해주는 업체에 무려 2천 달러를 지급했다.

하지만 그는 이 금액이 아깝지 않았다. 다년간의 학업을 마쳤으나 졸업 후인 지난해 1년 내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취직을 못 하면 경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무경력으로 취업은 더 힘들다”며 무보수 인턴 프로그램은 치열한 취업 문턱을 넘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필수 발판이라 믿고 있다.

이는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사회초년생에겐 ‘익숙한 괴로운 현실’이다. 취준생들에게 ‘무보수 인턴십’은 사실상 취업의 기본요건이 됐다. 하지만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했더라도 인턴을 한 회사에서의 정규직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연방 교육부가 작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9세 청년 58%가 지난 5년 안에 무보수 근로 경험이 있으며 그중 70%는 이에 대해 ‘만족’ 또는 ‘매우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또 무보수 인턴직을 경험한 청년들의 13%는 회사가 아닌 중개인(broker) 또는 인턴 알선업체에 수수료를 냈다고 밝혔다. 이는 직업소개소와 고용업체, 창업기업, 교육기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제이슨은 멜번에 위치한 ‘프리미어 산업솔루션’(Premier Industry Solutions, 이하 PIS)이라는 업체에 수수료를 냈다고 밝혔다. 그곳에서 이력서 작성 교육을 받고 좀 더 체계적인 직업소개소이자 PIS의 유일한 고객사인 호주산업취업소개소(Industry Placements Australia, 이하 IPA)로 넘겨졌다. 그후 작은 웹 개발 회사인 ‘퓨처스퀘어드’(Future Squared)에 인턴십을 배정받았다.

토론토대학 학생신문(The Varsity 사진)의 돈 내는 인턴십 삽화.

페어팩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퓨처스퀘어드는 한 번에 10명씩 연간 최대 60명의 인턴을 고용하는 업체이다. 한편 IPA의 심사를 통과한 합격자는 12주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등록비’(admin fee) 990달러를 내야 한다. 

퓨처스퀘어드는 누구에게도 인턴비를 청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턴십은 IPA가 임대한 곳으로 기존 양털 깎는 헛간을 공동작업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한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PIS의 경우, 웹사이트를 둘러보면 도무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실질적 정보가 하나도 없다. 약 12초간의 의미 없는 데모 영상만이 게재되어 있을 뿐이다.

IPA의 잭 클레이플드(Jack Clayfield) 사장은 PIS는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별개의 회사로 학생들의 신원확인 및 선발절차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턴권리 지지단체인 호주인턴협회(Interns Australia)의 잭 켄싱턴-에반 회장은 “무보수 직장 첫 출근에 천 달러 청구서를 받아봐야 한다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갈수록 악화하는 호주 청년인턴 실태의 심각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 관련 업체들은 오히려 대학교들이 인턴십 프로그램 교과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이 많은 학비를 부과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실제 호주 대학들은 인턴십이 요구되는 학위 이수에 있어 ‘학습-업무 통합교과’(work-integrated learning)가 접목된 과목에 800~2000달러의 학비를 부과하고 있다. 즉, 일하기 위해 돈을 낸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시드니대에서 인턴십 통합과목에 등록된 학생 수는 무려 3만 4천 여명이었다. 호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시드니대학은 심지어 자체적으로 ‘통합 학문적’(interdisciplinary) 인턴십 과목을 개설했다. 정부와 산업, 지역사회에서 발생 가능한 실질적 문제점들을 조사하고 토론한다는 명목하에 개설된 해당 교과목에 올해 약 1000명의 학생이 등록했다. 

시드니대 핍 패티슨 부총장은 “인턴십 중점 교과목에 학비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고용회사와 제휴를 맺는데 생각보다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부의 경우 교과목 개설비보다 더 많은 금액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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