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열린 RA(Relationships Australia)의 커뮤니티 빌더스가 주관한 ‘종교지도자들과 가정가족폭력 엑스포'. 15명의 한인을 포함, 약 80여명의 소수민족 종교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5개월 72건 상담 중 25건(약 35%) 한인 관련
한호일보는 3회에 걸쳐 한인사회의 가정폭력 실태를 진단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 사례가 게재됐고 이번 주는 원인 분석, 전문가 의견, 지원 및 상당 서비스 등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註)  
 
가정폭력 피해자와 자녀들은 얼마나 되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16년 한 해 가정폭력 건으로 호주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은 약 26만4천28건으로 매주 평균 5천건 정도다. 이는 2분마다 1건 발생하는 셈이다. 또 2015년 발표된 충격적인 통계에 따르면 매주 1명의 여성이 현재 또는 과거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지난 2회동안 한인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가정폭력의 작은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인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실상을 파악하기란 쉽지않다.  RA(릴레이션십스 오스트레일리아) 커뮤니티 빌더스의 변영실 매니저는 “서로 쉽게 알 수 있는 좁은 지역사회에서 자신들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외부의 도움을 꺼려하는 문화때문에 가정폭력문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20여년  경력의 한 동포 상담가는 “상담 내용 중 가족문제, 특히 부부문제가 대부분이고 가정폭력은 30%를 차지한다. 이민자로서의 삶이 안정적이지 않다보니 인내심을 잃고 대화로 잘 해결이 안되니까 폭력을 쓰는 것 같다. 요즘은 재정 및 교육수준도 높아지면서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기를 더 어려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담의 핵심은 상담자들에게 위로와 정보를 주는 것 뿐아니라 이혼을 결심했더라도 최선의 결정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갖도록 유도하고 가정을 다시 세워나가도록 도와주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은 부부를 포함한 커플, 부모와 자식간, 자녀사이 그리고 친척 등 가정구성원과 호주에서는 쉐어생을 포함, 한 지붕아래서 벌어지는 폭력도 가정폭력의 범주에 포함된다. 또 폭력에는 폭언, 무시, 모욕과 같은 언어 폭력과 무관심과 냉담으로 대하는 등의 정서적 학대 또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동의없이 임의로 재산을 처분하는 등의 재정적 폭력 그리고 성폭력도 포함된다. 
흔히 한국인들의 경우 신체폭력 이외 외상이 남지않은 폭력은 피해자들 스스로도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동일하게 취급한다. 다행히 그동안 증거자료로 채택되지 않던 폭력발생 상황에서의 사진이나 동영상과 녹음내용도 이제 법원에서 증거자료로 채택된다.
 
 

‘가정폭력/이혼 게시판’을 통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상담을 하는 한인커뮤니티 싸이트 중의 하나에서는 한 달에 5건 정도 사례가 올라오는데 주로 물리적 폭력을 포함, 언어 감정적 폭력으로 이혼을 하겠다는 것과 이혼 변호사 문의 등이 주를 이룬다. 

웨스트라이드 소재 노던센터의 주은미씨는 “2017년 11월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 5개월동안 모두 72건의 상담건 수가 있었는데 그  중 26건이 가정폭력 관련이다. 한국인 상담 건수는 72건 중 25건으로 주로 이혼, 별거, 가정폭력 관련 내용이었다”면서 “35%정도가 한인이라는 것은 어려움을 겪고있는 가정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화적 갈등에 돈 문제 겹쳐..관계 악화 ”
피해 여성들 ‘보수적 가치관’ 압박 사례 빈번 
 
한인사회 가정폭력의 유형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유학생, 여행자, 워홀러 여성들과 호주 이민자 가정의 자녀, 즉  1.5세나 2세 남성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확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레디포라이프(Ready for Life) 팀의 김지현(Mina Kim)한인컨설턴트는 “외국에서의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 신분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안정된 신분의 동포 남자와 가정을 이루는 경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문화적 차이가 충돌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문화적 갈등에 언어, 재정적 문제까지 겹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트 싱클레어(Cate Sinclair) 노던센터 대표는 “중국과 한인 커뮤니티는 시댁과의  문제가 부부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안정된 시댁일수록 경찰에 신고하거나 이혼할 경우 재정지원을 끊겠다거나 자녀 양육권을 주지않겠다는 등의 위협을 하는 사례가 많다.  결과적으로 이민자 가정에서의 피해 여성은 전통적, 보수적 가치관이 주는 무게로 인한 짐을 더 지고 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던센터, 변호사  법률상담 큰 호응
 
그렇다면 가정폭력이 일어날 때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먼저 호주한인복지회 등 한인 커뮤니티 안에 상담기관이 있고 호주의 정부/ 비정부 기관들도 많다. 또 비영리 정부기관으로 한인 거주자가 많은 라이드• 헌터스 힐• 레인코브• 노스 시드니• 쿠링가이•혼스비 지역을 담당하는 노던센터는 가정폭력 상담 및 관련 전문기관과의 연결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법률서비스나 심리상담, 피해자 보호소 안내, 한인 싱글맘을 위해 가톨릭케어(Catholic Care)에서 진행하는 ‘긴급 단기 재정지원(Emergency relief )’ 서비스와 연결해주고 있다. 특히 헌트앤헌트(Hunt&Hunt)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진행하는 법률상담은 매우 실제적인 서비스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매주 목요일 1시 15분-5시 45분까지 사전예약자 6명에게 상담을 해주고 무료 차일드케어 및 전화를 통한 통역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신변의 위협이 가해지는 등 위험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은 반드시 출동하게 되어 있으며 출동 시 피해자와 가해자 인터뷰, 현장 사진 등 증거를 확보하고 접근금지명령(AVO)을 발부한다. 특히 가정폭력이 진행 중이며 경찰에 신고가 되어있고 거주할 곳이 없을 경우, 정부주택 신청 우선권이 주어져서 빠르게는 몇달 내에 정부주택의 입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만약 피해자의 파트너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로 피해자를 후원할 경우, 영주권 비자 이전 2년동안 임시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파트너와의 관계가 끝날 경우, 가능한 빨리 법률자문을 얻어야하며 ’가정폭력이 있거나 파트너와의 사이에 자녀가 있거나 파트너 사망 시’  영주권 비자를 받을 수 있다. 
 
• AVO (Apprehended Violence Order)란?
흔히 접근금지 명령이라고 알고있지만 명백히 말하자면 접근금지 명령과는 조금 다르다. AVO는 일반적으로 접근 및 폭행과 스토킹, 위협 금지 등이 포함되고 추가로 연락과 기물파손, 인터넷 글 게시 금지 등도 포함될 수 있다. 
AVO 는 ADVO와 APVO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ADVO (Apprehended Domestic Violence Order)란 가정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의 사건으로 인해 신청인이 피고인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낄 때 신청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신청인은 증인이 되며 경찰이 모든 진행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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