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인 최순실

끝나지 않은 ‘세월호’…상처는 ‘국민 몫’

소문만 무성했던 한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이 부분적으로 풀렸다. 

그동안 숨겨졌던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이 드러나자 곳곳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무렵부터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지시해 수요일엔 공식 일정을 잡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통상 공식 일정을 마치면 곧바로 관저에 복귀해 관저에서 업무를 보는 근무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받고 관저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 및 위기관리센터는 언론이 참사소식을 보도한 오전 9시경부터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오전 10시 9분 세월호는 좌현으로 73.8도 기울어 전복됐다. 사실상 선체 내부 생존자에 대한 즉각적인 구조가 불투명해진 시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오전 10시 22분쯤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통화에서 세월호 사고 발생을 처음으로 인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대통령은 안봉근 전 비서관이 10시 20분쯤 관저에서 여러 차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래요?"라며 이날 처음으로 침실 밖으로 나왔다. 안 전 비서관은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합니다"라고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침실로 되돌아가 10시 22분쯤 김 전 실장과 통화하며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화로 지시한 후에도 내내 침실에 머물다 오후 2시 15분쯤 최순실씨,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 함께 45분가량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결정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머리 등을 손질했으며, 준비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은 오후 4시 33분께 관저를 출발해 오후 5시 15 분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중대본에 도착했다.

비선 실세 은폐 급급했던 대통령..큰 실망감 

이런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이 밝혀지자 여야는 물론 국민의 실망감이 크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지만 실망감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훈 4•16 유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고 장준형 군 아버지)은 “이번 수사결과 내용은 유가족 대부분이 예상하고 있던 범위였기에 ‘역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라와 국민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인데 그 역할에 대해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의문이다. 실망감이 크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와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았고 국가는 단 한 명의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무엇보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박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 진상을 밝히는 것보다 비선 실세와 만남을 감추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세월호 박근혜 탓 아니다”
지방선거 ‘보수 세력 결집’ 겨냥 

한편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검찰에 의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의원 일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한국당 의원들의 잇딴 발언은 사실상 보수우익 결집을 위한 일종의 구호 성격이 짙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세월호가 빠지고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못 구한 게 아니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제천과 밀양 화재 참사 등을 거론하며 “세월호보다 훨씬 잘못된 현장대응 능력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보 위기, 경제 청년실업 위기, 사회주의 체제 변혁 시도에 지금 자유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며 “체제 위기를 느낀 국민들이 저들(여당)을 지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대표는 “민심이 과연 어떤지 확인해 보자. ‘혁신, 우 혁신’으로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난 한국당 후보들을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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