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가을이 오긴 했는데, 아직도 너무 덥지? 더울 땐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니?
J : 아이스크림이요.
H : 쥬스랑 슬러쉬요.
M : 냉면이요.
T : 너희들이 얘기했듯이, 사람들은 더울 땐 물놀이를 하거나, 시원한 음식을 먹으면서 더위를 식히곤 한단다. 다음 그림을 보고 어떤 그림인지 얘기해볼래?
J : 강가에서 물놀이도 하고 고기도 잡아요.
D : 남자아이가 수박 모자를 쓰고 있어요.
H : 할아버지들은 발을 물에 담그고 부채질을 해요.
M : 밤에 불을 켜놓고 할아버지가 주무세요. 모기한테 물릴 것 같아요. 
T : 아주 자세히 봤구나.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더운 날 강가에서 물놀이하고, 밤에는 ‘수박서리’도 했단다.
M : 수박서리가 뭐예요?
T : 오른쪽 그림에서 주무시는 할아버지는 수박 농장 주인이고,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곳은 ‘원두막’이라고 해. 개구쟁이 아이들이 밤에 할아버지네 수박 농장에서 몰래 숨어 들어가서 수박을 훔쳐 먹는 거지. 들키면....!! 화가 난 할아버지가 소리치면서 쫓아오셔서 혼을 내신단다. 
D : 주먹으로 막 쳐서 수박을 깨뜨려먹어요? 주먹이 많이 아플텐데..
T : 글쎄...만약 주먹으로 힘껏 쳤는데도 안 깨지면...땅에 살짝 떨어뜨려도 되지 않을까?^^ 한 가지 더, 옛날 사람들은 에어컨이 없어도 여름을 시원하게 지내려고 아주 신기한 물건들을 많이 만들었단다. 사진을 보고 무엇인지 맞춰보렴.

J : 길게 생긴 건 나무로 만든 쿠션같아요. 아저씨가 꼭 껴안고 자고 있어요. 나도 침대 옆에 이렇게 긴 쿠션이 있어요.
D : 스프링처럼 생긴 자켓 같아요. 아이언맨 수트처럼 생겼어요.
M : 더운 날 입는 구멍 난 옷 같아요.
H : 그런데 이 옷을 입으면 몸이 다 보여서 창피할 것 같아요.
T : 그림 속 아저씨가 꼬옥 껴안고 있는 것은 ‘죽부인’이라고 해. 대나무로 만든 길다란 물건인데, 더운 날 껴안고 자면 아주 시원하거든. 예쁜 부인처럼 꼭 껴안고 자려고 이름을 대나무[竹]로 만든 부인[죽부인]이라고 지었단다. 그리고 스프링처럼 생긴 자켓도 대나무로 만든 것이고, ‘등거리’라고 해. 이렇게 뼈대처럼 만든 대나무를 몸에 걸치고, 그 위에 옷을 입으면 땀이 나더라도 몸에 달라붙지 않았어. 그럼 수수께끼 하나 낼게 맞춰보렴. 옛날 사람들도 여름에 얼음을 먹었을까?
D : 아니요.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었잖아요. 
T : 사실 우리나라에는 1500년 전부터 냉장고가 있었단다.^^
J : 진짜요? 우리엄마가 어렸을 때 냉장고 나왔다고 하던데요.
T : 그럼 사진으로 확인해 볼까?
T : 왼쪽 사진은 바깥에서 본 모양이고, 오른쪽 사진은 내부의 사진이란다. 
M : 으음...이건 냉장고처럼 안 생겼는데요.
H : 왕의 무덤 같아요. 
D : 돌로 만든 이글루 같아요.
J : 동굴처럼 생겼어요.
T : 이건 얼음을 저장하기 위해서 돌로 만든 창고란다. 그래서 이름이 ‘석빙고(石氷庫)’야. 돌(석), 얼음(빙), 창고(고)라는 한자를 썼지. 505년 신라시대 지증왕은 너무 더위를 많이 타는 임금님이셨어. 그래서 신하들에게 겨울에 얼음을 캐서, 여름까지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라고 명령하셨지.
H : 너무 어려웠을 거 같아요. 얼음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다 녹아버리잖아요.
T : 맞아. 신하들이 해결책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럼 이제 석빙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지증왕의 신하들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서 ①길이 12m, 높이5m, 너비 5m 크기로 돌창고를 만들었어. ②바람이 들어오는 방향에 문을 만들어서, 겨울에 찬바람이 창고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지. ③또한 바닥을 언덕처럼 경사지게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물이 녹으면 밑으로 흘러가도록 했단다. ④또한 얼음을 차곡차곡 쌓아놓을 때, 얼음 사이사이에 볏짚을 놓아서 잘 녹지 않도록 했단다. 신하들이 만든 멋진 냉장고 석빙고 덕분에 지증왕은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면서 백성들을 아주 잘 다스리셨어.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석빙고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냉장고처럼 얼음을 만들어내지는 못해. 다만 겨울에 강가에 얼어있는 얼음을 두껍게 잘라서 녹지 않도록 잘 보관하는 냉장고였어. 
M : 우와! 그럼 농부들이 제일 많이 얼음을 먹었나요? 더운 날씨에 밖에서 일하니까 덥잖아요.
T : M이 정말 좋은 질문을 했네. 사실 우리나라에는 얼음 창고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얼음이 아주 귀했단다. 그래서 일반 백성들은 얼음을 거의 먹지 못했어. 다만 아주 더운 날, 가끔 임금님이 더위에 사람들이 지치지 않도록 격려해주기 위해서 얼음을 주었을 뿐이야. 아주 특별한 일이었지. 지금 우리가 매일매일 먹을 수 있는 얼음이 옛날에는 그만큼 신기하고 귀중했던 음식이었다는 거 기억하자^^.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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