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1일부터 호주 소비자법 (Australian Consumer Law)에 추가되어 발효 중인 불공정 표준 계약서 무효제도는 연방 기구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 (ACCC)와 호주증권투자위원회 (ASIC), 그리고 각 주 (State/Territory) 단위 감독 기관들의 지속적인 계도와 제도 집행의 결과로 여러 산업군에 있어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 말하는 표준계약서란 소비자 개개인에 특화된 계약이 아닌 기업과 다수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체결하는 획일적이고 공통된 내용의 계약서로써 통상적으로 계약서 내용에 대한 협상이 허용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서명하던가 아니면 계약할 수 없는 식 (take it or leave it basis)으로 계약 체결이 이루어집니다.
표준계약서는 전기, 통신, 가스와 같은 유틸리티 서비스 가입시, 피트니스 센터, 항공사, 금융 융자, 자동차 딜러와의 계약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는데,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계약서를 상세히 읽지 않고 서명하거나 계약서 내용 중 일부 불합리한 조항이 있더라도 상품 구매 또는 서비스 이용을 위해 어쩔수 없이 서명하는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이 법의 적용을 받아 불공정한 계약으로 판단되는 조항의 예시로, 해당 조항이 계약 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에 있어 심각한 불균형(significant imbalance)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거나, 합리적 수준 이상으로 일방의 권리를 불필요하게 보호하려 하거나, 일방에게 금전적 또는 다른 어떤 방식으로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조항 등이 있습니다.
표준계약서의 조항이 불공정한지 아닌지의 판단은 궁극적으로 법원에 달려있는데 소비자 개인이 직접 소송을 제기하거나 ACCC 또는 ASIC이 나서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 의해 표준계약서 상의 특정 조항이 불공정하다고 선언될 경우 해당 조항은 무효로 처리되며 이 경우 소비자가 이미 계약서에 서명을 했더라도 계약 이행 의무가 없습니다. 단, 무효가 된 조항들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만으로 계약 이행이 가능할 경우 나머지 조항들은 유효하게 적용됩니다.
주의할 점은 이 제도가 모든 소비자 표준계약서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법률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의 조항이거나 배송 관련 계약(shipping contracts), 그리고 보험계약법(Insurance Contacts Act 1984 (Cth)의 적용을 받는 보험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16년 11월 12일 부터는 이 제도가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맺는 표준계약에서 기업 간 계약 중 소기업(small business)이 당사자인 표준계약에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소기업은 계약 체결 당시 종업원 수가 20인 이하 사업장에 한정되는데 정기적으로 근무하는 임시직 근무자도 종업원 수 산정시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법의 적용범위는 계약시 납부해야 할 금액이 $300,000 이하이거나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계약의 경우 금액이 100만 달러 이하인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호주 소비자법 제25조에서는 불공정한 계약의 예로, 일방만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거나, 제공되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성질을 일방만이 임의로 변경할 수 있거나, 일방이 지불 금액을 변경할 수 있는 것들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소기업 표준계약과 관련된 법원의 케이스는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 v JJ Richards & Sons Pty Ltd [2017] FCA 1224 가 현재까지 유일합니다. 이 케이스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약이 자동갱신되도록 한 조항과, JJ Richards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 그리고 JJ Richards가 서비스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도 이 회사에 아무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한 조항 등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들이 계약 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에 있어 심각한 불균형(significant imbalance)을 초래하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판시했고 관련 조항들을 모두 무효처리 했습니다.
ACCC는 이 제도의 시행 이후 여러 업계의 영향력 있는 기업들의 표준계약서들을 검토한 후 수정을 요구했는데, 이런 계도의 결과로Uber, Fairfax Media, Jetts Fitness, Sensis 와 같은 기업들이 표준계약서를 자진해서 수정했습니다. 이 중 Sensis는 자사 표준계약서 내용 중 계약기간 자동연장과 관련하여 좀 더 명료하게 수정함과 동시에 갱신일이 다가온 고객들에게 의무적으로 자동갱신과 관련된 내용을 통보하도록 하는데 동의했습니다. 은행들을 감독하는 ASIC도 시중 은행들이 사용하는 표준계약서를 살펴본 후 불공정한 조항으로 의심되는 조항들의 수정을 요구해 관철했습니다.
이 법의 적용범위는 매우 넓어서 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경우 계약 상대가 불공정한 표준계약서의 서명을 요구한다면 직접 시정을 요청하거나 ACCC/ASIC에 고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서명한 계약이라도 이 법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되면 무효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행의무가 없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려는 중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이 법의 내용을 숙지하시어 사용하시려는 표준계약서를 정밀하게 검토한 후 문제가 될 만한 조항을 사전에 수정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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