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NSW 북부 포트맥쿼리 소재 찰스스튜어트대학의 도서관을 숙소 삼아 생활하던 유학생 6명이 학교측으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았다. 유학생들이 시드니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대 인근에 임대주택 구입이 어려워지자 대학시설을 무단 이용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호주유학생협회는 “유학생들이 처음엔 대학 인근의 호스텔이나 에어비엔비에 머물지만 기한이 지나면 노숙자가 된다. 그들은 대학 캠퍼스나 도서관에 체류하는 것을 더 안전하게 느낀다”고 밝혔다.

호주 유학생의 끔찍한 주거 실상은 오래 전부터 심각했다. 거실, 욕실, 발코니까지 침실로 이용하며 방 2개짜리 주택에 10명 가까이 ‘벌집동거’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몇 년 전 멜번에선 거실과 발코니에 친 텐트를 주당 90-130달러에 임대하는 한국어 온라인 셰어 광고가 나와 충격을 주었다.

벌집동거는 유학생을 착취하고 화재 발생 등 예기치 못한 사태 발생 위험이 동반되는 불법행위다. 행정당국이 수시로 단속을 강조하고 주의를 당부하지만 주기적으로 문제가 터지는 고질병이 되고 있다. 이제 유학생들 입장에선 노숙자 보다는 벌집동거라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게 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가격과 임대비로 인해 외국인인 유학생의 임대주택 구입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유학생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높은 임대비가 문제다. 게다가 불확실한 신분으로 인해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외면하는 측면도 있다.

일부 유학생들은 임대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본국에서 임차할 주택이나 방을 미리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요금을 지불한 뒤 호주에 도착한 뒤 실제 주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호주는 유학생들이 급증하는 반면 이들이 이용가능한 기숙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저렴한 임대 주택은 급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젊은 유학생들은 점점 질 낮은 숙소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유학생 주택난은 호주의 세번째 수출산업인 유학산업의 이미지 훼손과 국가의 위상 추락으로 연결된다.

유학생 주택난의 일차적인 책임은 유학생 본인에게 있다. 유학생이 자신의 재정능력과 호주의 주거비 실태를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고 유학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주의 대학과 정부도 책임이 있다. 유학산업을 통해 상당한 수입을 얻는 입장에서 유학생은 각국을 대표하는 소중한 고객이다.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유학산업을 운영, 감독하는 막중한 역할까지 수행한다. 장래가 촉망되는 외국인 손님을 초청해놓고 잠잘 곳도 없다면 국가적인 결례이자 수치다. 정부는 사상 최대 유학생 기록을 떠벌리기 건에 기본을 돌아봐야 한다. 기본적인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다면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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