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한국 MBC 방송 화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린 사실이 알려져 `물벼락 갑질` 논란을 빚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에 대한 외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며칠 동안 수천명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한항공의 회사 사명에서 ‘대한’을 제외하고, 태극 문양을 로고에 사용하지 못 하도록 해달라고 보도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이어 호주 언론 디 오스트레일리안, 뉴스닷컴, 시드니모닝헤럴드 등도 이번 사태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디 오스트레일리안지는 16일 조현민 전무를 “ ‘땅콩 분노(Nut rage)’, 상속녀의 여동생”으로 소개하며, 조 전무가 대한항공 임직원 메일로 사과문을 보내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었다’고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신문은 2014년 12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현민 전무가 ‘복수’를 다짐하는 트윗을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보낸 적이 있다는 과거 행적도 소개했다. 또  대한항공 3개 노조가 조 전문의 사퇴를 촉구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도 조 전무에 대한 경찰의 조사착수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하며 ‘과거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그 뜻을 풀이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대한항공 또 파워하라 소동…’땅콩사건‘의 여동생“이라는 제목으로 조 전무 갑질 논란을 소개했다. ‘파워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조합한 일본식 조어로, 상사에 의한 부하 괴롭힘을 가리는 말이다. 후지TV도  관련 내용을 보도했으며, 이 회사 계열 후지뉴스네트워크는 인터넷판 뉴스에서 “언니 ‘땅콩 여왕’에 이어 이번에는 동생 ‘물 끼얹기 여왕’”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대한 ‘명칭회수’ 국민청원 이어 내부폭로 빗발

이와 관련 ‘대한항공 사명 변경’을 요구하는 여론도 빗발치고 있다.

16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 전무의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100여건 가량 게시됐다. 지난 13일 “대한항공 개인회사의 ‘대한’, 영문명 ‘Korean air’ 의 명칭 사용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사흘 만에 참여인원 4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해당 청원인은 “오너 일가의 갑질 폭력이 수시로 일어나고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개인기업 때문에 해당 뉴스를 접하게 되는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그와 같다고 인식할 수 있는 소지가 너무 크다”며 “‘대한’과 태극문양 로고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대한은 KOREAN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칭”이라며 “대한항공의 명칭 변경 고려 및 경영관련 철저한 내부 조사를 부탁드린다”고 주장했다.

이런 청원운동과 맞물려 조현민 전무의 갑질에 대한 추가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조현민, 대한항공 직원에게 욕설 음성파일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에 해당 음성파일을 첨부해 공개했다.

대한항공 직원에게 제보받은 것이라고 밝힌 이 음성파일에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이 고성을 지르며 누군가를 질책하는 육성이 담겨 있다.

이 여성은 "에이 XX 찍어준 건 뭐야 그럼"이라며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질렀고, "누가 몰라? 여기 사람 없는 거?", "됐어, 가"라고 쏘아붙였다. 이후에도 이 여성은 흥분한 목소리로 "몇 번을 얘기해", "그만하라 그랬지!", "나도 미치겠어. 진짜", "어휴 열 받아 진짜" 등 소리를 지르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해당 기사는 이 음성파일을 녹음한 직원이 "대한항공 본사에 있는 집무실에서 조 전무가 간부급 직원에게 욕을 하고 화를 내던 상황"이라며 "매우 일상적인 일이었다" 말했다고 전했다.

또 대한항공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앱에는 "조 전무는 소속 부서 팀장들에게 심한 욕설을 일삼았고, 최근 1년여간 3∼4번 팀장을 갈아치우는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어 "매년 (조 전무) 생일 때 마다 소속 직원들은 비공식적으로 '생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조 전무의 심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선물과 재롱잔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조현민 갑질 비난…
추미애  “조양호 일가에 국적기 명예 부여할지 검토해야”

한편 정치권도 이번 사태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조전무의 ‘갑질 논란’과 관련, “정부는 조양호 일가에 대해 과연 국적기 명예를 부여하는 게 마땅한지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당국은 엄격한 법 집행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책임감 대신 천박함으로 일관하면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분명한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며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는 전부 물의를 일으켰다. 조현민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상임선대위원장도 “'대한항공(Korean Air)'이라고 하는 명칭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계속 부여해야 하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사주 일가에서 계속해서 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더 이상 대한이라고 하는 용어를 쓸 수 없다는 법적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조 전무의 폭언은 일상사였고, 갑질 이상의 폭력이었다”고 비판하며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길은 조씨 형제들이 대한항공과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밖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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