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도박 기계

호주인 성인 1인당 연간 $1128  손실 
슬롯머신 경마 복권 등 사회 곳곳 확산 

한호일보는 가정폭력에 이어 ‘한인사회 진단’ 두번 째 기획으로 도박 문제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도박 중독은 돈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 이혼 등 가정파탄, 폭력, 사기, 우울증, 살인과 자살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한다. 

1회는 ‘호주, 도박국가 세계1위’, 2회는 ‘동포 사회와 다른 커뮤니티의 도박 중독 사례’,  3회는 ‘도박 상담가 등 전문가 진단을  통한 대안’ 순서로 게재된다. - 편집자 주(註) 

도박 중독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도박상담 전문가들은 “이혼이나  사업위기가 아니다.  도박을 못하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의 중독성이 얼마나 지독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도박이 언급될 때마다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흔히  미국이 대표적인 도박국가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1인당 도박 지출비 1위는  호주다. 도박을 자주하는 꾼들(most prolific gamblers)이 가장 많은 나라도 호주다. 

전 세계 슬롯머신의 20%가 호주에 있고 전국 슬롯머신의 절반이 NSW에 집중돼 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1위 도박 도시는 라스베가스가 아닌 ‘시드니’인 셈이다.  동네의 RSL클럽, 스포츠클럽 어디를 가도  쉽게 슬롯머신을 볼 수 있는 곳이 호주다. 

H2 도박캐피털(H2 Gambling Capital)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호주인들은 성인 1 인당 평균 $1,128 을 도박으로 지출해  ‘전세계 최고 도박손실액’을 기록했다. 그 뒤로 싱가포르, 아일랜드, 캐나다, 핀랜드 순이다. 

$1,128은 1 년의 도박손실액을 성인 인구로 나눈 값이다. 일명 ‘포키스(pokies)’로 불리는 포커머신, 슬롯 머신, 경마와 카지노, 로또(복권)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도박에서 잃는 손실액 전체 금액이 포함된다.

시드니 남서부의 페어필드 주민들은2015-16 년 80 억 달러 이상을 도박에 지출했다. 이는 주민 1 인당  무려 4 만 달러를 의미한다.

호주 도박 통계(Australian Gambling Statistics)에 따르면 호주인 총 도박 지출액은  2013-14년 211억1400만 달러에서 2014-15년 227억3,400만 달러로 7.7% 증가했다. 

대체적으로 전체 도박 중 오즈 로토 (Oz Lotto), 파워볼(Powerball)과 같은 복권 유형 게임 (lottery-type game)이 30%로 가장 많았고 포커머신이 뒤를 이었다. 2017 년 한 달 동안만 성인의 8% 정도가 슬롯머신에서 도박을 했다.

도박,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환경’ 
호주를 도박중독 사회로 몰고가는데에는 전국에 널려있는 19만 6천대라는 막대한 규모의 전자 슬롯 머신이 한 몫을 한다. 서호주를 제외하고는 호주에서는 슬롯머신이 카지노 뿐만아니라 길거리의 술집과  클럽에 대량으로 보급되어 있어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면 쉽게 도박을 할 수 있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찰스 리빙스톤 모나시대 공중 보건 및 예방 의학 선임 연구원은 “호주에서는 거의 모든 곳에(on almost every street corner) 슬롯머신이 있다.  베팅행위는 코케인과 같은 약물흡입 시 나오는 도파민을 방출하기 때문에 슬롯머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중독에 빠지도록 설계되어있다.  순간의 즐거움을 주는 대신  돈을 모두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1주 1회정도 재미삼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의 3분의 1은 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시드니대 시드니 도박치료 클리닉 (Sydney Gambling Treatment Clinic)의 크리스토퍼 헌트 임상심리학자는 “도박이 경마, 크리켓, AFL 등 온라인 스포츠 베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도박꾼들이 남성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도박은 성별, 연령, 인종에 상관없이 널리 퍼져있다. 왜냐하면 쉽고 용이한 접근성 때문이다. 경마는 어떤 말에 베팅을 할 것인지 등 생각이 필요하지만 슬롯머신은 앉아서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2012년 연방도박 규제안 도입을 시도한 앤드류 윌키 연방 하원의원(무소속)은 "대다수 포키스는 한 게임당 3초 정도의 짧은 순간에 수천달러를 딸 수도 있다는 착각을 하도록 만든다. 호주에서 5 명의 도박 중독자 중 4 명이 포키 머신 중독이다. 중독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성인 1인당 연간 도박 지출액

시드니 스타 카지노  ‘구급차’ 자주 출동
멜번에 있는 카운슬의 공무원으로 도박중독에 빠져 직장도 잃고 부부관계도  파탄에 이른 케이트 솜머빌(Kate Sommerville)은  "도박집착은 모든 정상적인 삶을 빼앗는다. 식사를 수시로 걸르는 것은 물론이고 불면증에 심지어 새벽 2 ~ 3시를 넘어 밤새워  호텔에서 도박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상당히 괜챦은 직업을 가진 나의그런 모습이 충격적이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중독성을 설명했다.

‘도박꾼들의 낙원’으로 불리는 시드니의 스타 카지노에 들어가면 네온 등으로 장식된 객실에서 슬럿머신이 번짝이며 유혹한다. 하지만 카지노 밖에는 구급차를 흔히 볼 수 있다. 정신질환적 이상 행위, 약물과다 복용, 자살 시도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긴급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6년 ABC방송은 “시드니의 스타시티는 2012년 개점이래 연평균 173대의 앰뷸런스가 출동했다”고 보도했다.

UCLA도박 연구 프로그램(UCLA Gambling Studies Program) 은 “도박중독자의 경우 고혈압, 수면 부족, 심혈관 질환 및 위궤양같은 스트레스관련 질병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도박의 사회적 부담도 물론 크다. ANU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범죄, 이혼, 가정 폭력, 자살 등이 도박과의 관련이 깊다"고 밝혔다.

최대도박국가라는 오명과 도박으로 인한 개인의 삶 파탄과 이로인한 높은 사회적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왜 호주정부는 이 심각한 사안에 눈을 감는 것일까?

무서운 도박중독..뒷짐진 정부, 왜 ?
도박산업에서 들어오는 세금때문이다.

정치가들이나 도박반대 시민단체들의 도박규제법안이 난항을 겪는 것도 도박산업체들의 강력한 반대도 있지만 특히 정부와 도박업계간의  ‘돈으로 맺어진 밀월관계’ 때문이다.  

NSW와  빅토리아는 도박을 통해 매년 약 20 억 달러를 거두어들인다.

도박업체들은 도박규제법안이 통과되지못하도록 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다.  즉 정치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자금을 안기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킨다.

윌키 의원은 “여기에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 존재한다. 공동체를 지킬 의무가 있는 정부가 도박산업에서 거두어들이는 ‘검은 돈’을 사용해서 지역사회 복지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호주에서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47억 달러이며  도박으로인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20억달러다. 아이러니하지않은가? 이는 처음에는 돈이 모아지는 것 같지만 나중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  결과적으로 손해인  ‘거짓 경제(false economy)”라고 비난했다

“도박 기계, 이용자 착각하도록 고안돼”
모리스블랙번 획기적인 소송 진행

현재 모리스 블랙번 로펌은 카지노 크라운 멜번과 포커 장비제조회사인 아리스토크레트 테크놀로지(Aristocrat Technologies)를 상대로 연방 법원에 획기적인 소송을 벌이고 있다.

모리스 블랙번은 “포키스 기계가 도박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착각하도록 고안됐다. 이는 포커 기계 제조사 및 도박장이 갖고 있는 사기성,  잘못된 정보 제공 및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에 빠지게하는 부당한 행위가 개입되어 있다. 기계 자체가 잃었을 때조차도 빛과 소리로 도박하는 사람을 이겼다고 착각하도록 위장하고 있다. 도박 산업계가  도박의 해로운 영향을 알고 있지만 오히려 도박에서 헤어나오지못하도록 사람들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게이밍 테크놀로지 연합은 "포커 머신은 호주인들이 책임있게 즐길 수있는 ‘합법적인 레크리에이션 활동’이다. 우리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7년 9월 CNN기자가 쓴 ‘도박국가, 호주’라는 기사에서는 호주 클럽대표 등 도박산업 관계자 뿐만 아니라 빅토리아 소비 생활 및 주류 규정 장관이나 NSW레이싱부 장관 등 정치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의 대부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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