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햇살은 아열대 도시의 열기를 가라앉히며 서늘해진 바람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더 높아진 푸른 하늘은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소음에서 생기를 얻는다. 매일 만나는 친구들과 끝도 없는 화제를 풀어내며 수다를 떠는 십대 청소년들의 싱싱한 젊음이 부러워질 때도 있다.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듣다보면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학생들을 통해서 지나간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그들의 눈을 통해서 보는 세상은 덜 성숙되었지만 아직은 때가 묻지를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회의 어두운 뒷면보다 밝은 모습을 더 많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호주의 십대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신문 통계를 읽은 적이 있다. 사회의 흐름이 너무 급변하기 때문에 제대로 따라 잡을 수 없는 자신감의 결여가 문제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정신적인 성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약의 유혹에 빠져드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거래를 통해서 쉽게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현실이 무섭기만 하다. 정신건강 센터에 통역을 나갔을 때, 마약 중독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환자의 증상을 듣고 몹시 놀랐다. 정신분열 증세가 생길 수 있는데 환자에게 환청이 들리고 혼자 중얼거리며 누군가가 자신을 죽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성격마저 공격적으로 변하며 다른 사람을 먼저 공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십대 청소년 자녀들을 가진 가정에서는 그들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라는 사실적인 현실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학교분위기의 조성 또한 필수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어린 한국유학생 한명이 사고를 쳐서 이민부에서 강제 출국을 당했다. 15살의 남학생이 주말의 오후에 친구 두 명과 함께 차량 행렬이 많은 도로의 다리 난간위에 앉아서 지나가는 버스에 밀가루를 뿌렸다. 부근에 있던 경찰이 그 모습을 보고 청소년들이 마약가루를 뿌린다고 착각해서 현행범으로 체포했었다고 한다. 철이 덜든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 비자와 학교등록이 바로 취소되었다. 호주정부가 마약에 얼마나 민감한지 매일 전해지는 뉴스를 보면서 그 심각성을 잘 알고 있어야 했다. 한 순간의 영웅심리 같은 장난기가 그 아이에게는 평생 달고 다닐 상처로 남게 되었다.  

호주에 유학을 온 십대 청소년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몇 개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낯선 땅에 온 것일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 나는 최선을 다해서 유학생활을 잘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큰 갈등 없이 유학생활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간다. 하이스쿨의 유학생들은 낯선 문화권에서 영어로 인한 언어의 장벽 때문에 힘들게 공부를 하며 평범하지 않은 십대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인 십대를 갈등하고 좌절하기보다는 힘차게 도전하며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 11학년과 12학년 학생들에게는 네가 정말 좋아하고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라는 충고를 해준다. 부모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 직업군은 대체로 명예와 직위 돈을 잘 벌 수 있는 지를 우선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그들과 친구처럼 같이 놀아주기도 하면서 때로는 엄하게 훈계하는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본다.  

IB 디플로마 과정에 글쓰기 시험( Writing Test)이 포함된다.  다섯 가지의 다른 옵션 주제 중에서 한 가지만 골라서 500자 이상의 글을 써야한다. 옵션 중의 한 토픽이 ‘문화적 다양성’인데 다민족 사회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조사를 시켜서 발표도 하고 에세이를 쓰도록 과제를 내어준다. 학생들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의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고, 음식도 먹어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균형 있는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명쾌한 답을 적는다.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 하나(One)가 될 수 있는 멋진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기특하게 여겨진다. 그들이 만들어 나갈 미래의 아름다운 세상을 보며 살고 싶다. 모든 십대 청소년들, 특히 유학생활을 하는 한국학생들에게 꼬~~옥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남 눈치 너무 보지 말고 나만의 빛깔을 찾으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 
"순간순간 사랑하고, 순간순간 행복하세요. 
 그 순간이 모여 당신의 인생이 됩니다. "
-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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