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통 공룡 이마트는 ‘노브랜드(No Brand)’라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없다라는 의미의 단어를 오히려 브랜드화한 경우인데, 이마트의 자체 개발 상품, 즉PB (Private Brand)가 201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캐나다의 롭로 컴패니(Loblaw Companies Limited)의 노네임(No Name)이라는 PB 브랜드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마트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노브랜드 상품은 포장지도 이마트의 브랜드 색과 통일하기 위해 황색을 사용하고 겉면에 작은 글씨를 없애 ‘노브랜드’라는 문자를 크고 단순하게 배치함으로써 파격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는 매년 약 500%씩 성장하여 이마트의 주력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전국에 산재한 이마트 매장 뿐만 아니라 노브랜드 상품만을 모아놓은 노브랜드 매장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점포수가 올해 100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PB 상품이란 유통사가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납품받아 매장에서 판매만 하던 기존 방식이 아니라 거꾸로 유통사가 제품을 기획해서 제조사에게 제작을 의뢰해 유통사의 이름으로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생산한 제품들은 유통사 입맛에 맞게 제작할 수 있고 제조사의 포장 및 마케팅 비용이 부가되지 않아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습니다. 

상표의 가장 큰 기능은 출처표시 기능입니다. 즉, 상표를 보면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고, 다른 생산자 또는 공급자의 제품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산자들은 자신의 상표 가치 향상을 위해 제품개발 및 마케팅 활동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런데 제품 포장지에서 생산자의 상표가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껍데기 없이 알맹이의 품질만 놓고 판단하므로 화려한 색상의 포장 광고에 현혹될 일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내용물 중 일부가 빠졌다고 해도 본인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손이 가게 마련입니다. 한편, 유통사의 입장에서는 PB상품이 이렇게 인기가 좋다면 더 이상 완제품을 제조사로부터 구입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PB 상품을 기획해서 생산만 하는 업체를 찾을 것입니다. 즉, 원하는 제조사만 골라 입맛에 맞게 제품을 위탁 생산함으로써 유통사는 마진을 극대화할 수 있어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더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 소규모 제조사들은 유통업체에 더욱 목을 매게 되고 제품의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는 한 결국 거대 유통사의 생산기지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이제 한국에서 ‘이마트’와 ‘노브랜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등가관계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황색의 노브랜드 마크가 붙은 상품을 보면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일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만일 이마트의 경쟁사가 자체 PB 상품에 ‘노브랜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나서면 어떨까요?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노브랜드’라는 단어는 브랜드가 없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홈플러스 노브랜드, 하나로마트 노브랜드라는 식으로 사용한다 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마트는 노브랜드라는 단어와 관련된 여러 상표들을 이미 등록했고 현재도 계속적으로 출원하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출원한 상표들의 면면을 보면 한글 ‘노브랜드’, 영문 ‘No Brand’의 단독 상표 및 종달새 모양의 로고,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슬로건까지 결합된 상표 등 매우 다양하고 지정상품 및 서비스류도 많습니다. 

한국의 한 경제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주)노브랜드라는 한 의류업체가 이마트를 상대로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고 합니다. 특허심판원에서는 (주)노브랜드가 이미 등록했던 의류 관련 등록상표가 이마트의 것과 유사하다고 판단해 결국 이마트의 상표를 무효처리 처분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노브랜드’ 명칭을 의류 상품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대체 상표로 ‘데이즈’라는 명칭을 육성한다고 합니다. 이마트가 상표로 등록하고자 하는 품목 및 서비스가 수백가지가 넘으므로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상표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호주에서도 2018년 초 이마트가 총20개의 카테고리에 노브랜드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지정상품과 서비스를 살펴보면 유통할 수 있는 거의 전품목이라 할 수 있는데, 페인트, 세제, 건강식품, 화장품, 기계공구, 히터, 자동차 부품, 출판물, 주방기구,  화장품, 스포츠용품, 의류, 식품, 술, 도소매업 등을 총 망라합니다. 이마트가 호주에 상표를 출원한 것은 호주 내에서 상표권을 미리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실제 호주에 출점할 의사가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울워스, 콜스, 알디 등 쟁쟁한 유통사와의 경쟁이 쉽지는 않겠지만 만일 이마트가 호주의 유통시장에 진출한다면 한국의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호주 내 동포기업 제품의 판로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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