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진단’ 두번 째 기획으로 도박 중독문제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도박 중독은 돈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 이혼 등 가정파탄, 폭력, 사기, 우울증, 살인과 자살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한다.
지난 주 ‘호주, 도박국가 세계1위’에 이어 이번 주는 ‘한인 및 타민족 도박 중독 사례(1)’를, 다음 주에는 ‘도박중독자 피해 가족 및 중독 극복사례 그리고 전문가 제안’ 순서로 게재한다. – 편집자 주(註)

 “외로워서, 심심해서 가본 곳..
이젠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빠져”

동포 여성 30대 A씨는 두 자녀를 둔 싱글맘이다. 생활력도 강했고 경제관념도 철저했던 A씨는 원래 도박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었다. 결혼 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결혼 후에는 이국 땅에서 자녀를 키우며 나름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남편과 이혼 후 본인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길로 들어섰다.

기자는 가정주부로서 도박에 많은 돈을 잃었고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도박을 하고 있는 그녀가 일반인들과는 무언가 좀 다른 면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A씨를 만났다. 하지만 23일 4시간 정도 A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너무나 정상적인 그녀의 모습이 약간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자신이 도박중독자라는 사실과 또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인식한다는 점에서는 정상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혼란스러웠다. “해서는 안되면 끊으면 되지”는  일반인들의 생각이고 “해서는 안되지만 끊을 수 없다는 것”이 도박중독자들의 생각인 것이다. 

Q처음 도박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도박장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 아이 둘을 데리고 남편과 살던 집에서 나왔을 즈음이었다. 남편 한 사람 의지하고 시작한 이민생활이었는데 이혼를 하면서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다. 친구들은 남편과 함께 살면서 집을 사고 자녀교육 등에 열심인데 이혼한 나는 그들과 상황이 다르다보니  점점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멀리하게 됐다. 

심심해서, 외로워서, 그냥 시간 때우고자 한 번 가본 곳이었다. 그렇게 한 두번 30센트로 시작하면서 10분정도만 하자, 그러다 10불 정도 잃으면 부담도 안되고 그 정도 따도  기분좋은 소소한 금액을 가지고 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간 것이 일주일에 3-4번으로 규칙성을 갖게 되면서 방문횟수와 머무는시간도 그리고 그만큼 배팅금액도 늘어갔다. 도박장의 정기고객회원도 되었고 포인트도 쌓이면서 이런저런 혜택도 받고 이벤트에서 어쩌다 잭팟도 터뜨리니 잃은 돈이 훨씬 많지만 점점 빠져들게 된 것이다.”

A씨는 “무엇보다 담배를 시작했는데 실내에서도 정말 눈치보지 않고 흡연을 할 수 있는 곳이 도박장이다.  특히 폭염이 기승하는 여름에는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담배도 피우고 시원한 음료수까지 무료로 주니 이보다 시간보내기 좋은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임대비 탕진 후 다시 도박장으로..  
Q 외로움에서 시작했는데 도박장에 가니 더 이상 외롭지 않던가?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고 자주 가다보니 반가워해주고. 무엇보다 친구들은 멀어졌지만 도박장에서 자주 보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친구들보다 더 편해졌다. 남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을 나누는, ‘공동의식같은 것’이 형성된 것이다.  잃으면 위로해주고 따면 축하해주고 같이 밥도 먹고 서로의 집도 방문했다. 뜸하다싶으면 서로 왜 안오냐고 안부전화도 하는 사이가 됐다.” 

Q가장 많이 잃은 금액이 얼마인가?
“하루에 6000달러를 잃은 적도 있다. 미쳤다.” 

“중독자들, 외롭고 불안하고 
대화 상대 없는 사람들 많아”

Q그동안 잃은 돈이 상당할 것 같다.
“처음에는 베팅 금액을 일일이 기록하고 그랬는데 언젠가부터 그렇게 하지않았다. 괴로우니까. 알면 뭐하겠나? 하지만 한국 통장에 모아놓은 돈도 다 없어졌고 주변에서 돈을 많이 꾸었다. 그러다 이제 사채까지 끌어다 쓴다. 도박하기 위해서 빌린다기 보다는 임대비 등 꼭 필요한 돈을 도박에다 써버렸으니 임대비는 내야하니까 사채까지 손을 댄 것이다. 원금은 못갚고 이자만 갚는 식이다. 
‘돈을 갚기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 그런 생각을 왜 안하겠는가. 그래도 돈이 생기면 도박장으로 간다.”

Q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잘될 때의 쾌감, 빈손으로 가고 싶지 않은 마음,  잃은 것에 대한 본전 생각으로 가는 것 같다.”

Q 본인을 중독자라고 생각하나?
“자제하지못하니까 분명 중독자라고 생각한다.  잠 못자고 밥도 안먹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고 있지않나. 확실히 병은 병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 다 딸거라는 생각보다는 어제 또는 그 전에 잃은 것 반만이라도 회수해야지, 아니면 조금만 놀다가야지하는 마음으로 계속 도박장을 찾을 것이다. 30센트 넣어서 계속 잃다가 가져온 돈도 없고 해서 그만 일어났는데 그 다음 사람이 60센트 넣더니 잭팟이 터지는 경우를 봤다. 그런 것을 보면 몹시 아쉬우면서 베팅액이 더 컸더라면… 이런 생각을 당연히 하게된다. 그러다 마침 돈이 있는 날 베팅을 높여봤는데 잭팟이 터진 것이다. 베팅액이 자꾸 높아가는 수순이다.” 

 “쉽게 도박할 수 있는 환경은 정부 책임”
“카지노로 제한하면 중독자 줄어들 것”

A씨는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도박을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부부가 함께 와서 또는 남편이 하고 아내는 옆에서 구경만하는 사람 등 건전하게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중독자들 중에는 불안하고 외롭고 말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헤어지면서 “상담가를 만나볼 의향이 있냐”는 말에 그녀는 “도움이 될까?”라고 반문하면서도 “그래도 만나보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다. 그러면서 “어제도 또 사고를 쳤다”고 한다. “임대비를 도박에 써버렸다는 것”이다.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하지만 내 힘으로 안된다”는 그녀는 “호주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지켜야 할 정부가 왜 이렇게 곳곳에 포커머신을 갖다놓고 너무나 쉽게 도박을 접할 수 있도록 도박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차라리 카지노같은 일정한 곳에 가야만 할 수 있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동네 어디서나 맘만 먹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만 아니었어도 도박중독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A씨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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