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불가’ 외쳐온 턴불 정부 내년 총선서 심판받아야

금융권 특검을 통해 거대 금융 기업들이 고객을 약탈해온 탐욕스런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돈벌이에 눈먼 호주 금융계가 장막 뒤에서 탈법을 자행한 현실 앞에 국민들은 충격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케네스 헤인 위원장이 이끄는 은행 퇴직연금 및 금융서비스산업 부정행위에 대한 특검이 공개청문회를 시작한지 3주만에 폭로되는 고객착취 행위는 호주가 정말 금융 선진국이 맞는지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AMP는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은 고객에게 자문료를 청구했으며, 커먼웰스은행은 숨진 고객에게 10년 이상 자문료를 부과했다. 웨스트팩은행은 사업체를 구입할 수 있게 200만 달러 대출을 약속하고 소유 주택을 매각하게 만든 뒤, 수수료 수만 달러만 챙기고 대출 불가를 선언해 고객의 인생을 망쳤다. 재무설계사들이 사리사욕에 눈먼 결과다.

주택대출과 금융상품 판매 관련 사기와 뇌물수수, 서류조작과 무자격자 대출, 감독기관에 허위 보고와 부정 은폐 등 기존에 폭로된 각종 비리와 함께 금융권의 ‘비리 백화점’을 보는 것 같다.

특검은 금융계가 고객의 신뢰를 팽개치고 국가의 규범을 무시한 완전 실패한 제도하에 있음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충격에 빠진 호주시회는 비상이 걸렸다. 이지경이 되도록 정부나 사정기관은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2016년 4월부터 노동당의 금융권 특검 도입 요구를 2년 가까이 묵살해온 자유국민연립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금융권의 미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안을 20일 긴급 발표했다. 

형사법 위반시 개인은 최대 10년 징역형과 94만5000달러 또는 얻은 수익이나 기피한 손실의 3배 중 큰 금액의 벌금형에 처한다. 기업은 최대 945만 달러나 얻은 수익의 3배 또는 연매출의 10% 벌금형에 처하며 벌금 한도는 2억1000만 달러다.

민사법 위반시 개인은 최대 105만 달러 또는 얻은 수익이나 기피한 손실의 3배 벌금에 처한다. 기업은 최대 105만달러, 얻은 수익이나 기피한 손실의 3배 또는 기업 연매출의 10%가 벌금으로 부과된다. 또한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에 허위나 기만적인 정보를 제공한 개인은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한다.

말콤 턴불 총리와 바나비 조이스 전 부총리 등 대부분의 고위 각료들은 금융권 특검이 더 빨리 구성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특검 구성에 반대한 정부의 잘못을 시인했다. 매티어스 코만 예산부 장관은 특검의 1년 연장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민당 의원들은 공룡기업이 된 4대은행 분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고객 주머니를 털어온 은행과 금융권을 감싸온 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바쁘다. 정부는 은행의 각종 부정행위 노출에도 금융권 신뢰 훼손과 불필요한 돈 낭비를 이유로 특검 불가를 외쳐왔다.

금융권 특검은 내년 연방총선 직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불법 부정행위가 추가로 드러날지 모른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금융권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권을 비호한 정부에게 메스를 맡겨도 될지 의문이다. 내년 총선이 판단할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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