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멜번에서 시위자들이 은행의 위법행위자를 실형으로 처벌하라는 푯말을 들고 있다

“악성 조직문화 척결해야 범죄 줄어들 것”  

[특검에서 드러난 주요 비리 행위]
• AMP: 재무서비스(자문)을 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했고 ASIC(호주증권투자감독원)에 20여건의 허위 보고를 했다. 
• 코먼웰스은행: 사망한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계속 부과했다.  

• 웨스트팩은행: 퇴직 부부가 은행 직원의 권유로 B&B 숙박용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집을 매각했지만 대출 불가 판정을 받아 결국 집을 빼앗겼다.  

ASIC는 AMP를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에 이미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AMP는 이번 사태로 고객들에게 사과를 했고 크레이그 멜러 최고경영자가 즉각 물러났다. 지나친 이익 증대 행위가 결국 위법으로 이어졌고 주가와 기업 이미지가 동반 추락했다. 3개 국내외 로펌이 AMP를 상대로 주주들의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스콧 모리슨 재무장관은 AMP와 코먼웰스은행의 위법 사례와 관련해 “형사범죄의 처벌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먼웰스은행은 수만 건의 돈세탁을 적발하지 못한 스캔들로 이미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AMP와 코먼웰스은행은 회사법(the Corporations Act)이 요구한 ASIC 정보 제공 및 보고 의무에 대한 실패를 인정했다. 회사법과 연방 형사법에 따르면 정부 기관에 대한 허위보고는 형사범죄 행위가 된다. 재무상담서비스 면허를 소지한 회사와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반드시 ‘효율적이고 정직하며 공정하게’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한 행위는 정직, 공정, 효율성을 모두 위반하는 범법 행위다.  

AMP와 코먼웰스은행은 민사상으로는 위법과 관련해 면허의 최대 20년 취소가 가능하고 벌금은 최대 20만 달러가 부과될 수 있다. 형사법상으로 ASIC 허위 정보 제공은 12개월 이상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고 금융사기로 처벌될 수 있다.  

특검을 통해 드러난 주요 비리 사례는 일종의 ‘화이트칼러 범죄(white collar crime)’인데 호주에서도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에서 UBS 직원이 런던은행간금리(LIBOR) 조작 혐의로 2015년 14년형 처벌을 받았다. 2016년 은행 직원이 2년9개월형 판결을 받은 다른 사례도 있다.

특검 검사인 로웨나 오 법정변호사

“턴불 정부 특검 반대, 지연 사과해야”

4대 은행과 AMP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 또는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는 가운데 말콤 턴불 정부가 왜 총력을 다해 특검 출범에 반대해 왔는지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의 불법 행위 피해자들과 이들의 스토리를 보도한 경제전문 기자들이 우선적으로 특검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나섰고 노동당은 이를 지지했다. 자유-국민 연립 여당은 당론으로 강력 반대했지만 일부 국민당 평의원들은 특검 가동을 요구했다. 존 윌리암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부 여당 평의원들이 ‘금융권 특검 불가’ 당론을 거부하고 야당의 특검 발의안에 동조할 것임을 공표하고 나서자 지난해 후반 턴불 정부가 할 수 없이 특검 출범에 동의했다.  

턴불 총리와 함께 앞장서 특검 가동에 반대했던 스콧 모리슨 재무장관은 특검을 통해 충격적인 일부 비리가 드러나자 “장관들이 정부 에이전시의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다. 한 예로 경찰청 장관이 모든 형사 사건의 수사에 대해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는 비유를 들면서 “특검을 통해 드러난 비리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쟁점은 누구도 모든 금융기관들의 사안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광범위한 위법행위(broad malfeasance)가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 여러 번에 걸친 과거 의회 청문회,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례 보도, 여당 안에서 일부 의원들의 문제 제기 등을 통해 충분한 관련 증거가 드러났지만 여당이 묵살하며 특검 가동에 반대하면서 ASIC의 감독으로 충분하다는 억지를 부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턴불 정부는 분명한 해명을 하거나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리 오드와이어 금융서비스 장관은 22일 ABC의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특검 출범 지연은 정부의 잘못 아닌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채 “금융권 특검을 출범시킨 것은 턴불 정부다. 드러난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말로 빈축을 샀다.
빌 쇼튼 야당대표가 요구하는 피해자 배상 또는 보상 문제는 특검을 통해 최종적으로 정부 건의안에 포함될 수 있다. 
 
대형 은행들은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을 교체할 수 있지만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서 불법도 감수할 수 있다는 ‘조직의 문화(organisation’s culture)’가 변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경영진에서 기업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ASIC도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중요한 사회 이슈에 대해 계속 책임을 지지 않으려하면 불신과 더불어 유권자들의 분노가 커진다. 정부가 ‘불편한 사실’에 대해 뻔뻔하게 인정하지 않는 경우 사과를 나중으로 미룰수록 파장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금융권 특검 파문은 내년 총선 때 턴불 정부에게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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