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봄이 왔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온다. 가을은 조락의 계절이지만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봄에 씨를 뿌리면 꽃샘 바람에 부대끼면서 얼었던 대지에 뿌리를 내리며 새싹을 틔운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태풍과 폭우가 몰아치는 여름을 통해 알알이 열매를 영글게 하여 가을에 수확한다.

단군 이래 최초로 열린 평창 동계 올림픽에 남북한 선수단이 참가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을 심고 봄이 성큼 다가 왔다.
고국의 봄은 남북 정상 회담을 시작으로 한미 정상,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는 스케줄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 전쟁은 3년 후인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정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이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자유, 공산 양진영의 대립에서 파생된 냉전 갈등이 폭발한 사례로 분석된다.
휴전이란 종전이 아니라 전쟁이 일시 정지된 상태인데 한국 전쟁은 65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불안정한 휴전 협정으로 아슬아슬 버텨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인류는 전쟁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에게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한국 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고죽이는 처참한,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되는 비극이었다. 이 전쟁으로 남북한 전사자가 장병과 민간인 포함해서 240만 명이라는 어마 어마한 인명이 희생됐다. 또한 1천만명의 이산가족이 발생하여 현재도 애간장을 끊게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희생자는 장병과 민간인 합해 2천 8백30만명, 2차 세계대전 희생자 6천2백만여명으로 집계된 기록이 전해진다.
전쟁의 희생자는 85%가 민간인으로 밝혀지고 있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적으로 전쟁 발발 원인을 분석해 보면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과 적개심의 표출로 볼 수 있다. 이기심은 자국 지상주의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병탐하는 제국주의는 자국민의 복지와 행복을 가져오기는커녕 하나뿐인 고귀한 생명을 잃게 하는 결말을 초래했던 것이다.

적개심으로는 독재자 집단이 관변 어용 언론으로 하여금 국민의 원한과 적개심을 부추겨 전쟁을 선동했던 것이다.
판문점 휴전 협정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 통일을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대해서 남한이 휴전 당사자이면서도 회담 참여를 보이콧해서 미국, 북한, 중국 세 나라만이 협정 문서에 서명한 진기록을 남겼다.

현재 남북한은 북한군 1백만명, 남한군 50만명의 병력이 최첨단 무기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하여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이제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 정세가 전쟁에서 평화로 전환되고 있다. 2018년 4월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의 도보 다리 위에 있는 의자에 단둘이 앉아 30여분 동안 담화하는 장면을 보고 필자는 감회가 남달랐다.

1972년 최초의 남북적십자회담 준비위원회가 열린 판문점에 서울 D일보 기자 신분으로 취재했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당시 필자는 남북한 대화로 통일이 가까워 올 것으로 예견하고 취재하면서 얼마나 설랬던가?

그래서였을까? 이번의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악수 장면을 보고도 별 감흥이 나지않았던 것은 그동안 몇차례의 공동선언문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남북 화해와 평화 번영을 약속하는 이번 판문점 선언은 지켜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유로는 첫째, 김정은을 역사를 통찰하는 영리한 지도자로 평가한다. 왜냐하면 동독이 망하고 독일이 통일된 것은 서독의 힘이 아니라 동독 국민들의 저항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서독 간의 국민 소득의 격차가 동독 주민 불만의 주원인임을 간파한 김정은이 유엔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북한 경제가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현실을 핵무기로 해결할 수 없고 경제를 살려야 왕조체재 지속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둘 다 국내외 상황이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후유증과 남다른 행보로 국내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긋고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과 ICBM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셋째, 문 대통령(1953년생)과 김 위원장(1984년생)은 6.25전쟁에 직접 참전하거나 참관한 체험이 없는 전후 세대이기 때문에 전쟁 후유증인 상대방에 대한 뼈에 사무친 원한이나 적개심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전과 평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할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총력을 기울여 만든 핵무기를 폐기하겠느냐는 의혹에 필자도 동의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발표한 핵실험 중단과 실험장 폐쇄를 선언한데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사실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보유에 목적이 있는 무기인 것이다. 만에 하나 북한이 핵무기를 어딘가에 숨겨두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ICAC (국제원자력기구)의 철저한 감시 시스템이 가동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어제 뉴욕에 사는 친구 A 목사에게서 온 카톡을 소개한다.
조선시대 말엽에 조선에 온 미국 선교사가 궁금해서 물었다.
"머리에 이상한 모자를 쓰고 있는데 그게 무엇이요?”
"갓이요."
"아니 갓이라니 갓(GOD)은 하나님인데 조선 백성들은 머리에 하나님을 모시고 다니는 축복 받는 사람들이요. 또 나라 이름이 조선이라고 하니 초우즌 피플(Chosen People)은 동방의 선민이요."

문득 애국가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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