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 도박중독자가 많고 그 가족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하면서 이스트우드 도박장 3곳을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현장에서라면 도박중독자들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인터뷰 대상자를 찾기 위해서  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직원들로부터 얻을 수 있지않을까라는 기대도 했다. 

도박중독을 극복한  K씨(본보 5월 4일자 보도)는 “동네 어디서나 포커머신을 접할 수 있어 호주는 도박에 빠지기에 너무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호주가 1인당 도박비 지출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집 기사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야 없겠지만 기자가 취재를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발언이었다. 

‘호주, 도박국가 1위’라는 사실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은 어느정도일까? 개인적 연줄을 통한 ‘비공식’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주로 카톡을 이용했다. 동포 단체 중 코윈(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3개의 한인  교회 구역모임, 지인들의 단톡방 등 모두 106명이 참여했다. 

질문 1은 ‘호주가 도박국가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와 질문 2는 ‘혹시 주변에 도박중독자나 피해가족이 있는가?’였다. 1번 질문에 106명 중 78명이 “몰랐다”고 답변했다. 2번 질문에서 지인 중 도박중독자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25명이나 됐다.  놀라운 반응이었다. 

호주가 도박 세계 1위라는 오명이 있는만큼 도박에 빠지기 쉽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가정에서부터 자녀나 배우자가 도박에 손을 대지 않도록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이라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취재 중 도박장에서 만난 20대 한인 청년은 도박장을 찾은 이유를 묻자 “한국은 도박에 접할 기회도 없고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런데  호주는 너무 심심하다”고 말했다. 이 청년은 워홀러였다가 현재는 유학생 신분이라고 소개했다.

이 청년의 ‘심심해서’라는 답변을 듣자 “아주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다가 도박에 중독되는 사람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떠올랐다.

도박장에서 인터뷰를 시도하면 말도 걸기 전에 손으로 막거나 “노코멘트!”라고 말하며 직원에게 “왜 재수없이 기자를 들여보냈나?”라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인터뷰에 선뜻 응했던 도박중독자 A씨의 사진을 찍자 도박장 직원이 사진 삭제와 도박장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영업 행위가 당당하다면 왜 기자의 취재를 막았을까?

내일부터가 아니고 ‘오늘하루’ 도박을 안하기위해 단도박 모임을 시작한 것이 하루하루 쌓여 19년이 되었다는 K씨의 말은 새겨들을만한 조언이다.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확인한 취재였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