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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세 구달 박사의 ‘아름다운 퇴장’
고직순 편집인 | 승인 2018.05.10 16:20

5월 2일(수) 퍼스 공항 출국장. 휠체어에 앉아 간간이 미소를 짓고 농담을 즐기며 환송객들(가족들)과 포옹을 하면서 탑승을 기다리는 노인의 모습을 기자들이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은 104세의 호주 최고령 과학자인 데이비드 구달 박사(Dr David Goodall)에게 특별한 작별의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그는 가족들과 이별을 하고 자발적 안락사(voluntary euthanasia)를 허용하는 스위스로 출국했다. 구달 박사는 이날 ‘Ageing Disgracefully(불명예스러운 노화)’란 문구가 프린트된 옷(점퍼)를 입었다. 딸 카렌 구달-스미스, 손자들과 눈물의 포옹을 했다. 구달 옹 역시 눈물을 훔쳤다. 
그는 ‘더 이상 생존할 의미가 없는 신체의 생명을 마감하기 위해’ 스스로 이같은 선택을 했다. 그의 가족들(딸 부부와 손주들)과 주변의 지인들 모두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 호주에서 안락사가 불법이기 때문에 스위스를 선택했다. 

에디스코완대 퇴임 교수인 구달 옹은 존경받는 과학자이고 연구원이었다. 상당 수준의 시인이었고 배우였다. 75년 동안 식물 생태학 및 자연자원 관리 분야의 과학 발전(논문 100편 이상 발표)에 기여한 공로로 2016년 호주국민훈장(Member of the Order of Australia: AM)을 받았다.  
  
100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연구 업무를 지속해 화제를 모았다. 103세가 된 올해 초 퍼스의 아파트에서 낙상 사고를 당했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바닥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힘을 갖지 못해 이틀동안 누워있어야 했다. 도움 전화도 불통이었고 청소부가 발견해 병원에 입원했다. 그의 의사는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로 횡단을 금지하라고 요청했다.

구달 박사는 “그 때 나 스스로를 돌볼 수 없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의 일도 없어졌고 대부분 그의 친구들은 사망해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심각하게 안락사를 검토했다. 자발적 안락사를 결정하고 난 뒤 그의 가장 큰 두려움은 호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다가 실패해 입원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20년 동안 회원인 안락사 옹호그룹 ‘엑시트 인터내셔날(Exit International)’에 연락해 자살을 돕는 시설을 갖춘 스위스 병원에 초고속으로 신청서를 냈다.  
 
지난달 104번째 생일 때 구달 박사는 국내외 미디어의 관심을 모았다. 그는 “늙는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 전혀 없다”면서 자발적 안락사에 대해 말을 했다.   
“누군가 중년 세대를 지나면 그가 받은 빚을 사회에 갚는 것이다”, “원한다면 삶의 나머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자유로워야한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선택을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다른 누구도 절대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딸 카렌 구달-스미스는 “아버지의 출국일이  다가오면서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도 아버지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주변에서도 대부분 이해를 하며 지지한다. 아버지의 안락사 선택이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소중하게 만들었다. 일에 대한 태도, 결단력, 독립심.. 그는 정말 훌륭한 삶을 살았다. 위엄과 존경 속에 안락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손자 크리스 구달은 “힘들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아름답다. 할아버지 스스로 내린 결정을 우리 모두 지지하고 그를 무척 존경한다.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우리가 큰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시 동우회 웰 버스드(Well Versed)는 최근 구달 박사를 기념하는 최종 만찬을 가졌다. 구달 박사는 애송시 ‘힐레어 벨로크의 타란텔라(Tarantella by Hilaire Belloc)’를 낭송했다. 시동우회 회원들은 그를 존경하며 무척 그리워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구달 박사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가족을 만난 뒤 이번 주 스위스로 가서 호주 시간으로 10일(목) 자발적 안락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그는 “슬플 이유가 없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마감을 하게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퍼스 공항에서 탑승을 독촉하는 마지막 안내 방송이 들렸고 구달 박사는 탑승장으로 들어갔다. 돌아오지 않는 마지막 여행을 하기위해서..그의 뒷 모습은 아름다웠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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