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투 소식이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 하게 하더니 4월 말에 판문점 선언이 있자 모든 기사와 사건 사고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 자취를 감췄다. 남북이 1950년 전쟁 이후 나누어지고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국가적 정식 합의에 의해 남한 땅을 밟은 처음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문을 위한 합의의 과정과 도출된 결정들은 남북한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십수년동안 북한은 핵 실험과 전쟁 협박의 긴장을 조성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공포감을 주었고 국제적인 경제 제재와 공조는 드러나도록 북한을 압박하는 강력한 힘의 원리로 그 역할을 감당했다. UN과 국제 사회의 오랜 골치 거리였던 특이한 민족 집단 북한과의 화해 모드는 곧 거대한 뉴스가 됐다. 
 
실제 전쟁과 분단의 역사적 상징인 판문점에서 북한으로부터 육로를 통해 내려온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 남한의 문 대통령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최고의 토픽으로 미디어를 통해 선언서가 공표됐다. TV와 언론 매체를 통해 공표된 선언문의 중심은 북한의 핵 폐기와 평화 유지와 경제 협력이 주가 되었다. 
 
역대 미국의 대통령들이 지난 65년 동안 한반도의 휴전을 종식시키고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애썼지만, 반 세기를 넘긴 역사적인 일이 드디어 시작됐다고 흥분하며 세계 언론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남북한 정상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추켜세웠다. 화기애애한 덕담과 만찬의 모습은 여느 국제적인 행사보다도 기쁨과 기대가 넘쳤고, 모든 미디어를 물리치고 3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두 정상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는 세계의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한국은 금방 통일이 이루어 질 것 같은 기대를 해도 무리가 아닌 듯 남북이 내 놓은 협상의 내용들도 모두 호의적으로 실행 가능성을 점치게 하였다. 
 
하지만 15일 북한은 원래 갖기로 했던 고위급 회담을 한미 연합 공중훈련(맥스선더)을 이유로 연기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미국의 일각에서는 즉시 핵 실험장의 폐쇄 쇼를 막기 위해서 실험장을 사찰해야한다는 소리를 높였다. 폐쇄된 곳을 마음만 먹으면 다시 복원하는데 몇 개월이면 된다는 우려를 다시금 상기 시킨다. 한 쪽에서는 요즘 북한을 향해 이런 거짓 전술에 속지 말아야 할 당위성을 낱낱이 과거의 이력을 들추며 안이한 마음에 채찍을 가한다. 신문 인터뷰와 강연을 해온 탈북한 전 북한 고위 외교관을 매국노라 부르며 해외로 추방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청원을 넣는다고 한다. 사건이 다른 면으로 반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그것은 이미 국제 사회의 적잖은 관행이며 어느 우방과 칭찬 받는 국가라 하더라도 장담하고 순진한 기대를 할 수 없는 많은 역사적 사례를 남겨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신문엔 안네 프랑크의 일기 중 성적 농담이 담긴 한 부분이 발견되었다고 실렸다. 안네 프랑크 박물관의 연구원들이 풀칠되어 갈색 중이로 가리워졌던 두 페이지를 판독해 그 내용이 공개됐다. 이 안에는 파리에 살던 14살의 사춘기 소녀의 성적 호기심이 듬뿍 담겨있다. “정상적인 남자들은 길거리의 여성이 말을 걸오 오면 관계를 맺는다. 파리에는 이를 위한 큰 집이 있고 우리 아빠도 그 곳에 간 적이 있다”고 적었다. 독일 여군들이 네델란드에 있는 이유는 “군인들을 위한 메트리스” 라고 그 이유를 써 두었다. 소녀의 마음 속엔 세상에 대한 호기심 뿐 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다른 이면에 대해서도 심지어 아버지의 다른 얼굴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그녀 역시 순진한 한 사춘기 소녀의 과정을 지나 세상이 담고있는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 이미 알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인간에게는 밝은 면이 있지만 어두움이 이면이 존재한다. 호주 가톨릭 최고 지위인 펠 추기경이 수십년 전의 아동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시작됐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게한 약속의 혈통인 왕중의 왕,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왕 다윗은 충성된 부하의 아내를 취하고 최전선으로 부하를 보내 죽게 하고 그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는 여러명의 아내를 두었을 뿐 아니라 전쟁을 통해 잡아들인 아름다운 여성 포로들로부터 약 400여명의 자녀를 출산 했다고 바벨론 탈무드는 기록하고 있다. 영웅과 같은 모범된 하나님의 사람의 내면에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다른 얼굴이 감춰져 있다. 세상은 수 없는 다른 얼굴로 전쟁 같은 현실 속에 평화를 말한다. 무엇이 더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재미는 없지만, 인생은 다른 두 얼굴 모두를 진실이라고 말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