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포 사회에서 취미를 물으면 ‘골낚’이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다. 골프와 낚시를 말한다.
호주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섬 대륙이어서 낚시하기에는 최적인 나라다. 낚시는 사계절 어느 때나 할 수 있는 레포츠이다.
낚시가 가져다주는 매력은 낚시 줄을 타고 전해오는 어신(고기가 주는 신호)의 ‘짜릿한 손맛’을 꼽을 수 있다.
낚시는 단순히 물속에서 버티는 물고기와의 팽팽한 대립과 스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탁 트인 하늘,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저 멀리 남태평양의 물결이 넘실대는 수평선을 통해 바람을 낚고 풍광을 낚고 아름다운 자연을 낚는다.

또한 낚시가 암을 비롯한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효능은 ‘내 몸 사용 설명서’ 등 한국 TV에 소개되는 많은 건강 프로그램에도 나오지 않는 비법이다.

낚시의 강한 중독성에 대해서 우려하는 동포들도 있다. 필자는 중독에도 좋은 중독과 나쁜 중독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약, 도박, 흡연 등은 당연히 나쁜 중독에 속하고 골프, 등산, 라인 댄싱은 좋은 중독의 카테고리(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사람이 무엇인가에 빠져 볼 수 있다는 것은 정신과 육체의 건강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낚시는 우리에게 기다림과 인내를 가르쳐 준다. 낚시는 단순한 고기잡이가 아니라 조상들의 야외 생활을 체험하게 한다.
공자는 낚시대로 고기를 낚되 그물을 치지 않고 나는 새를 쏘되 자는 새는 쏘지 않는다고 술회했다.
그러니까 옛 성인들은 도덕으로서 낚시줄을 삼고 인의(仁義, 어질고 곧음)로서 미끼를 삼아 그것을 천지 사이에 던진 것이라 풀이 된다.

또한 낚시에는 절망이 없다. 오늘 공쳤어도 내일이 있다.

유태인의 낚시에 관한 속담이 있다.
"물고기가 잡히는 것은 낚시꾼이나 낚시 바늘이 아니라 낚시에 매달려 있는 미끼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유태 상인들이 미국을 비롯 세계 금융계를 석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이 먹은 물고기(대물)는 낚시를 물기 전 몇 번이고 미끼의 냄새를 맡는다. 그러니 미끼는 신선해야 하고 너덜거리지 않고 단정하게 꿰어 있어야겠다.

물고기의 눈은 낮과 밤에 물속에서 다르게 보인다. 낮에는 물속 상태가 총천연색으로 보이고 밤에는 흑백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물고기가 잘 낚이는 골든타임이 흔히 물고기 식사시간(하루 두끼)일 것이라 칭하는 ‘여명(해뜨기 전)’과 ‘석양(해 지기 전 )’이 된다.
천연색과 흑백이 교차되는 시간대여서 미끼를 보는 눈에 착시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시드니 교외에서 가장 잘 알려진 낚시터는 아보카 비치(Avoca Beach)일 것이다. 그 곳은 인기 어종인 킹 피시(king fish, 다금바리), 보니또(bonito, 가다랑이), 샐몬(salmon, 연어 )등이 올라와 낚시꾼들을 즐겁게 한다.

수년 전 아보카비치에서 모 교회가 야외예배를 가졌다. 대낮 그곳에는 10여명의 각 나라 출신 조사들이 늘어서서 록피싱(rock fishing)을 하며 모두 허탕을 치고 있는 가운데 K집사만이 킹피시 5마리(65cm 이상)를 낚아 올려 40여명의 참석 교인들에게 ‘즉석 사시미’를 제공해 박수를 받았다.
혼자 큰 생선을 잡은 원인은 K집사가 만든 밑밥에 있음을 나중에 알게됐다.
그는 5스타 호텔 주방장이 무색할 정도로 정성을 다해 정어리, 옥수수, 노란 콩을 섞어 밑밥을 만들었는데 정어리는 냄새로, 노란 콩은 색깔로, 옥수수는 움직임으로 물고기의 식욕을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최상의 에페타이저(appetizer, 식욕을 돋우는 음식)를 제공했다고나 할까?

이런 노력과 준비 없이 낚시를 바다에 던져 놓고 파도, 일기 , 바람을 핑계삼아 불평하는 조사들을 보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세계 3위의 낚시인구로 발돋음한 한국의 TV 낚시 프로그램을 보면 호주와 한국의 차이를 볼 수 있다. 호주 TV에서는 대물을 낚았을 경우에도 시청자가 보는 데서 꼭 살려 되돌려보내는 반면 한국 TV에서는 작은 생선을 잡아 선상에서 회를 쳐서 먹는 장면을 내보낸다. 자연 보호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한국에서 청소년이 보는 TV에 생선을 잡아 회쳐먹는 행위를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NSW에서는 낚시를 하려면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낚시가게나 편의점에서 1년 $35, 3일은 $7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해양 자원보호를 위해 낚시할 때 물고기의 크기와 마리수를 제한하고 있다. 규정 위반일 때 카운슬 감시원(ranger)에 적발되면 상당액의 벌금을 내야한다. 심한 경우 재판을 받아야 한다.

성경을 기록한 저자에 어부가 세 명이나 된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가 그들이다.
그래서일까? ‘Fisher of Men(사람을 낚는 어부)’이 되라는 크리스찬의 명언이 전해 지진다.

오는 6월 12일(화) 싱가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있다. 누가 세기의 낚시 대회에서 대어상을 획득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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