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한인 밀집 지역 중 하나인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이 외국어 간판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카운슬은 6월 중순까지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한다.
통과된 건의안의 골자는 “모든 간판은 영어로 표시되어야 하며 다른 언어로 번역 표기되는 경우, 영어 표기 크기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간판 표기에서 일종의 영어 우선 정책(English first policy)를 선언한 셈이다.
어떤 근거로 30%가 채택됐는지 모르지만 필자는 공평성과 간판의 목적인 알림 측면에서 ‘영어 vs 외국어’ 비율에서 동등 비율(1;1)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일부 외국어 간판(특히 한국어 업소들) 중 영어와 한국어 표기 크기가 3:7 정도인 것들이다. ABC방송의 관련 기사에서도 스트라스필드의 한 한인 업소의 간판을 대표적인 사례로 보도했다. 이 간판의 경우 영어 표기가 한국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호주의 다문화 정책에는 놀랍게도 언어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영어 외 다른 언어를 공식 보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커뮤니티 언어 유지와 교육을 지원한다. NSW의 다문화법규는 “개인과 지역사회는 자유롭게 각자 언어, 종교 및 인종적 전통을 숙달, 연습, 유지한다”는 원칙을 규정한다. 또 모든 기관은 NSW 인구에서 언어 및 문화적 자산을 소중한 자원으로서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주의 발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자원을 홍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2016 호주 인구조사에 따르면 호주에서 3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 중이다. 시드니는 거주자의 35.8%가 집에서 영어 외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스트라스필드 가정의 68.5%가 영어 외 58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그만큼 비영어권의 비중이 커졌다. 
최다 소수민족 언어는 중국어(만다린과 캔토니즈), 한국어, 타밀(인도어), 아랍어 순이다. 스트라스필드 상가에서 외국어 간판 규제안의 주대상은 사실상 한국어와 중국어다. 부분적으로 인도어가 포함될 수 있다.  

커뮤니티 언어는 사업의 문화적 다양성과 상품의 진정성(authenticity)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커뮤니티 언어로 쓴 간판은 다수를 차지하는 고객의 언어 사용자들과 효율적 소통으로 사용된다. 
이런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호주는 분명한 영어권 국가라는 점이다. 호주에서 법으로 영어를 공식 언어(official language)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영어는 국가적(national), 주요(main), 공통의(common) 언어다. 
영어 간판 의무화 및 외국어 표기 제한은 영어를 사실상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는 적극적인 다문화주의 정책이 아닌 다문화적 관용(multicultural tolerance)의 태도를 암시한다. 다문화정책에서도 변화가 요구되는 셈이다.  

만약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상가의 간판들이 아랍어나 인도어로 크게 표기된 반면 영어로 작게 써 있다고 가정할 경우, 불편함은 물론 불쾌함마저 느낄 수 있다. 간판 표기도 ‘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가능하면 영어와 한국어의 크기가 동등하게, 이게 불가능할 경우 6:4 정도가 될 수 있도록 카운슬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해당 카운슬 주민들과 상인들이 나선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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