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태도가 돌변하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작성한 '트럼프, 북한의 강경 돌변에 대해 한국에 조언을 구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30여분간 통화를 하고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강경하게 바꾼 배경 등을 놓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문 대통령에게 '해석'을 구했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통화는 북한이 비핵화 합의 도출에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우려가 백악관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 준비 계획이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의제 설정이나 중요 현안 정리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강경파, 연일 강경 발언… “김정은, 트럼프 갖고 놀면 남는 건 군사충돌 뿐”
이런 가운데 미 정부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거듭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며 "북•미 회담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공화)은 2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2021년 1월)내에 북핵 위기를 끝내고 싶어한다"며 "트럼프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려고 한다면 유일하게 남는 건 군사 충돌 뿐"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이 아닌 북한이 패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WP에 "남북 정상의 '평화회담'이 희열감을 가져다준 뒤 현실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북한이 더는 비핵화를 원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북한이 이미 '판문점 합의'의 일부 약속을 파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속했던 내용을 얼버무리려 하거나 파생되는 다른 논리들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리도 "북한의 최근 태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묘사했던 것에서 꽤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며 "(태도를 돌변한 것이) 북한의 오래된 각본 같다"고 지적했다.
급해진 쪽은 트럼프, 성과 못내면 망신…노벨상 물 건너가
북•미 간 다툼이 계속되면 급해지는 쪽은 트럼프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보내 이미 비핵화 의지를 확인까지 하고도 성과를 못 내면 망신이다. 외교적인 웃음거리고 노밸 평화상도 물 건너간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이후 한 압박 카드가 먹혔다는 여론에 대한 반발도 크다.
이런 것을 잘 안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다급하게 만들어 회담 성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북•미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성과를 너무 잘 아는 북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샅바싸움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싱가포르 북미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만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회담 이후 상황에 따라서는 정세가 더 복잡해지고 불안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북미회담이 '정치적 낭패'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며 미국이 이런 위험 부담을 계속 떠안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 참모들에게 지속해서 질문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김정은 회담 취소 협박, 배후는 시진핑"
한편 이달 초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중국 방문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되는 것을 중국이 가만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베이징 회담 이후 다시 다롄으로 김정은을 불러, 북한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다시 확인하며 북한에 대대적 경제 지원을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북한의 이런 행동을 예상했느냐'고 묻자 "나는 북한이 중국과 만났을 때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김정은은 중국과 두 번째 회담을 했다"며 "그건 좀 놀라운 만남이었다"고 했다. 지난 7~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이 다롄(大連)에서 만났을 때 북•중이 의견을 주고받았고, 이후 북한의 행동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의심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의심하지만 대북 제재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판은 북한 손에…정상회담 무산되진 않을 것
한편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다음달 12일로 잡힌 북•미 정상회담도 재고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한 데 대해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형적 협상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의 랠프 코사 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북한은 상황을 통제하며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간절한지 시험해보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상기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컬럼니스트 프리다 기티스 역시 CNN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무산을 막기 위해 얼마나 기꺼이 나설 것인지를 파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미국 언론들도 북한의 '엄포 놓기'일 수 있으며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