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자유-국민 연립 주정부가 극단주의와 인종차별을 엄벌하기 위해 인종증오법을 개정한다. 개정안은 인종, 종교, 성별 등을 근거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선동하거나 위협하는 사람에게 최대 3년 징역형과 1만1000달러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마크 스피크먼 NSW 법무장관은 “폭력을 선동하는 사람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한다. 사람이 개인적인 의견을 갖거나 표현할 수 있지만 정도를 벗어나 폭력을 선동 위협하면 처벌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이번 개정은 1989년 NSW에 도입됐지만 최대 6개월 징역형에 복잡한 법적 절차로 인해 30년 가까이 단 한명도 기소하지 못해 유명무실해진 차별금지법의 20D항 개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레지클리안 주정부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개정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NSW 안전연대와 31개 소수민족공동체 연맹이 지속적인 법안 개정 운동으로 압박하자 내년 주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선회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유권자, 특히 이민자들의 표를 의식한 것이다.

멜번대 청년연구센터(Youth Research Centre)가 2017년 9-10월 전국의 난민과 이민자 출신 15-25세 젊은이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다문화 청년 호주 센서스’에 따르면 49%의 응답자는 직전 1년간 일종의 차별을 개인적으로 경험했다고 밝혔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는 주로 인종과 종교에 기인해 누군가가 차별이나 불공정하게 대우받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센서스의 공동 작성자인 조안나 윈 멜번대 교수는 “호주에 더 오래 생활한 젊은이 일수록 낙관적 견해는 감소하는 대신 보다 비관적으로 바뀐다”면서 “다문화 출신 젊은이들이 영어권 출신 동료들 보다 더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 자녀들이 호주사회에서 차별을 상시 경험하고 있으며 호주에서 오래 생활할수록 더 많은 차별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비관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테러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호주에서도 과격한 주장과 행동이 언론을 장식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폭언 사건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이슬람세력과 극우단체 간의 반목과 갈등은 갈수록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2005년 12월 발생한 크로눌라 인종폭동이 재발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실상이다.

지난달 22일 한인과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시드니의 라이드시는 시의원 12명 만장일치로 호주 시의회 사상 첫 한국어가 포함된 결의안 ‘인종주의자 포스터’를 통과시키고 인종차별 행위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렇듯 인종차별행위는 ‘일상의 문제’가 되고 있다. 남의 일인 양 방관하면 한인 자녀들이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주에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NSW는 더욱 인종차별 발생 위험이 높다.

인종이나 종교에 근거한 차별은 화합하고 평화로운 다문화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암적 존재다.  호주가 자랑하는 성공적인 다문화사회의 바탕인 공정과 평등, 개방성과 포용성의 미덕에 금이 가면 모두가 피해자로 전락한다.

한번 무너진 다문화사회 회복엔 엄청난 물질적, 정신적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이민자 공동체가 받을 충격과 불신은 장기간 사회 불화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엄벌을 통한 인종차별 행위의 발본색원은 중요하다. 만시지탄이지만 법안 개정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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