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 촛불 추모식에 참석한 말콤 턴불 총리(왼쪽)와 빌 쇼튼 야당 대표

지난 12일 밤 멜번 도심의 공원에서 귀가 중 성폭행 후 피살당한 여성 코미디언 유리디스 딕슨(22, Eurydice Dixon)에 대한 추모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치안 불안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여성이 야간에 안전하게 걸어다닐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월) 오후와 밤 멜번, 시드니, 애들레이드, 켄버라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린 촛불 추모식(candlelit vigil)에서는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고인을 추모하면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13일 딕슨의 시신이 발견된 프린세스파크 촛불 추모식엔 고인의 친구와 가족을 포함해 약 1만명이 촛불, 조화, 담요 등을 들고 참석했다. 여성이 다수였지만 남성과 어린이도 적지 않았다.

촛불 추모식에 6세의 어린 딸과 참석한 멜번 주부 미첼 프록터는 “어린 딸에게 이런 범죄가 여성에게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폴라 디 라리오는 “생명에 대한 두려움 없이 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야간에 혼자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지만 두려워 해선 안된다. 그러면 그들(범죄자들)을 승자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라라트, 벤디고, 워남불, 알버리, 질롱 등의 빅토리아 지방 도시에서도 촛불 추모 행사 후 시민들이 행진을 했다. 

시드니 추모식에는 지난해 피살된 여성 30명의 이름이 모두 낭독되고 그들을 애도하는 묵념이 30초 동안 진행됐다.

프린세스파크의 촛불 추모식

“남성이 여성을 존중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캔버라 연방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 추모식에는 말콤 턴불 총리와 빌 쇼튼 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턴불 총리는 의회에서 “이번 비극을 통해 젊은 남성들에게 보다 올바른 교육을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가슴아픈 비극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남성이 진심으로 여성을 존중하도록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어린 남자 아이들이 어머니, 누나, 모든 여성들을 존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멜번에 지역구가 있는 쇼튼 야당 대표는 “내 아이들이 축구 시합을 한 바로 그 공원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오늘 이 집회는 모든 호주 여성들에게 안전을 약속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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