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 “호주 동포문단의 수준 입증한 쾌거” 호평 
‘1회 호주동아일보 신년문예’ 당선 인연 

“호주 동포 문단의 수준을 입증한 문학사적인 사건”이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은 시드니 동포인 김오 시인의 한국 내  시집 출간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문학사적인 사건’이라 함은 그동안 자비를 들여 시집을 출간하는 일은 많이 있었지만 까다롭기로 유명한 시 전문 출판사의 출판 심사를 통과해 출간이 이뤄졌다는 것은  김오 시인의 작품이 한국 문단에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87년부터 시드니에 거주한 김오 시인은 지난 1993년 제1회 호주동아일보 신년 문예에서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1994년 시힘 동인지에 3 편의 시를 게재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5년 첫 시집 〈캥거루의 집〉을 출간했다. 

그리고 첫 시집 출간 후 13년 만인 올해 5월 ‘천년의 시작’ 출판사를 통해 두번째 시집 〈플레밍턴 고등어〉가 출간된 것이다.

〈플레밍턴 고등어〉는 작년 2월 시드니에서 한호일보와 한국문예창작학회(회장 이승하)가 공동 주관한 국제문학 심포지엄에서 이승하 시인이 김오 시인의 작품을 보고 바로 해설을 써 출판사에 연락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두번째 시집으로 탄생했다. 

출간 행사로 한국을 다녀 온  김오  시인은 지난 23일(토)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12년 묵힌 시를 시집으로 엮어 내보냈다는 안도감같은 것보다는 해외에서 시를 쓰는 사람으로 자비출판이 아닌 그것도 '천년의 시작' 시인선 시리즈로 새로운 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책 출간을 계기로 더 나은 시를 써서 향후  시드니에서 시를 쓰는 많은 시인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에게 있어 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김 시인은 “시 쓰기는 내게 부업이 아닌 본업이다. 좀 부업에 많은 시간을 들이며 살고는 있지만... 시를 쓰는 일은 지면에 비가 내리면 빗물이 흘러 한 곳으로 모이고 깊어지는 곳이 있다. 시의 가는 길도 그와 같이 깊어지는 곳을 찾는 일이다.  살아오며 쌓아온 지식을 지혜로 바꾸어  스스로 깊어지는 삶이 시가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해외 동포의 내밀한 삶이 절실한 시의 언어로 표출될 수 있었던 것은 김오 시인의 12년간의 식품점 운영과 무관하지 않다. 

그가 운영했던 엘림식품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민’이라는 시에서는 아이 셋을 혼자 키우는 서른 초반의 사내에 대한 목격담이 '무심한 듯' 그려져 있지만 실상은 우리 이민자들의 삶에서 풍겨나오는 냄새가  베어있다.

‘… 일요일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장을 보는 남자가 있다/소문 한 귀퉁이를 들어보면/서른 초반의 나이에 이민 와/ 아이 셋을 아비가 홀로 맡게 되었단다 /엄마 손이 그리운 얼굴 셋이/아비의 등만 보고 긴 이민 길을 걷고 있다’.

'긴 이민 길'을 걸어가는 시인은 이런 시도 썼다. 

‘ … 사내가 들어서며 눈이 먼저 묻는다/ “이슬이 있어.. “. /열 몇 해 하늘의 참 질펀한 말씀에 뒹굴어도 뿌리가 마르는 시드니… ‘ 

여기서 ‘이슬’은 참 이슬이라는 소주를 말하는 것으로 고단한 동포 남정네 들의 마른 가슴을 훓는 ‘고향’이다. 

“그리운 고국에 대한 향수에 집착하지 않고 객관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호주 동포들의 고난과 고뇌를 외면하지 않는 균형 있는 시각을 특히 높이 샀다”는 이승하 교수의 해설처럼 그는 현실적으로 발을 딛고 사는 호주와 한국인이라는 태생을 ‘시라는 질긴 끈’으로 묶어 한국과 해외동포 모두에게 이민자라는 존재감을 뚜렷이 각인시키고 있다. 

'풀은 땅을 기어야 한다/고개를 들면 뿌리째 뽑힌다 /그래도 꼿꼿이 서는 풀들이 있다 /하늘로 얼굴 꼿꼿이 드는 풀잎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풀잎)'. 

시인은 새로 정착한 땅에서 뿌리내리려는 가녀린 이방 풀, 그 이방 풀의 살아내는 힘은 실상은 '꼿꼿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꼿꼿함이 김 시인의 시를 관통하는 정신일 것으로 추측하게 하는 부분이다.

김 시인은 또 이민자로서의 시각만을 표출하고 있지만은 않다.  

'마지막 숨결로/ 사랑해를 보내는 친구가 손발을 버둥댄다/ 조금만 있으면 괜챦아/ 승무원 누나다 / 세시간이 지나간다'(나비가 되라한다)에서는 세월호로 스러져간 젊은 영혼들에 대한 마음을 노래하며 비록 몸은 떨어져있지만 바다 속으로 스러져간 젊은 생명들과 함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민자로서 살아온 김오 시인의 기록은 “우리 글로 써온 동포문학은 한국문학과 별개의 것이 아닌 한국문학의 외연을 깊이하고 확장해나가고 있는 소중한 것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지난 6월 8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신작 출간 기념회와 수요낭독 공감 행사에서 김오시인은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 행사는 대산문화재단, 교보문고, 서울시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문예창작학회가 주관했다. 

이제 시드니 동포들과 만날 차례다. 캥거루 문학동인회 회원들이 마련한 김오 시인의 출판기념회가 오는 7일(토) 2시 한호일보 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윤희경 캥거루문학회 시 동인 총무는 “김오 시인의 출간은 해외동포들에게 '무거운 철문을 열어준 것과 같이  해외동포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일'이다 . 문학인들을 포함, 많은 동포들이 함께 기뻐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승하 교수는 “김오시인의 이번 시집 출간을 계기로 한국 내 상위급 출판사를 통한 시집 출간이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전해왔다. 

손진은 시인의 말처럼 ‘낮은 목소리로 소매를 잡아끄는 시’가 오랜만에 시드니의 겨울에 따뜻함을 가져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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