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린 핸슨 원내이션당 대표가 호주 이민유입 수준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그는 8월 연방의회가 개회하면 이민유입 수준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법안을 상정할 것이라며 내년 연방 총선 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주장했다.

핸슨은 이민 유입 수준에 대해 국민 의견을 물어보고 국민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정당이 이민유입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론의 힘을 빌어보려는 심산이다.

여야 정당이 핸슨의 국민투표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이런 제안이 나왔다는 것은 호주에서 이민문제와 정치권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게다가 원내이션당은 최근 여론조사 지지도가 10% 안팎까지 급등하면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핸슨은 과격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극우 정치인’의 딱지가 붙었지만 이번 이민유입 수준에 대한 국민투표 제안은 신중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이민감축 요구는 이미 다양한 정치사회 지도자들로부터 제기돼온 사안이고 상당수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토니 애봇 전 연방총리가 연간 순유입 이민자를 19만명에서 11만명으로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민문제에 불을 댕긴 이래 이민 쟁점은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는 국민적 현안이 됐다. 그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반이민 정서가 강해졌다는 의미이다.

2018년 로위연구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주인의 54%는 현재 이민 유입 수준이 너무 높다고 답변했다. 이는 지난해 40% 대비 14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절반 이상의 국민이 이민유입의 부작용과 폐해를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호주인구연구소는 이달 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시드니와 멜번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 이민유입을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두 도시의 주택난 해결책으로 토지용도변경 규제 완화와 투자자를 위한 주택 세제 혜택 페지도 요구했지만 주택수요 증가와 직결되는 이민유입 감축을 최우선 대책으로 권고했다.

비단 주택난만의 문제가 아니다. 취업난, 교통난, 범죄증가 등 국민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사회 지표가 악화일로다. 정부는 인구증가로 인한 경제적 성장과 혜택을 반복해서 선전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생활고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생활고 가중의 중심에 인구와 이민 증가가 있다. 인구 증가는 경제력 신장의 역할도 하지만 각종 사회기반시설비와 생활비 상승은 물론 개인간 경쟁을 격화시키는 기폭제로도 작용한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 집단은 이민사회일 것이다.

호주 평균 소득 보다 낮은 소득으로 생활하는 한인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 이민자 증가가 현재 종사하고 있는 동종 업종의 취업경쟁과 사업경쟁을 격화시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이민증가의 최대 수혜자는 호주사회를 경제적 사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층이다. 이민증가로 인한 경제적 혜택도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반면에 노숙자가 증가하듯이 저소득층의 삶은 갈수록 비참해지면서 생사의 기로에 몰리는 형국이다. 

이런 현실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에게 있다. 정책 결정시 영향력 있는 기득권층의 눈치만 볼 일이 아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이민유입 수준도 마찬가지이다. 국민투표 제안이 나오기 전에 정치권이 벌써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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