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동굴에 갇혀있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등 13명이 17일 만에 전원 구조됐다.

태국 구조 당국은 10일(현지시간) 저녁 동굴에 남아 있던 5명의 마지막 생존자를 무사히 구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훈련을 마친 뒤 동굴에 들어갔다 폭우로 물이 불어나면서 고립된 지 17일 만이다. 이들은 현장 의료진에게 검진을 받은 뒤 구급차로 인근 헬기장으로 이동해 치앙라이 시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지 구조를 책임지고 있는 나롱싹 오솟따나꼰 치앙라이 주지사 대행은 "이런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의 자랑이다. 태국팀이 해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들 13명 모두가 무사히 구조된 것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로 여겨지고 있다. 실종 열흘 만에 발견이 됐지만, 동굴 밖으로 나오려면 4개의 침수 구역을 건너야만 했는데 최장 8백m에 달하고 일부는 폭이 60㎝로 좁아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었다. 다행히 응급처치를 받은 소년들은 건강상태가 호전되고 수영과 잠수법을 배우며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동안 구조상황을 애타게 지켜보던 태국 국민들은 이들의 기적적인 무사귀환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이들의 기적적인 무사귀환에 전 세계도 환호하며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아주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모두가 자유로워졌다. 아주 잘했다"며 축하인사를 전했고, 메이 영국 총리도 구조 관계자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등 세계 각국에서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25살 젊은 코치의 리더십이 기적 만들어…
태국 동굴에 고립됐던 소년들의 기적적인 생환 뒤에는 25살 에까뽄 찬따웡세 코치의 특별한 리더십이 있었다.  

소년들이 실종 열흘째인 2일 최초로 발견됐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전원 무사한 데다 별다른 부상도 입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에까뽄 코치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동굴에 갇힌 순간부터 아이들에게 극한의 공포와 불안을 극복하도록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는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의식을 계속 심어주었고 살아서 나갈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이끌었다. 소년들은 코치가 시키는 대로 같은 동작을 하고, 구호도 외쳤다. 

또 소년들이 집에서 가져온 과자를 나눠서 먹게 했고 복통을 막기 위해 바닥에 고인 물을 피하고 천장에 맺힌 물만 마시게 했다. 덕분에 소년들은 구조대에 발견될 당시 다소 야위었으나 건강을 잃지는 않았다. 그 대신 코치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구조 순간에도 아이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 후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나왔다.
결국 25살 젊은 코치의 리더십이 기적을 만들었다. 

또 한명의 영웅, 현장 이끈 나롱싹 치앙라이 주지사 대행
동굴 소년들의 기적의 생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구조를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는 한 사람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차분하고 정직한 현장 상황설명,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백 명의 취재진과 구조대, 고립자 가족 등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혼잡한 사고 현장에서 묵묵하게 구조 현장을 지휘한 사람이 있다. 나롱싹 前 치앙라이 주지사다. 

나롱싹 주지사 대행은 이미 지난 4월에, 7월 초 파야오 지방의 주지사로 전보 발령이 결정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책에 前 주지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장 지휘를 책임진 나롱싹의 결정은 신중하고 정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태국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에 현장 상황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한 건 물론, 구조 작업과 구조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오해와 오보를 막는 데 주력했다.
또 나롱싹이 지질학과 엔지니어링에 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다국적 구조 지휘팀은 그동안 비로 인해 아이들이 있는 공간을 막고 있는 동굴 안 물웅덩이의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배수 작업을 진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 했고 그 과정에서 나롱싹의 결정이 신중하고 정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8년전 칠레 광부 33명 전원 구조도 결국 ‘리더십’
태국 동굴 소년 구출과 같은 리더십이 기적을 만든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지난 2010년 칠레 광산 매몰 광부 33명 전원 구출 사건이다.

그해 지난 8월 5일 산호세 광산 갱도 중간 부분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약 70만t의 암석과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광부 33명이 지하 700m 지점에 매몰됐다. 이들은 지상과 무려 17일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암흑의 시간을 거쳐 무려 69일 만에 전원 구조됐다.

구조 가능성은 희박했고, 식량은 부족했다. 추가 붕괴 가능성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광부들의 공황 상태를 막은 이가 작업 반장 우르수아였다. 

그는 구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 48시간마다 한 번씩 참치 두 스푼과 쿠키 반 조각, 우유 몇 모금만 먹으며 버티도록 했고, 지하공간을 작업실•침실•화장실로 나눠 위생적으로 사용토록 했다. 또 코미디언 흉내를 잘 내는 광부에게 오락 담당을, 간호사 출신 광부에게는 33명의 건강을 점검하도록 했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농담을 건네며 동료들이 희망과 유머를 잃지 않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구조 순간에도 갱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최후 구조를 자원했다.

우르수아는 구조 후 인터뷰에서 생존의 공도 다른 광부들에게 돌렸다. 그는 “내 동료들은 남다른 자질과 품성을 가졌다. 정말 멋진 이들이다”라고 말했다. 

리더십이 기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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