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공연을 하는 김승아 대표

시드니 컨퍼런스 워크숍, 호주 3개 도시 공연 호평
“문화 독립운동가로 전 세계에 한국 알린다”

한국 이야기를 세계 곳곳에 소개한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 형식(storytelling)'을 통해 영어로 소개하는, '한국문화의 전달자, 김승아 아리랑 스토리텔링 대표'가 하는 일이다.

김 대표는 2017년 6월부터 시작한 'K-스토리텔링 월드 투어 프로젝트'의 마지막 종착지인 호주를 방문한 뒤  9일(월) 귀국했다.  시드니 국제 스토리텔링 컨퍼런스(Sydney International Storytelling Conference)에서 미국과 호주 스토리텔러들과 함께 한 공연과 한국문화 스토리텔링 워크숍을 가졌고 시드니 캔버라 을릉공에서 공연을 했다. 또 박소정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장, 황명하 광복회 호주 지회장, 한국 대사관 문화홍보 담당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향후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호주에 더 잘 알리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8일(일) 글리브(Glebe)소재 핸드 호텔에서 열린 호주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외국 스토리텔러들과의 합동 작업으로 이뤄졌다. 싱가폴 출신 키란 샤는 권정생 작가의 '훨훨간다'를, 질 웹스터 호주 스토리텔러는 '방구쟁이 며느리'를, 김 대표는 '이야기 주머니’와 '춘향전'을 전달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 대표는 “우리 모두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할머니가 자신의 이야기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게 될 줄 아셨을까?”라고 말하며  ‘시대와 공간을 넘는 이야기의 힘’을 암시했다.

글리브 공연장에서 김대표를 만나 한국 스토리텔링의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 등에 이야기를 나눴다.

Q 스토리텔링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2007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TYC(Teaching Young Children) 과정을 공부하면서 우연히 토론토 스토리텔링 축제에 갔다. ‘스토리텔링’하면 관객이 주로 어린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서 보니 95% 이상이 어른들이었다. 그 날의 스토리텔링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공연내내 공감하며 울었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메말라가는 이 시대에 “가슴으로 소통하는 스토리텔링이 더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토리텔러가 되기로 한 결정적 계기였다.”   

8일 글리브 호텔에서 김승아 대표가 질 웹스터와 싱가폴 출신의 키란 샤와 함께 공연했다 .

Q  전 세계를 다니며 한국문화 역사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그 결심 이후로 토론토 스토리텔링 협회에서 진행하는 워크샵에 참가했다. 스토리 발표 시간에  영어로 쓰여진 외국 이야기를 골랐는데 린다 하우(Lynda Howes) 선생님이  “너는 한국인이니 한국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해서 한국 이야기를 골라 발표했다. 의외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에게 듣는 한국 이야기는 외국인들에게 특별했던 것이다. 그 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토론토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 2008년, 2009년 초청되어 공연하는 영광을 얻었고, 국제 무대에 ‘최초의 한국 스토리텔러’로 알려지게 되면서 한국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K-스토리텔링 월드 투어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은. 
“ K-스토리텔링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오래 전부터 보고 응원해 준 외국인 스토리텔러들의 말들이 하나씩 현실화되면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전과 이후 한류바람을 통해 한국문화 콘텐츠의 시장성을 알아보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 스토리텔링을 할 때 관객은 영 유아부터 시니어층까지 다양한데 이제는 K-팝, K-드라마 팬들이 나의 스토리텔링 팬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제  한류를 넘어 한국 전통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투어를 통해 십만 명 이상에게 한국문화를 알리게 됐다.”   

Q ’K-스토리텔링’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스토리텔링은 ‘문화 공유놀이’로 생각하면 편하다. 함께 즐기는 과정이다. 한국인들은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졌으면서도 타인과의 공유나 전달에 있어 많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문화를 알리려면 우리 것도 알아야 하고 다른 나라 문화도 알아야 한다. 내 경우는 운 좋게도 독서광인 할머니 밑에서 옛날 이야기를 엄청 많이 듣고 자랐고, 안동 김가에서 태어나 유교 전통을 직접 보고 자랐기에 전통에 대한 체험의 기회가 더 많았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한국문화 스토리텔러가 되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또 외국 문화를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방문하는 곳에서는 그 나라  언어로 최소 노래 하나 이상을 배웠고 전통 의상을 입고 그들의 음식을 맛보고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엄청난 우리의 문화 유산을 공유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더 강해진다.“
 

Q 해외동포로서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문화유산 전달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쉬운 것은 ‘음식, 이야기, 한국말’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음식을 만들며 음식의 재료에 대해 이야기하고…음식 역사에 대해 이야기만 해도 끝이 없다. 호주에서 만난 모녀가 있었는데 가방에서 감을 꺼내시길래 한국에 ‘곶감과 호랑이’라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결국 그 것이 인연이 되어 내가 진행한 ‘한국 이야기 워크샵’에 오셔서 ‘곶감과 호랑이’ 이야기를 배워가셨다.“

Q 호주에서의 작업을 포함, 향후 계획은?
“그동안 구축해온 해외 인맥과 시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에 K-스토리텔링 센터와 재단을 만들어 전 세계에 한국문화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공급하고 해외 교포들 또는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외국 스토리텔러들에게 보다 많은 고용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 스토리텔링 여행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Q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이 시대에 보이지 않는 것, 즉 이야기와 문화에 대한 가치와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 2007년 시작하면서 30년 계획을 세웠다. 10년은 ‘여자 안중근’으로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 그늘 아래서 한국문화가 당당하게 독립하길 바랬고, 그 다음 10년은 ‘여자 장보고’로 한국문화 콘텐츠가 해외에 수출되길 바랬다.  마지막은 ‘여자 김구’로서 문화의 힘을 통해 자긍심 회복 운동과 세계 평화운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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