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예루살렘에 다녀왔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특별히 시드니에서 교류하는 회당의 랍비(유대교 성직자)와 함께 가게 되었다. 지난 7년여 동안 여러 일로 만나다 보니 친분이 쌓였고 스스럼없는 가까운 사이가 됐다. 특히 이번 여행에는 예루살렘에서 공부하는 랍비의 아들도 만났고 그가 공부하는 예쉬바(신학교)도 참관했다. 예루살렘의 곳곳을 다니다 보니 장소마다 간직하고 있는 역사를 알게 되는 유익함과 더불어 유대인에 대한 감성적 이해도 자연히 커지게됐다. 여행을 같이하면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된다고 하듯 아들에 대한 애틋함과 유대인의 한 지도자로서 가진 그의 인품과 박식함의 깊이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호주 대학 유대학의 교수의 예루살렘의 집에 안식일 저녁 초대를 받아 함께 지낸 시간은 이번 여행 가운데 더욱 기억에 남는 경험이다. 

안식일 저녁에, 랍비와 아들과 나는 이번 행사로 예루살렘에서 만난 여러 지인들과 함께 회당 예배를 참석한 후 여성들은 차로 저녁 장소로 먼저 가고 남자들은 랍비와 더불어 저녁 장소로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잘 알려져있듯이 유대인들은 해가 지는 금요일 저녁부터 다시 해가 지는 토요일 저녁까지를 안식일로 지킨다. 그래서 예루살렘은 금요일 오후가 되면 상점과 식당, 전철과 택시와 버스도 모두 일찍 끊어지게 되서, 안식일에는 이를 지키지 않는 소수의 유대인이나 아랍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택시 등을 이용하게 된다. 여행자인 우리에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식일을 잘 지키는 유대인들은 이 때 교통편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 다니고 식당이나 상점에 가지 않는다. TV, 전화,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요리도 모두 안식일 전에 준비해 둔다. 

우리를 초청한 교수가 금요일 오후에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나는 이제 곧 24 시간동안 세상과 단절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전화나 이메일이 와도 받지 못하는 것에 이해를 요청했다. 70대 노교수는 평생, 매주 단절을 결단하며 살아왔다. 일행은 우리도 유대인들처럼 안식일을 경험하자는 취지로 함께 걸어 식사 장소로 가기로 했다. 약 20분 정도 걸으면 된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밤의 산책은 한 시간이 넘어서야 간신히 집을 찾아 다른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다. 차량과 네비게이션을 이용하지 못한 결과였다. 다소 지친 듯한 모습이었지만 우린, 곧 정성껏 준비한 소고기와 닭요리, 포도주와 빵, 다양한 야채와 케익까지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은 가족끼리 지내는 유대인의 보통 안식일 저녁처럼 노래와 기도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안식일의 왕을 초청하며 예배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차단하고 비밀스럽게 가족들에게 영적인 주유가 공급되는 시간 같다. 세상을 개의치 않고 안식일을 선택한 자들에게 영원한 세계로부터 전달되는 선물을 받는 것 처럼.. 노래하며 기도하며 대접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즐거움과 기쁨의 미소가 만연하다. 우리는 밤이 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랍비와 아들은 12시가 지난 밤 늦은 시간에, 걸어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간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가져온 차량을 권해도 손 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세상의 편리함이 있어도 한사코 거절하는 그들에게 유대인의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애잔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유대인들이 율법을 지키는 미련한 사람들이라고 조롱하듯 말한다. 하지만 가까이 보는 이들에겐 그 말에 동의를 주저케 하는 겸손한 지혜가 배어있다. 그들의 성품과 지성에서 천박한 우월감과 이기심이 보이지 않는다. 호주에서 살아가는 유대인들의 위상은 어느 소수민족들보다 우위에 있다. 이들의 사회적 공헌과 기부는 정부가 인정하고 사회 여러 영역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탁월함은 다른 소수민족들로부터도 칭찬을 받는다.

이들은 매주 세상과 단절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창조주를 기뻐하며 영원한 세계로부터 공급되는 영적 지혜의 주유를 받는 듯하다. 세상과 단절하는 결단은 영원한 세계를 경험하는 선물을 얻게하는 것일까? 그래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 안식일이 십계명에 들어있는 것일까?  예루살렘은, 좋은 친구가 있어 얻은 게 많은 유익한 여행이 되었다. 세상을 단절하는 손해는 다른 차원으로부터 주어지는 비밀스런 선물을 담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