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인구가 2500만명을 돌파하는 급증세를 보이면서 정치권이 이민자와 유학생 증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연방 총선을 의식한 것이 주요 배경일 것이다.

노동당의 중진 브렌드 오코너 고용담당 의원은 내국인 일자리를 위협하는 유학생비자와 워킹홀리데이비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유학생비자에 대한 상한선 도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오코너 의원은 특히 유학생들이 호주에 쉽게 입국 체류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저렴한 학비의 질 낮은 학과인 ‘미키 마우스 과정’을 문제로 지목하며 호주 유학산업의 명성 손상을 우려했다.

이에 앞서 저명한 인구통계학자인 봅 비렐 호주인구연구소 소장(멜번모나시대)은 유학생들이 ‘비자 돌려막기’로 이민제도를 농락하고 호주 체류를 연장하며 노동시장과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유학생들이 영주권 준비나 돈벌이를 위해 학생비자가 끝나면 학생졸업비자, 관광비자, 워킹홀리데이비자로 교체 체류하면서 임금상승을 가로막거나 주택가격 악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빌 쇼튼 연방 야당 대표도 “말콤 턴불 정부가 일할 권리를 가진 160만명의 외국인 임시비자 소지자들을 통제불능 상태로 유입해 방치하면서 내국인들의 취업과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공격했다.

현재 유학생은 학업기간엔 2주일에 40시간, 학업기간이 아니면 무제한 일할 수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일명 백패커)는 동일 직장에 7개월 이상 근무할 수 없지만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호주의 유학생은 51만3000명이며 워홀러는 13만7000명이다.

연방 교육부는 유학생 급증에 반색하지만 남발되는 학생비자와 넘쳐나는 유학생들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음을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마치 약 10년 전 영주권 취득 통로로 학생비자가 남발되며 사립대학들이 ‘비자 공장’으로 전락했던 상황이 재연되는 듯한 분위기다. 과거보다 영주권 취득 조건은 훨씬 강화됐지만 상당수의 임시 체류 유학생들이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및 사회기반시설에 상당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주장이다.

한인사회에서도 학생비자를 호주에 체류하며 돈벌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한 학기에 1500-2000달러 정도의 등록금만 납부하면 몇 주 동안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학업대신 일하며 돈벌이에 전념한다. 

이들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할 만큼의 넉넉한 소득을 올리기 위해선 풀타임으로 일해야만 한다. 유학생은 주당 20시간 이상 일할 수 없는 조건을 피해가기 위해 추가 근무시간은 현금으로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풀타임 학업용 학생비자가 실제론 풀타임 취업용으로 오용되는 현실이다.

이런 편법은 학생비자가 필요한 수요자들과 등록금을 받아 챙기는 대학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학과정에서도 이런 편법이 널리 남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유학생들의 탈법은 결국 호주 유학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호주인들의 삶의 질을 저해한다. 정부는 학생비자 남발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실상을 파악하고 철저한 단속과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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