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드시가 전액 시 예산으로 이스트우드 한인 상권인 로우 스트리트 이스트(Rowe Street East)의 시 소유 주차장 부지에 방문자용 주차빌딩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24일(화) 시의회에서 노동당 의원들이 제안한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약 150-200대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4-5층 주차빌딩이 신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요 예산 약 1500만~2천만 달러를 라이드시가 전액 부담한다.
이 신축으로 주차 공간이 현재 49대보다 약 4배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지만 극심한 주차난이 완화될 것은 분명하다.

이번 결정은 여러 측면에서 이스트우드 한인 상권 발전에 상당한 플러스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라이드시가 의뢰한 교통 및 주차공간 실태 조사를 통해 로우 스트리트 동쪽(한인 상권 지역)에 약 250대의 주차공간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라이드시에서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들여 이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방문자용 주차빌딩 신축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이 실태 조사를 통해 확보됐다.

객관적 조사를 통해 필요성이 확인되자 제롬 락살 시장과 피터 김 시의원 등 라이드 시의회 집행부는 즉각 실행에 옮겨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시의원 12명 전원이 찬성했다. 주민들의 지지 발언 후 시의원 토론에서 1명의 자유당 소속 시의원이 다소 불만을 제기했지만 그 역시 표결에서 찬성했다. 그는 마치 이스트우드 한인 커뮤니티가 처음엔 교통부(빅토 도미넬로 주의원 제안)의 공용주차장 증설을 지지했지만 마음을 바꿔 일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듯한 억지 논리를 전개했다. 이에 락살 시장 등 여러 시의원들이 “처음부터 주민들이 원한 것은 출퇴근자용 주차장이 아닌 2시간 무료 방문자용 단기 주차장이었다. 오히려 교통부가 이점을 분명히 하지 않아 상당수 이민자들이 혼동을 했다."고 반박하자 다른 자유당 시의원이 논쟁을 중단하고 표결로 결정하자고 재촉할 정도였다. 결과는 만장일치였다
 
역시 민심과 지역사회 여론이 가장 중요하고 무섭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교통부의 공용주차장 증설안은 처음부터 방문자용 단기 주차장(short stay car park)아니며 이스트우드 전철역을 이용하는 출퇴근자용 주차장(commuter car park)임을 분명하게 구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중국계인 사이몬 조우 시의원은 “중국인 커뮤니티는 현혹당했다(misled)”는 표현을 동원하며 반박했다.
또 교통부의 실책은 지역사회의 여론 수렴을 대부분 무시한 점이다. 2015년 NSW 선거 공약으로 첫 발표된 공용주차장 증설안도 출퇴근자 용도였고 시 소유주 옆의 민간 소유지(상가)를 강제 수용한다는 계획도 지역사회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일방 통보식이었다. 비영어권 소수민족 상권에 대한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많은 한인들이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 결과는 지난해 지자체 선거에서 이스트우드가 포함된 라이드시 웨스트워드(West Ward)에서 노동당이 사상 처음으로 2명의 시의원을 당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당은 웨스트워드에서 종전까지 항상 2명이 당선됐지만 지역 주민(유권자들)은 이런 관행을 단호히 거부했다. 주차장 문제 등에서 지역사회 여론을 무시한 것에 대한 선거를 통한 보복이었다.
  
그러기에 이 계획에 반대하는 청원서에 3천5백여명 이상이 서명을 해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서야 교통부가 당초 원안을 철회했다. 그 후 로우 스트리트 서쪽의 이스트우드 오발(축구장) 지하 건설안, 기차역 앞 버스정거장 신축안 등이 발표됐지만 주민 다수의 반대로 이 계획들도 무산됐다.

그런 뒤 지난해 지자체선거를 통해 새로운 시의회가 구성됐다. 종전과 달리 선거에서 선전하며 4명의 시의원을 당선시킨 노동당이 녹색당 및 무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시의회 주도권을 쥐었다. 
락살 시장은 “10년 동안 립서비스에 그친 것을 새 시의회가 10개월만에 실행으로 옮겨 주민들에게 약속을 이행하게됐다”고 논평했다. 이번 동의안이 무리없이 통과되도록 교통 및 주차 실태조사를 거치는 등 절차를 거쳐 문제(잡음)의 소지를 없앤 것은 락살 시장의 정치적 내공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이면에 조용히, 논리적으로 절차를 지켜가면서 노동당과 녹색당, 무소속 시의원들의 지지를 규합한 한국계 피터 김 시의원의 노력이 있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같은 커뮤니티 여론 수렴과 시의회 집행부의 의지에 어쩌면 반대할지 모를 것으로 예상된 자유당 시의원들(4명)조차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 12. 반대 0. 이스트우드 한인 상권 방문자들의 수십년 숙원이 풀리는 표결이었다. 시의회를 참관한 주민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울렸다. 풀뿌리 민주주의, 상식, 합리주의가 승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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