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급등과 정부 정책 부실로 노숙자(homeless)가 급증하고 있다.

호주노숙자모니터(AHM) 보고서가 2011년과 2016년 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5년간 호주의 노숙자는 14% 증가한 11만6000명이었다. 시드니의 노숙자는 48% 급증했으며, 도심인근 지역이 53%, 외곽 지역이 39% 늘어났다. 

특히 호주 노숙자의 약 25%인 2만8000명은 12-24세의 젊은 층이었다. 빅토리아의 젊은 노숙자는 2016년까지 10년간 43% 급증했다. 젊은 노숙자들은 길거리 보다는 난민촌, 친구나 지인 집의 소파, 자동차 등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았고 범죄에 노출되거나 자살, 자해, 정신질환을 겪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노숙자 급증은 주택가격 폭등과 임대비 상승, 실업 증가, 가정폭력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론적으로 정부 정책의 실패에 따른 책임을 고스란히 서민이 떠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정책 실패와는 무관하게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연방총리를 비롯해 호주 정치인들의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 고통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리그’를 견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턴불 총리 연봉 53만 달러... OECD 국가 지도자 중 ‘최고’
턴불 총리는 OECD 국가 지도자 가운데 가장 높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그의 연봉 수준은 선진국 노동자 평균 임금의 10배에 달한다. 

지난해 호주 독립기구인 공무원 급여심사위원회(Remuneration Tribunal)가 정치인들의 세비 2% 인상을 결정하면서 턴불의 연봉은 전년보다 1만 달러 오른 현재 52만7,854달러를 받고 있다.
영국 기반의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G’는 턴불 총리의 임금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40만 달러. 임기 첫해)보다도 월등히 높다며, 노동자 평균 임금 및 1인당 국내 총생산 비율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호주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거의 제자리이며 지난 한 해 동안의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정치인들에 대한 높은 임금 책정은 지난 2011년 노동당 정부가 주도한 보고서에서 제안된 것으로, 당시 길라드 정부는 의원들에게 무한정 무료 여행을 허용하는 ‘골드 패스’(gold pass)를 폐지하는 대신 백벤처(backbencher. 각 정당의 주요 직책을 담당하지 않는 의원들)들에게 최대 50%의 연봉 인상을 법제화했다.

이로 인해 현재 집권 정부의 내각 장관의 경우 35만 달러, 빌 쇼튼 야당 대표의 경우 37만 6천 달러를 받고 있다. 이같은 임금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보다도 높은 연봉이다. 

한편 이같은 호주 정치계의 행태에 교훈을 줄만한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멕시코다.

멕시코 개혁 열풍… 대통령 당선자 "내 월급 60% 삭감"
16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급여를 60% 삭감하고, 고위 공직자 월급과 각종 특전을 줄이기로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브라르도 당선인은 멕시코시티 대선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예산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대통령 급여와 연금을 줄이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곧 자리에서 물러나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의 월급은 약 23만2,300달러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급여를 현재 40% 수준인 9만3,000달러로 월급을 낮출 계획이다. 또한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연금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고위공직자에 제공되던 보너스도 대폭 줄이고 운전기사, 수행원, 여행 경비 등 비용도 제한하겠다고도 약속했고, 비용 절감 계획에 따라 연방정부 운영비도 70%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오브라르도 당선인은 이같은 긴축을 통해 절감된 비용을 사회복지와 개발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올해 6.3달러인 최저임금을 2024년까지 12.26달러까지 올리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무원 임금 삭감과 최저임금 상승 등 빈부 격차 해소방안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의회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남녀 의원이 절반씩 의석을 차지하는 ‘성 평등 의회’를 이뤄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 결과 상원 51%, 하원 49%가 여성 의원으로 채워졌다. 상원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른 것은 세계에서 멕시코가 유일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결과가 75개 이상 국가에서 도입된 여성후보 공천 할당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멕시코는 2003년에는 여성후보 비율을 30%, 2009년에는 40%를 할당토록 했고, 2015년에는 이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인은 양성평등이 구현된 차기 내각을 발표했는데, 에너지, 노동, 사회복지, 경제 등 이른바 핵심부처 수장에 여성을 내정했다.

“연방 정계, 기득권 이익 보호 우선”
최근 ABC의 베테랑 경제 전문가인 이안 베렌더 기자는 최저 소득층이 임대비 부담으로 끼니를 거르고, 노숙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가운데에서도 연방 정부가 저렴한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미루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베렌더 기자는 “정치권과 금융권이 공공 임대주택 건축을 미루는 이유는 ‘가진 자의 횡포’, 즉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각 분야 보수세력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집값 폭등에 따른 중저 소득층의 생활고와 상대적 박탈감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의 보이지 않는 조직적인 힘으로 부동산 가격 유지가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일부 정치인들이 저렴한 공공주택의 필요성을 얘기했지만, 누구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해법인 가격 하락을 기득권의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었다.

이와 관련 일부 정치 전문가들도 호주 정치인들이 경제력을 기반으로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화, 언론, 사법, 학계 등 사회 전반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의 이익을 견고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렌더 기자 역시 “연방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통해 정치인과 기득권층의 부의 축적을 도왔다”고 밝혔다.

한편 물가 인상 대비 실질 임금 상승률 저조와 노숙자 증가,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강력 사건 등 연방 정부의 실정은 다음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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