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일보가 호주 한인 4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시드니한인회의 역할과 업무수행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 중 과반인 55%는 한인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답변은 10.5%에 그쳤다.

한인회의 업무수행 만족도 질문엔 매우 불만족 22.8%와 대체로 불만족 45.3%를 합한 전체 불만족이 68.1%로 매우 만족 2.3%와 대체로  만족 23.8%를 합한 전체 만족 26.1%를 압도했다.

물론 이 결과는 현 31대 시드니한인회만에 대한 반응을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 그동안 한인회 활동에 대한 누적된 평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인들의 93.5%는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였으며, 95.3%는 시드니한인회의 존재 사실을 알고 있다. 시드니한인회의 존재 사실을 알고 있는 호주에 정착한 한인들 다수가 31대 시드니한인회의 업무수행 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한인사회에서 들리는 “31대 한인회가 너무 조용하다”, “활동이 없는 것 같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한인 언론에 등장하는 한인회 관련 기사 숫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도 입증된다. 그만큼 한인회와 한인회장의 활동이 줄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인회가 주도하는 행사 감소와 더불어 한인회나 한인회장의 주류사회 활동도 축소되면서 한인사회 전반에 활기가 부족한 느낌이다. 26대부터 29대까지 활발했던 전 시드니한인회가 30-31대를 거치면서 현상 유지에 안주하는 분위기라는 지적도 들린다. 평온한 분위기 유지는 한인회 운영에서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무사안일 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31대 한인회는 한인회장 선거 당시 한인 전용 양로원 건립, 차일드케어센터 신설, 노인 복지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한 한인회 재정 자립 추진에 역점을 둔 ‘일하는 한인회’, ‘우리의 한인회’, ‘감사의 한인회’, ‘미래의 한인회’를 핵심 선거 공약으로 발표했다.  많은 한인들은 공약 중 일부만이라도 현실화되기를 고대했다.

하지만 임기의 약 절반이 지나는 현재 한인회가 무슨 공약을 얼마나 진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경주하는지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선거공약은 한인 유권자들과의 약속이자 한인회장 자신과의 약속이다.

물론 한인회장직은 상당한 금액의 자비를 들여가며 한인회를 이끌어야 하는 무급 명예직이다. 이는 일반 한인들이 한인회장에게 무리한 요구나 기대를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10만명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와 그 수장이 차지하는 위상과 임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설문 응답자의 74.5%가 시드니한인회의 존재 필요성을 인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호주 한인들의 권익신장과 위상제고를 위해 한인회나 한인회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인회와 한인회장이 호주나 한국 정부, 다른 소수민족사회, 한인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할 일은 적지 않다. 다만 한인회장이 가진 애정과 열정 그리고 책임감과 사명감에 좌우될 뿐이다.

한인회장에 대한 최종 평가는 임기 2년이 지난 후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한인회장 감투가 명예가 될지, 불명예가 될지는 현재의 명예직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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