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채널 9 방송 소유주인 나인 엔터테인먼트(Nine Entertainment)와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의 합병 제안이 전격 발표되면서 호주 미디어업계에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만약 양사 주주들과 경쟁 관련 감독기관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ustralian Competition & Consumer Commission: 이하 ACCC)가 합병을 승인할 경우, 40억 달러 규모의 합병 그룹 나인(Nine)은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미디어 왕국인 뉴스 코퍼레이션의 호주 계열사인 뉴스 리미티드 다음으로 호주 2대 미디어그룹이 된다. 호주에서 공중파 TV부터 라디오,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Stan), 신문 위주의 인쇄 매체, 디지털 및 부동산 광고(Domain) 등 다양한 분야의 미디어 공룡이 탄생하는 것이다.  

올들어 미디어 대기업들의 합병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해 말콤 턴불 정부가 미디어 상호 교차 소유법(cross-media ownership laws)을 개정(완화)했기 때문이다. 한 도시에서 신문, TV, 라디오 방송사들의 교차 소유 제한을 없앴다. 또 단일 TV 방송사가 인구의 75% 이상에 도달하는 것을 방지하는 ‘범위 한도 규정(reach rule)’도 폐지됐다.  

양사의 합병 이유는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디지털 미디어가 광고 수입을 점차 잠식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과 일종의 미래에 대비한 생존 전략이다. 또 중복되거나 비슷한 분야의 축소로 비용 감축 목적도 있다. 신문과 방송 기자의 중복으로 기자를 더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페어팩스는 이미 여러 해동안 막대한 손실로 기자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등 대규모의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합병 후 이사회는 나인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며 현재의 휴 마크스 나인 CEO와 재무장관 출신인 피터 코스텔로 페어팩스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게 된다. 그럴 경우, 호주 최고(最古) 언론사인 180여년 전통의 페어팩스 브랜드는 사라진다.
물론 페어팩스 계열사인 호주의 대표적인 유력지 시드니모닝헤럴드(SMH), 디 에이지(The Age), 경제일간지 AFR(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 켄버라 타임즈(The Canberra Times) 등의 신문 매체와 맥쿼리 라디오의 2GB(시드니), 3AW(멜번), 6PR(퍼스) 방송,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탠(Stan)은 나인 계열사로 존속한다. 페어팩스 계열사 중 가장 알짜 기업인 부동산 포탈 도메인(Domain)은 호주 증시에 상장된 상태에서 합병된 그룹이 지분의 60%를 계속 소유한다.   

두 그룹의 합병은 우선적으로 미디어의 다양성 축소라는 점에서 호주커뮤니케이션 미디어위원회(Australian Communications and Media Authority)가 ‘뉴스의 폭(breadth of news)’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로드 심스(Rod Sims) ACCC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합병될 나인-페어팩스의 뉴스의 질(quality of news)’이다. 그는 “합병 제안서가 공식 접수되면 12주 동안 면밀하게 합병 여파를 조사할 계획이다. 합병 후 뉴스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합병을 불허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합병 여파는 미디어의 질과 다양성, 광고 시장 및 소비자에 대한 영향 등을 의미한다.   

합병 추진 발표 후 폴 키팅 전 총리는 “나인의 상업적인 뉴스 풍토(news culture)가 페어팩스 신문에 침투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력 반대했다. 이 비난은 호주 상업방송이 보도 부문(저널리즘)의 질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못 받았다는 점을 반영한다.  

그러나 그렉 하이우드 페어팩스 CEO는 “보도 논조 불간섭 원칙이 지켜질 것”이라며 키팅 전 총리의 주장을 반박했다. 휴 마크스 나인 CEO는 “기업 경영진의 간섭으로부터 신문을 보호하는 페어팩스의 논평 독립 원칙(charter of editorial independence)을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대응이 립서비스일지 두고봐야 할 것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와 디 에이지의 로고 아래에는 ‘INDEPENDENT. ALWAYS’란 표어가 기재돼있다. 나인과 합병으로 페어팩스 브랜드가 사라진 뒤 이 구호가 계승될지 어니면 장식품이 될지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 

일단 합병 계획 발표로 공영 ABC 방송은 “그동한 추진했던 페어팩스와 탐사보도 공동 제작(investigative co-productions)은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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