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동 성범죄를 은폐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호주 애들레이드 대교구장 필립 윌슨 주교의 사임 의사를 허락했다. 

호주 가톨릭주교회의(Australian Catholic Bishops Conference) 의장인 마크 콜러리지 대주교는 "윌슨 주교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사건 피해자들의 고통을 계속 유발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피해자들에게 다소 위안을 줄 수 있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윌슨 주교는 1970년대 시드니 북부 헌터 밸리 지역에서 사제로 근무했던 제임스 플레처 신부가 당시 2명의 복사(사제의 미사 집전을 돕는 소년)를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징역 1년 형을 받았다. 유사한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톨릭계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이에 대해 윌슨 주교는 “1심 유죄 판결에 대해 항소심 결정을 기다렸지만, 피해자들이 당한 고통이 너무 컸다”며 “나의 사임이 고통을 치유하는 매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윌슨 주교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종교계 인사들은 윌슨 대주교가 종교인으로서의 마지막 양심은 지켰다며 그의 결정을 옹호했다.

전문직 성폭력 5년간 1258명…종교인 450명 1위
종교인의 이같은 성범죄는 비단 호주 카톨릭계의 문제 뿐만이 아니다. 

최근 '교회의 꽃'으로 불리는 교황 다음의 고위직인 미국의 시어도어 매캐릭(88) 추기경도 성추문 의혹 후 자신 사임했다. 또 칠레 주교단 31명은 칠레 가톨릭 교회를 뒤흔든 사제의 아동 성학대 은폐 사건의 책임을 지고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국의 경우 2016년 12월 내놓은 통계에서도 종교인들의 성폭력 문제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경찰청의 ‘2010~2016년 전문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인원수’를 보면, 전체 5261명 가운데 종교인이 681명으로 가장 많다. 종교인들이 의사(620명), 예술인(406명), 교수(182명)보다 많은 것이다. 조사 기간 동안 성직자들의 성범죄는 연평균 442건이나 발생했다. 

종교인 성폭력 범죄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강간 및 강제추행 636명, 카메라 등 이용 촬영 32명, 통신매체 이용 음란 12명 순이었다. 2013년 6월에 시행된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죄로 검거된 인원도 1명 있었다.

종교인(성직자)들은 교계 내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다. 절대적 권위는 신자들의 무조건적 순종을 요구하며 전제적인 힘, 강력한 위계를 낳는다. 이런 절대적 권위와 위계는 또 종교적 특성을 내세워 교회와 성당, 사찰 내 비민주적 운영 행태로 이어진다. 이는 조직적 은폐를 가능케 하는 구조를 구축한다.

카톨릭 관계자는 “종교 내 폐쇄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일어나는 성폭력은 공식 통계보다 적어도 2~3배, 많게는 10배 이상일 것”이라며 “폐쇄적 문화 속에 조직적인 은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그동안 언론도 종교 특수성을 핑계 삼아 적극적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도덕성은 신앙의 기초라며 실정법을 지키지 않는 종교인은 이미 그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종교인, 비종교인과 도덕성 차이 없어…
이같은 종교인의 도덕성 추락과 관련, 실제 도덕성은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모두 같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세인트피터스 대학의 위스네스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크레이그리스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이용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18~68세의 성인 1,252명을 대상으로 도덕성에 관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추첨을 통해 아이팟 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현혹되어 스마트폰에 앱을 하나 다운받았는데, 연구진은 이 앱을 통해 매일 다섯 번씩 피험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피험자들은 메시지를 열 때마다, 링크를 클릭하여 직전 한 시간 동안 목격하거나 (타인에게) 전해 듣거나 자신이 직접 행한 도덕적•비도덕적 행동들을 솔직히 입력했다. 물론 피험자들의 익명성과 비밀은 철저히 보장되었다. 

이후 실험 대상자들의 13,240개의 답글을 분석한 결과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그들이 행하는 선행과 악행의 빈도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종교인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 운영
한편 서구교회에서는 이미 성직자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워런트 오브 피트니스(Warrant of Fitnes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뉴질랜드장로교(PCANZ) 청년 사역국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해 해당 부서 지도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워런트 오브 피트니스 사무국은 "교회들은 교회에 출석하거나 수련회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와 청년들의 안전을 위해서 엄청난 책임감(tremendous responsibility)이 있는 만큼 3년에 한차례씩 어린이와 청년 담당 부서 지도자들이 WOF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권유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뉴질랜드장로교회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시 말해 믿고 보낼 수 있는 교회 환경을 만들자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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