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리 부부와 가깝게 교류하던 부부 시인의 아내인 H씨가 하늘 나라로 돌아 오지 않는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이 천국 여행은 왕복표가 없는, 그래서 슬픈 여행인 것이다.
‘이조 여인’을 연상케하는 착한 인상의 H씨는 인터넷 글방을 만들어 시를 발표해 오면서 여름철이면 필자 부부와 낚시를 즐기는 낭만을 간직하고 있었다.

H씨의 급서는 우리에게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준다. 그녀는 70대 초반의 나이에 성인병인 고혈압과 고지혈증에 좋다는 약을 꾸준히 장기 복용 했을 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병원에 다녀와 저녁 식사 후 집에서 남편과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억!”하며 쓰러져 앰블런스를 불렀지만 속수무책으로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럴 수가 있는가? 아니 이럴 수도 있구나. 교민 실버족들은 대부분 의사에게 전폭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인체는 60조에 이르는 세포로 조성되어 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이외에 누가 인체의 신비스러운 조화를 완벽하게 알 수 있을까?
그래서 건강은 건강 할 때 본인이 지켜야 한다. 어디까지나 건강의 주체는 본인이다. 의사는 도움을 주는 보조역(assistant)으로 간주해야겠다.

건강 장수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자주 움직인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슬로건을 기억하면서 운동이든 일이든지 부지런히 활동한다.
둘째, 영양의 균형을 취하는 식생활 습관을 유지한다.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과식하지 않고 소식한다. 여기서 소식은 적을 소와 소박할 소를 합한 뜻이다.

셋째, 꼭 필요한 약만 골라서 복용한다. 합성 비타민이나 건강 보조 식품을 과용하거나 상용하지 않는다. 알약(tablet)으로 된 비타민은 효능도 있겠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학설이 최근 발표되고 있다. 약이란 병을 억제하고 차단하며 저지할 뿐이다. 비타민은 음식으로 섭취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특히 마음의 면역력이 중요하다. 흔히 스트레스라고 불리우는 마음의 병은 남이 주는 것으로 잘 못 알고 있다. 스트레스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과 내 사고 방식이 이를 불러 온다.
적극적인 생활 태도와 긍정적인 생각이 마음의 면역력을 높인다.

"가시리 가시리 잇고 / 버리고 가시리 잇고/

날 더러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리 잇고/

....  (중략) ...

설온 님 보내 옵나니/ 가시는 듯 도셔 오소서."

고려 가사인 이 시조는  돌아 올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을 때, 왕복이 허용될 때 가능하다. 싱글 티켓(one way ticket)인 천국행은 해당이 안 된다.

우리는 고국을 떠나 호주에  '이민'이라는 여행을 떠나 와서 살고 있다. 항구에 정박 해 있는 배가 안전은 하지만 그것이 배가 건조된 목적은 아니다는 인생관을 갖고 고국에서 편안히 사는 길을 과감히 털고 호주로 이민 온 우리가 아닌가?
꿈 꾸는 힘이 없는 자는 사는 힘도 없다고 이민 여행을 떠나 왔지만 어찌 고향을 잊을 것인가?
이민 올 때 자기 길을 떠나는 자신의 눈물은 하루 밖에 안 가지만 뒤에 남은 부모 형제의 슬픔은 계속되었다.
인생은 여행이고 여행은 인생이다. 여행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영혼을 살찌운다.

이곳 호주 생활에서 온정과 선의를 인간관계의 기준으로 하고 이웃과의 관계에서, 직장에서, 사업장에서 가장 큰 무기는 '친절'임을 우리는  명심하자.
이 세상의 종교 중에서 가장 훌륭한 종교는 '친절'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인생을 초조하게 살지말야야겠다. 뚜렷한 목표를 정한 뒤 꾸준히 노력하자.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술회했다.
"어느 항구를 향해 갈 것인지 생각치도 않고 노를 젓는 다면 바람조차 도와주지 않는다."

인생은 오직 한번 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다가 가는 것이 멋진 인생 아니 멋진 이민 여행인 것이다.

날이 풀리면 졸지에 부인을 잃고 우수에 잠겨 있는 C 시인과 위로 낚시 여행을 떠나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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