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등원 연설을 하고 있는 프레이저 애닝 상원의원(AAP)

“인종차별적 비열한 발언” 노동당, 녹색당 강력 비난 

원내이션을 탈당하고 봅 케터 당수의 ‘케터의 호주당(Katter's Australian Party)’에 입당한 프레이저 애닝 연방 상원의원(Senator Fraser Anning)이 14일 등원 연설(maiden speech)에서 무슬림 이민을 금지하고 호주는 유럽인 크리스천 이민제도(European Christian immigration system)로 되돌아가야 한다면서 ‘백호주의(White Australia policy) 복귀’를 주창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14일 상원에서 등원 연설을 한 그는 “이민자들은 반드시 영어와 호주 가치를 포용해야 한다”며 “이민 논쟁에서 최종 해결(final solution)은 국민투표를 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종 해결’이란 용어는 나치 독일 정권이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하면서 사용된 용어로 유대인 커뮤니티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애닝 의원은 “호주 이민자들은 사회에 동화되고 융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화적 다양성은 사회적 융합을 저해했다(cultural diversity undermined social cohesion). 이민자들은 영어와 호주 가치관을 반드시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종문화적 다양성(Ethnocultural diversity)은 여러 지역에서 위험 수준으로 치달았다. 못사는 도심 인접지로부터 백인들의 탈출을 포함한 자율-분리(self-segregation)가 이제 사회의 표준이 됐다”면서 "이민유입이 대폭 감축되어야 하고 무슬림 이민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슬림 이민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무슬림 커뮤니티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동화와 융합에 가장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 거주하는 노동연령층 무슬림의 56%가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무슬림은 범죄율, 복지 의존도, 테러리즘 기록에서 이민자 그룹 중 최악”이라고 주장했지만 ‘56% 수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호주 무슬림의 다수는 일을 하지 않고 복지에 의존한다. 이민 문제의 최종 해결책은 당연히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의 중진인 토니 버크 의원은 “애닝의 발언은 무슬림 호주인들을 공격한 야비한(bile) 인종차별적(racist)이고 편협한(bigoted) 괴변이다. 이런 주장은 호주 사회에 설 곳이 없다(has no place in our society)”고 비난했다.  버크 의원은 “그의 발언은 호주인의 품위를 떨어뜨리며 나라를 분열시키고 논쟁을 선동하는 또 하나의 극단적 주장”이라고 공격했다.  
리차드 디 나탈리 녹색당 대표는 “나치가 유럽의 유대인을 말살하며 사용한 용어를 이용하면서 무슬림 이민자들을 비열하고 인종차별적이며 편협한 시각으로 공격했다. 이런 주장은 호주 의회는 물론 사회에 있을 곳이 없다”고 비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출생한 페니웡 야당 상원 원내대표는 “나의 부모가 백호주의 폐지 무렵 결혼을 했다. 애닝의 발언은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려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말콤 로버츠 원내이션 소속 전 상원의원이 이중국적 문제로 당선 무효가 됐고 사퇴하면서 애닝이 의원직을 승계했다. 그는 원내이션을 탈당 후 케터의 호주당에 입당했다.  
애닝의 등원연설은 지난 90년대 중반 “호주가 아시안들로 압도될 위험에 처해있다”면서 다문화주의 폐기를 요구한 폴린 핸슨의 등원연설을 연상시키면서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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