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내게 ‘언어라기보다는 기회’라고 말하는 아부완 씨.

“아름다운 언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과 경험나누고 싶다”
<현대 한국 시> 출간 당시 아마존 신간 1위 차지

‘너와 함께 늙어가는 것은 약속이다. 

비록 눈가에 잔주름이 나타나기 시작할지라도, 그들은 여전히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눈이다.

너와 함께 늙어가는 것은 약속이며, 나는 너를 지지할 것을 약속한다…
나는 내 인생이 끝날 때 너와 함께 있기를 약속한다….’

올해 7월 한국어로 시집을 낸 필리핀계 호주인  IT 전문가인 리본 아부완(LeeVon Abuan. 한국명 리본)의 ‘당신과 함께(Growing old with you)’라는 시 일부다. 

친구 권유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가 이제 한국어 시집까지 낸 그의 <현대 한국 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하여(Modern Korean Poetry: for people learning Korean)>는 현재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다. <현대 한국 시>는 출간 당시 아마존의  한국어 신간 1위를 그리고 8월 현재 55만7743권의 책 중326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부완에게 한국어관련 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2016년 1월 첫번 째 책을 출간했다. 체계적으로 한국말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드니 교육원과 문화원에서 2015년부터 일주일에 이틀씩 한국어를 배우고 있던 중 외국인에게 길잡이가 되고자하는 마음에서 <동사로 한글 배우기(Learn Hangul one verb at a time)>를 출간한 것. 

호주에 1998년 입국했고 그동안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주로 해외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정부기관  IT 전문가로 일하는 아부완을 지난 3일(금) 시내 교육원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됐고 김기민 시드니 교육원장이 동석했다. 

<현대 한국 시> 표지. 출간 시 아마존 한국어 신간 1위(#1 New Release)를 차지했었다.

“한국사람처럼 한국말 잘하고 싶어..
교육원, 문화원 훌륭한 배움터” 

Q 외국인으로서 한국말 배우기도 힘든데 책까지 낸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책 출간 계기가 궁금하다.

“교육원 수업이나 친구들을 통해서 배운 것을 꼼꼼히 정리해왔다. 한국말은 ‘가다’ 동사만 해도 ‘갔다, 가고 있다, 갈 것이다, 갈까 말까, 가려고 했는데…. ‘등 너무 어렵기 때문에 내가 배운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외국사람들의 관점에서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두번 째 책은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들을 담은 것이다. 원래 영어로 시를 써 왔는데 한국말을 배우면서 사랑에 빠졌을 때, 슬플 때, 행복할 때 등 다양한 감정들을 한국말로 배우고 싶었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시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친구들이 책을 내보라고 권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200여 편 시 중 50여편의 시를 뽑았고 1부는 한국시만, 2부는 한국시와 영어로 번역한 것을 함께 묶었다.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들이 어떻게 한국 시가 영어로 번역되었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특별히 문화원과 교육원은 한국어를 배우고자하는 외국인에게 훌륭한 배움터다. 정말 고마운 곳이다.” 

Q ’당신과 함께’라는 시에서 당신은 누구인지 독자들이 궁금할 것 같다. 
“시에 힌트가 있다.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고 싶다. 그래야 독자들이 궁금해서 시를 읽을 것이 아닌가… 하하.”

Q 한국어는 당신에게 어떤 것인가?
“한국어는 내게  ‘외국어라기보다는 기회’다. 한국어를 배울수록 한국인들이 얼마나 노력하며 사는지를 배울 수 있다. 세계를 더 낫게 만들고 싶은 내 계획에 한국어가 중요하다.” 

Q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올해 4월 방문했다. 옛 전통모습을 담은 곳과 첨단 기술이 한 도시에 공존하는 서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미쓰 족발, 유가네 닭갈비, 계절밥상 등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로 정말 즐거웠다.”

Q 시를 읽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마존에 들어가서 독자들이 피드백을 할 수 있다. 많은 의견을 주셨으면 좋겠다. 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내 시가 발전될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사람처럼 한국말을 잘하고 싶다. 서울대 여름캠프에서 한국어 과정에 등록할 계획이다. 그리고 책을 계속 내고싶다. 책을 통해 외국인들이 이 아름다운 언어를 배우도록 격려하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다.”

 

• 주 시드니 한국 교육원의 한국어 과정:
2010년도에 시작된 시드니 교육원(원장 김기민의 한국어 과정은 매주 화, 수, 목 3차례 진행된다.
매년 200여 명의 대학생 및 직장인들이 수강하고 있다. 

화요일의 중급과정은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대화능력에, 수요일과 목요일 수업은 각각 토픽 1(TOPIK I)과 토픽 II (TOPIK II) 반으로 구분되어 있다. 수강생은 중국계 호주인 60%, 아시안 유학생 30%, 배우자가 한국인인 호주인 10%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교육원이 시행하는 ‘호주 내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10월 20일 호주 6개 주, 16개 시험장에서 실시될 예정이다(관련 기사 본보 7월 12일 참조).

•주 시드니 한국 문화원의 세종학당 한국어 강좌:
2011년 문을 연 주 시드니 한국문화원(원장 박소정)의 한국어 강좌는  1년에 3학기(1학기 12주) 월 오전/오후, 화 오후 , 토 전일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기당 약 180명 수강하고 있으며 성인 대상의 초급 -고급(회화) 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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