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것 같아. 일주일 잘 지냈지?^^ 오늘은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다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한 번 얘기해 볼 거야. 학교에서 친구들과 또는 집에서 동생과 싸운 일 있었니?
H : 내 동생은 나를 귀찮게는 하는데, 나랑 싸우지는 않아요.
D : 우리 형아는 너무 바빠서 나랑 안 싸워요.
T : 그럼 사진을 보면서 얘기하는 게 좋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J : 모자를 쓴 사람이 잘못했다고 사과하면서 인사하는 것 같아요.
M : 다른 형아는 눈을 맞았나 봐요. 눈에 파랗게 멍이 들었어요. 옆에 있는 아저씨는 화가 났는지 막 소리를 질러요.
D : 책상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멋진 옷을 입고, 망치 같은 걸 ‘땅땅’ 두드려요.
T : 여긴 법원이란다. 발생한 사건의 이야기를 듣고, 누가 잘못을 했는지 결정해주는 사람이 바로 판사란다. 그럼 판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될까?
H : 공평하게 일을 해야 되요. 
M : 똑똑해야 되요. 법도 많이 알아야 되구요.

 

T : 맞아. 판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는 자세야. 그런데 법원 앞에는 이런 동상이 있어. 왜 이런 동상을 세워 놓았을까? 
J : 여자 같아요. 손에 저울을 들고 있어요. 한쪽 손에는 칼을 들고 있구요.
T : 이건 ‘정의’의 여신 디케를 만들어놓은 동상이란다. 항상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사람들의 일을 해결해준다는 의미로 상징적으로 저울을 들고 있는 거지, 그런데 눈 주변을 자세히 볼래?
H : 아아! 눈을 가리고 있어요. 앞이 안보일 것 같아요.
T : 왜 눈을 가리고 있는 걸까?
M : 나쁜 사람을 보기 싫어서요.
J : 전쟁에서 눈을 다쳐서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전쟁을 막 하잖아요.
T : 눈을 가린 이유는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공정하게 판결하기 위해서야. 예를 들어서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정의의 여신에게 왔는데, 그 사람이 자기 친구라면 여신은 어떤 마음이 들까? 
M : 친구니까 벌주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H : 다음부터 잘하라고 얘기만 해줄 것 같아요.
D : 아!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누구인지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가린 거구나. 
T : 그렇지.^^ 그럼 이제 우리나라 조선시대로 한 번 돌아가 보자. 조선시대 백성들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면 나라에서는 어떻게 해결해 주었을까?
J : 나쁜 사람은 곤장을 때려줬어요. 지난번에 한국 갔을 때 박물관에서 곤장 구경했어요. 목에 채우는 형틀도 봤어요.
H : 군인들이 나쁜 사람을 잡아서 감옥에 보내요. 지난번에 우리 암행어사 배웠잖아요. 암행어사를 따라다니는 군인들은 몽둥이를 들고 다녀요. 

T : 잘했어. 그럼 이 그림은 뭘까?
M : 어떤 사람이 억울한 일이 있다고 사또를 찾아간 거 같아요.
H : 그 사람이 북을 치고, 임금님을 찾아간 거 같아요.
T :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이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자기 마을의 사또를 찾아 가서 사건을 해결했단다. 그런데 억울함이 풀리지 않으면 두 번째로 사또보다 높은 관찰사를 찾아가서 다시 하소연했지.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세 번째로 사헌부에 찾아가서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어. 
D : 세 번이나요?

T : 응, 그런데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으면 바로 ‘둥둥둥’ 북을 쳐서 임금님께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한거야. 이 북의 이름이 바로 ‘신문고’란다.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그림을 보고 생각해봐.
D : 임금님이 가마를 타고 지나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옆에서 구경하고 있고요.
M : 퍼레이드 같아요. 안작 데이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시티에서 퍼레이드 하잖아요.
H : 농부가 냄비처럼 생긴 걸 숟가락으로 막 두드리고 있어요.
T : 와우 아주 자세히 봤네. 이건 왕이 행차하는 그림이야. 조선시대에 임금님은 백성들이 잘 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가끔 궁궐 밖으로 행차를 했단다. 그런데 백성들 가운데 억울함이 있는 사람들은 이 때가 기회였던 거야. ‘꽹과리’라는 악기를 막 두드리면 시끄러운 소리가 나거든. 그럼 임금님이 그 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거지. 이렇게 임금님 행차에 꽹가리를 울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을 ‘격쟁’이라고 한단다. 
J : 꽹과리가 어떤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요. 
T : 그럼 우리 꽹과리 소리를 한 번 들어보고, 오늘 수업을 마치도록 하자. 귀를 꽉 막아야 될 거야.^^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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